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현장탐사③] '분양 자금 횡령 혐의' 회장, 옥중 "경찰에 돈 봉투 줘라"

<앵커>

오피스텔 분양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한 건설사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어제(1일) 전해드렸습니다. 이 건설사 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는 도중에 회사 임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저희가 입수했는데, 경찰에게 돈봉투를 주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먼저 이현영 기자가 이 내용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6년, 부산 서면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이 모 씨.

공사가 계속 지연되다가 준공 후에도 여러 문제가 드러나자, 피해 수 분양자들과 함께 지난 2020년 오 회장과 임원들을 횡령 등 혐의로 부산 검찰청에 고소했습니다.

이 건은 건설사가 위치한 경기도의 한 경찰서로 이첩됐는데, 이듬해 내려진 결정은 불송치.

즉, 증거가 불충분하고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 씨/부산 수분양자 : 경찰에서 간단하게 '이거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돼 있고, 납득이 안 가는 거죠.]

하지만, 대구에서 피해 수 분양자들이 속출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오 회장은 2021년 11월, 결국 구속됐습니다.

오 회장은 구속 상태에서 그룹 임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옥중 편지를 은밀하게 보냈습니다.

오피스텔 분양자금 횡령 혐의 받는 한 건설사 오 회장의 옥중편지

어떻게든 보석으로 나가야 하는데 검찰이 울산 건이나 물금 건을 수사해 추가기소하려 한다며, 인맥을 동원해서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검장 등을 연결해 추가 기소를 막으라고 지시합니다.

또, 경찰서 조사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대응을 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합니다.

오피스텔 분양자금 횡령 혐의 받는 한 건설사 오 회장의 옥중편지

그러더니, 건설사가 있는 지역의 경찰서 간부 두 사람을 콕 집어 언급하며 500, 300 봉투를 만들어서 자리를 해 도움을 요청하라"고 지시합니다.

특히, 오 회장은 "내가 없으니까 이 두 사람의 관리를 잘하고 있나 모르겠다"고도 적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앞서 2020년 고소 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경찰서 간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팀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오 회장은 물론 그 건설사 임직원들과 개인적으로 알거나 만난 적이 없으며,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경찰 간부 : 이거 만나고, 누구한테 조언 듣고 이렇게 하면 다 소문 퍼지잖아요. 그리고 다들 결국 알게 되는데 그게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편지에 언급된 또 다른 경찰 간부 역시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며 편지 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취재팀은 오 회장으로부터 이 옥중편지를 건네받은 업체 임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뇌물 공여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데,

[○○건설 임원 : 여보세요,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금. 뭔 지시를 받아요?]

취재팀이 입수한 편지를 보여주자, 지시를 받은 건 맞지만 이행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건설 임원 : 회장님이 얘기한다고 해서 100% 다 이행을 해요?]

이번에는 편지를 쓴 오 회장의 해명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편지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면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모 씨/○○건설 회장 : 실제 이 사람들이 한 번 만나보라고 했더니 만나주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내 희망 사항이었지. 밖에서는 내가 구속되니까 아예 우리 쪽하고 접촉도 안 된다는데 뭘 어떻게 할 겁니까?]

오 회장은 예전부터 경찰에게 뇌물을 주거나 관리를 해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김정은·서승현, VJ : 김준호)

▶ [현장탐사④] "판사 라인 찾아봐라"…보석 위해 꾀병까지?
▶ [현장탐사] '횡령' 건설사 회장, 옥살이 도중 "돈 봉투 준비해라" (풀영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