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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얼죽아' 말고 '얼죽화'?…얼어 죽겠다 싶은 겨울에도 화이트 와인이 끌리는 이유는

스프칼럼 화이트 와인
몇 년 전부터 겨울에 두꺼운 패딩 코트를 입은 채 아이스커피 들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졌습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니 말이죠.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얼죽화'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화이트 와인'을 찾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레드 와인이 13도에서 18도 온도로 서빙한다면 화이트 와인은 이보다 낮은 6도에서 10도 정도로 서빙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맥주나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찾는 건 당연한데, 어째서 추운 겨울에 화이트 와인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을까요?

이건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건조한 겨울'이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사무실이나 집에서 목이 마르기 때문에 시원한 커피를 마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춥고 건조합니다. 거기에 실내 난방까지 잘 돼 겨울에 실내에 있으면 유난히 건조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 저녁, 난방이 잘 된 따뜻한 실내에서는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이 끌립니다. 순서대로 먹을 수 있다면 샴페인, 화이트, 레드 등으로 먹겠지만 그냥 한잔 정도로 그친다면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게 됩니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겨울 기온이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비가 많죠.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입니다. 프랑스의 겨울은 한마디로 우울합니다. 햇볕 구경하기가 거의 힘들 뿐 아니라, 오후 4시부터 어둑어둑해지고 가끔씩 비도 뿌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입니다. 여기에 실내는 난방이 잘 안 되고, 온돌이라는 것이 없으니 실내에 들어가도 바닥에서 냉기가 그대로 올라오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집에 들어가면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날씨까지 흐리거나 비가 추적추적 오면 허스키한 목소리의 샹송을 들으며 레드 와인이나, 데워서 먹는 뱅쇼(vin chaud)를 곁들이고 싶은 생각은 더 커집니다. 여기까지가 제 기억에 남아 있는 프랑스의 겨울입니다.

세계적으로도 화이트 와인 인기 급등

스프칼럼 화이트 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겨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 소비가 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화이트 와인 소비는 2010년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로제 와인 소비도 느리지만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반면, 레드 와인은 2007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OIV(Organization of International Vine and Wine)
출처: OIV(Organization of International Vine and Wine)
소비가 늘자 생산량도 늘어났습니다. 2013년부터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레드 와인을 넘어섰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화이트 와인 생산량은 전체 와인 생산량의 49%까지 올라섰습니다. 나머지가 레드와 로제 와인이니, 전체 와인의 절반이 화이트 와인인 셈입니다. 여기에는 스파클링 와인의 인기도 한몫했습니다. 가성비 좋은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 덕분에 화이트 와인의 생산과 소비가 껑충 뛰어오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 독일, 영국의 스파클링 와인 시장이 화이트 와인 인기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레드뿐만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도 전 세계 1위 소비국입니다. 독일은 맥주만큼이나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사랑도 각별하고, 추운 기후에서 잘 자라는 청포도 품종으로 스파클링 와인 생산도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프랑스와 오래전부터 샴페인의 원조를 놓고 다퉈왔던 영국은 최근 온난화로 인해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에 좋은 포도 수확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좋은 스파클링 와인도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 독일, 영국이 화이트 와인 생산과 소비를 끌어올린 주역들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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