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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사] "전 재산 넣었는데" 치민 분노…수백 억 돈은 어디로? (풀영상)

<앵커>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분양받았다가 그 집에 들어가지도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피스텔 공사가 계속 미뤄지자 계약을 해지했는데, 업체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4년 넘게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먼저, 이현영 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건설 회장 오 모 씨

법원 앞에 몰려든 사람들, 한 남성이 재판을 마치고 나오자 돈을 돌려달라고 울부짖습니다.

[해지금 돌려주세요. 3개월 있다가 준다고 해놓고.]

[못 간다! 못 간다! 못 간다!]

재판을 받고 나온 사람은 건설업체와 계열 시행사 여러 곳을 거느린 모 기업 회장 오 모 씨, 항의하는 사람들은 이 회사가 분양했던 오피스텔을 계약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입니다.

오피스텔 계약 피해 수분양자 인터뷰

피해자 중 한 명인 70대 이 모 씨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지난 2017년 대구의 2억 원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을 계약했습니다.

계약금 2천만 원에 중도금 대출 1억 4천만 원을 합해 넣은 돈이 1억 6천만 원.

전 재산을 넣었지만 공사는 차일피일 지연됐고 견디다 못해 2년 뒤인 2019년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이 모 씨/대구 수분양자 : 해지하니까 1년 안에 이거 다 해결됩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해지금하고 다 나갑니다. 분명히 그래 얘기하데요.]

당시 작성된 계약 해지 합의서에도, 준공과 사용 승인 직후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돌려주고 그때까지 발생하는 중도금 대출 이자도 건설사 측이 부담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여태껏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대출 이자도 4년 넘게 내고 있습니다.

[이 모 씨/대구 수분양자 : 기초연금 나오고, 국민연금이 32만인가, 25만인가 나옵니다. 그거 두 개 충당해서 여태까지 꼬박꼬박 한 번도 못 쓰고 내고]

그 사이 남편과 사별하면서 생활비조차 거의 없었던 이 씨는 7개월 전부터 이자가 연체돼 결국, 신용 불량자가 됐고, 최근에는 현재 사는 20평 남짓한 집을 경매로 처분하겠다는 예고장까지 날아들었습니다.

[이 모 씨/대구 수분양자 : 죽겠습니다. 왜 내 집을…. 이 하나밖에 없는 거 올 데 갈 데 없는 나를 이래 몰아 내세우나….]

이 씨와 같은 피해자는 30여 명, 입주 예정일이 3~4년이 지나도록 준공이 안 된 곳이 전국에 2천600세대가 넘고 해당 세대수분양자 중 상당수는 아직도 중도금 이자를 내고 있습니다.

[김 모 씨/경남 양산 수분양자 : 일부러 여기를 피해서 다닙니다. 이렇게 울컥울컥 분노가 치밀고 이래가지고….]

이 건설회사 오 회장은 사기와 거액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1년에 구속됐는데, 6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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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건설사의 자금 흐름을 수사 당국이 살펴본 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회사 일을 하지도 않은 회장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거액의 급여가 지급되는가 하면 그 돈이 다시 회장 계좌로 들어가 주식 투자 등에 사용된 정황이 나온 겁니다.

이 내용은 화강윤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문제의 건설사와 함께 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경기 시흥시의 한 건물. 

이 회사는 전국 수십 곳에 오피스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행사를 30개나 세웠습니다.

이 가운데 한 시행사의 대표 자격으로 수년 간 37억 원의 급여를 받은 A 씨, 알고 보니, 오 회장의 아내입니다.

[○○건설 전 직원 : (오회장의 아내는 회사에서 일을 하신 건가요?) 아니요 아니요. 전혀 얼굴도 보기 힘든 분이었죠.]

[○○건설 전 직원 : 다른 데서도 근무를 하셨다 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오피스텔 사업 추진 ○○건설사 임원으로 등재된 임원 가족

이 건설사 임원으로 실제 근무한 30대 초중반의 아들과 딸은 각각 계열사 9곳과 4곳에도 임원으로 등재됐는데 아들과 딸, 두 사람에게 지급된 급여만 57억 원에 달합니다.

또 다른 계열 시행사 대표로 수년간 7억 원의 급여를 받은 B 씨,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이 건설사 근처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해 왔던 오 회장의 지인이었습니다.

[B씨/시행사 전 대표 (오 회장 지인) : (급여를 7억 정도 받았더라고요? 실제로 일은 하지 않으시고 받으신 거잖아요?) 제가 모르겠고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검찰은 오 회장이 가족과 지인 등 20명을 계열사 29곳에 허위 또는 중복등재해 급여 명목으로 239억 원, 그리고 분양 업무도 하지 않은 가족과 지인, 직원들에게 분양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111억 원, 모두 352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가족과 지인들에게 지급된 돈 대부분은 다시 오 회장의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 왔는데, 이 가운데 120억 원가량을 외국 주식에 투자했다가 100억 원 가까이 날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취재팀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어렵게 오 회장을 만났습니다.

○○건설 회장 오 모 씨

우선, 횡령 혐의를 부인하면서 사업 초기 토지 매입 비용 등으로 들어간 개인 자금을 회수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회수된 자금의 대부분을 다시 계열사들에 투입해 공사대금 등으로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오 모 씨/○○건설 회장 : 걔들 급여 책정해 갖고 돈 더 나간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다 회사 이자 내고….]

억울하다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오 모 씨/○○건설 회장 : (경찰이) 사전에 들어간 것을 빼는 것만 횡령으로 다 잡고….]
 
또, 수 분양자들이 4년 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규모 상가 미분양으로 자금난이 시작되면서 빚어진 결과라며 사재를 쏟아 넣어가며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 모 씨/○○건설 회장 : 제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재산도 모두 다 매각을 했어요. 제 개인자산이나 마찬가진데. 저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의 자산을)….]

검찰은 오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10억 원을 구형했고 오는 16일, 1심 선고 공판이 열립니다. 

<앵커>

저희 SBS 취재팀은 취재과정에서 오 회장을 둘러싼 또 다른 의혹들도 확인했는데, 내일(2일) 8시 뉴스에서 관련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김정은·서동민, VJ : 김준호)

▶ [현장탐사①] 공사 멈추고 재산 날리고…"돌려주세요" 벼랑 끝 피해자들
▶ [현장탐사②] 부인·자녀·지인에게 수상한 월급…다시 회장 계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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