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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트럼프, 경선 2연승…하지만 본선 위험신호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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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파죽지세로 뉴햄프셔 예비선거도 이겼다. 대선 도전을 사실상 접은 디샌티스에 이어 니키 헤일리도 트럼프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 분명해졌다.

3월 5일 슈퍼화요일까지 갈 것도 없이 사실상 결과가 전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2월 24일 공화당 경선이 치러질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는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헤일리를 30%P나 앞서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니키 헤일리의 고향이고 2011년~2017년까지 주지사를 지낸 곳인데도 그렇다.

미국 대통령선거일을 10개월 앞두고, 유례없이 빠른 시기에 본선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신에게 걸린 형사재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공화당 후보 자격을 확정하는 건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정말 본선 당선 가능성을 높일까?

뉴햄프셔 주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공화당 내 트럼프의 막강한 위상과 함께, 트럼프의 약점을 부각해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먼저, 기대를 모았던 니키 헤일리마저 뉴햄프셔에서 트럼프를 잡을 수 없었던 이유를 알아보고, 다음으로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본선에서 마주칠 난제를 알아보자.
 

기대 모았던 헤일리, 왜 뉴햄프셔에서 이길 수 없었나

당초 뉴햄프셔 주는 아이오와 주와 다른 점이 있어서 주목받았다. 중부 농촌지대인 아이오와는 시골 농민이 많은 지역이고 보수 기독교 종교색이 강하다. 반면 동부 대도시인 보스턴 바로 위에 붙은 뉴햄프셔는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은 지역이라 트럼프에게 덜 우호적이고 니키 헤일리에게 더 우호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니키 헤일리가 반 트럼프 진영을 결집하면 이길 수도 있다고 희망회로를 돌리는 전문가도 있었다.

트럼프(좌)와 헤일리(우) / 출처 : 연합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공화당 지지층의 성별/지역/교육 수준/소득 수준 등 모든 부류에서 트럼프는 확고하게 공화당 표심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헤일리는 아이오와 경선 때보다는 많은 표를 얻었지만 트럼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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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경선 방식이 다르다. 아이오와는 '코커스'라고 해서 공화당원들끼리 동네 행사를 벌여 지지후보를 정리해 나가는 방식이다. 뉴햄프셔는 '프라이머리'라고 해서, 당이 아닌 주 정부가 관할하는 예비선거를 한다. 공화당원이라고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들 외에 '지지 정당 없음'으로 등록한 사람들도 공화당 대선후보를 정하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아무튼, 헤일리는 뉴햄프셔에서 트럼프에게 11퍼센트 포인트(%P) 차이로 졌다.

이 결과는 헤일리의 선전일까, 큰 패배일까? 이는 컵에 물이 절반이나 찼다고 보느냐 절반밖에 없다고 보느냐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일단 헤일리는 "당원들은 대관식이 아니라 경쟁을 원한다"며 완주 의지를 보였다. 사실상 전국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디샌티스와 달리, 헤일리는 차기를 기약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 그렇다.
 

무당파/중도층에선 헤일리 강세

헤일리 입장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한, 그리고 트럼프 입장에서 앞으로 골칫거리가 될 뉴햄프셔 결과는, 무당파/중도층에서 큰 격차로 헤일리가 이겼다는 것이다.

주요 언론사 합동출구조사 결과, 자신을 공화당원으로 등록한 유권자가 50%, 지지정당 없는 중도층이라고 등록한 유권자는 46%였다. 공화당원이라고 등록한 유권자의 74%는 트럼프를 찍었다. 공화당 내에서의 트럼프의 힘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공화-민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유권자의 64%는 헤일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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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대졸자와 고소득층은 트럼프를 외면하고 헤일리를 더 많이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당파/중도층에서의 헤일리 강세, 그리고 고소득층과 부유층의 헤일리 선호는 트럼프가 본선에 나선 뒤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미국 유력 매체들이 내놓고 있다.
 

강공으로 전환했지만… 헤일리는 왜 뉴햄프셔에서 졌나

그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먼저 헤일리는 왜 뉴햄프셔에서 트럼프를 잡을 수 없었는지부터 정리해 보자. (아래에 열거할 이유들은 중요도 순서는 아니다.)

1) 디샌티스가 헤일리의 발목을 잡았다. 디샌티스는 뉴햄프셔 경선 투표를 앞두고 선거전을 포기(말로는 '중단')하면서, 자신의 표를 트럼프에게 몰아줬다. 그리고는 트럼프 편에서 헤일리를 공격했다. 디샌티스 지지자 등 반(反) 트럼프 표를 결집하려던 헤일리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2) 헤일리의 지역유세가 기대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일리 입장에선 동네 식당, 학교 강당 등 작은 모임들을 찾아다니며 "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대통령이 되면 국내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등을 유권자들에게 납득시키고 치열하게 질의응답했어야 하는데, 5분쯤 연설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식의 유세가 거듭되다 보니 열성적인 지지자를 많이 확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헤일리 지지표 중에선 '헤일리가 너무 좋아서'보다는 '트럼프가 너무 싫어서'가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와 자신의 2파전으로 끝까지 갈 거라고 자신하는 헤일리. 지난 22일 뉴햄프셔 유세 / 출처 : 연합
3) 헤일리의 트럼프 공격이 그동안 너무 약했고, 강공 전환도 늦었다. 이건 헤일리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공화당 예비후보들의 문제였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낙 당내에서 목소리가 크고 결집력이 강하다 보니, 트럼프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상태로 경선을 했다.

헤일리는 뉴햄프셔 경선에 이르러 '이래서는 트럼프 뒤꽁무니만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고 보고 투표 며칠 전부터 강공으로 전환했다. 이는 트럼프의 집요하고 저열한 인신공격에 대한 맞받아치기 성격도 있었다.

이를테면 트럼프가 '1월 6일 의회폭동'의 책임을 민주당 낸시 펠로시에게 뒤집어씌우는 적반하장의 장광설을 늘어놓다 펠로시 대신 자꾸 '헤일리' 이름을 들먹이자, 헤일리는 유세장과 언론인터뷰에서 이렇게 받아쳤다. (트럼프는 77세로, 바이든보다 4살 적다. 당선되면 임기중에 80을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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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만큼은 아니지만 트럼프 또한 고령에서 오는 정신건강과 노쇠화 이슈가 있는데, 이걸 정면공격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트럼프가 아파할 만한 점들을 매섭게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대세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고, 역부족이었다.

4) 그런 반면, 트럼프는 저열하지만 자신의 지지층에는 먹히는 인신공격으로 헤일리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대표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닮은 꼴' 프레임을 씌운 것을 들 수 있다.

니키 헤일리(좌), 힐러리 클린턴(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공화당 지지자들, 특히 남성들이 극혐 하는 인물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은 힐러리에게 '인간미 없다, 마귀할멈 같다, 여자 아니다' 등등 온갖 저열한 인신공격을 쏟아부었고, 결국 힐러리를 패배시킨 바 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 경선을 얼마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런 합성 이미지를 게시했다. 힐러리 사진에 얼굴만 헤일리를 조악하게 합성해 넣은 것이다.

스프 뉴스쉽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은 이런 걸 퍼 나르면서 '인간미 없다' '온 세상 전쟁에 다 끼어들 것 같다' 등등 비난을 퍼부으며 시시덕거린다.

헤일리는 트럼프가 이런 사람이라는 점,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을 때 얼마나 큰 갈등과 혼란이 나라를 휩쓸었는지 등을 상기시키며 애썼지만 힘이 부쳤다.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은 이미 옛 레이건과 부시의 공화당이 아니고,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에게 접수되어 다른 당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아니고서는 경선을 이길 수 없는 구조가 이미 정착돼 있는 게 지금의 공화당이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자기 모습대로 재창조했다'는 표현을 미국 정치분석가들이 많이 한다. 이는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고 서술한 문장을 빗댄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력은 막강하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하느님이 미국을 사랑하사 잘 관리하라고 트럼프를 보내셨다'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해도 별다른 당내 비판 없이 넘어갈 정도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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