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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과열이 잡힌 건가, 차갑게 식을 건가…'세계 최대' 미국 경제 어디로

[뉴스쉽]

✏️ 뉴스쉽 네 줄 요약

· 미국 물가지수는 확연한 내림세를 탔다. 다만, 아직 연준이 내건 목표치 2%와는 거리가 있다.

·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국 고용시장이 식고 있다. 임금상승률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미국 경기 침체'를 말하기는 이르다. 금리인하를 섣불리 기대하기도 아직은 일러 보이지만 지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0월 말부터 크리스마스가 소비를 끌어올리느라 고생하는데, 미국은 월말마다 소비축제가 있다. 10월 말엔 핼러윈, 11월 말엔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 있고, 크리스마스 쇼핑은 12월부터다. 그만큼 연말에 돈 쓸 일이 다양하고, 많다.

올해 미국 소비자들은 '물가가 높아 살기 힘들다'라고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슈퍼히어로'라는 말을 들을 만큼 괴력을 발휘하며 경제를 견인해 왔다. 소비 관련 뉴스를 전할 때마다 '돈이 어디서들 나서 그렇게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앵커와 기자들이 입에 달고 살았다.

추수감사절 맞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11월 24일 뉴욕 메이시즈 백화점 / 출처 : 게티이미지
미국의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무려 5%가 넘었다. 최대 경제국이자 성숙기 경제인 미국이 성장 중인 중국(4.9%) 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만 해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다. 고금리가 계속되면 침체(Recession)가 올 거라는 'R의 공포'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소프트랜딩'의 실현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소비자들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과연 얼마나 소비를 했을까?

신용정보평가사인 밴티지스코어의 CEO 실비오 타바레스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작년보다 0.7%쯤 덜 쓴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놨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객을 유인하는 세일 홍보물. 미국 뉴저지주. / 출처 : 게티이미지
지칠 줄 모르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미국 경제가 조금씩 식기 시작했다. 식고 있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과열이 식는 정도에 그칠지, 이제부터 하방 탄력이 붙어 차갑게 냉각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태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가 지켜보는 문제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금리,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등등이 다 걸려 있어서다. (미국 경제가 빨리 식으면 미국 금리인하도 빨라진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다음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자, 그렇다면 미국 경제지표를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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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올라탄 미국 물가… 얼마나 내렸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 물가가 억제되고 있다'라고 말하면 혐오 메일이나 악플에 시달린다면서, 이 때문에 기자들이 위축돼 지금의 경제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12월 5일 자 뉴욕타임스 칼럼)

크루그먼은 "그러나, 진실을 말하자면, 인플레이션은 '어제의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다. 권위 있는 경제학자인 그의 말을 뒷받침할 지표는 차고 넘친다. 먼저, 인플레이션의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를 보자. 여름에 잠시 올라왔지만, 다시 하향추세를 탄 것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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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지표에는 PCE(개인소비지출,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도 있다. CPI는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에서 조사하며, 소비자가 직접 구매한 상품과 이용한 서비스를 기초로 집계한다. PCE는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집계하며, 미국 거주 가정과 비영리 단체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집계한다. 그게 그거 같지만 바로 '간접 지출 포함 여부'가 다르다. PCE에는 의료비 지출이나 고용주가 납부하는 보험 등 간접적인 지출이 포함된다. CPI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PCE는 품목 범위가 더 넓고, 품목 비중도 더 자주 조정한다.(PCE는 분기별, CPI는 2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PCE를 더 눈여겨본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기름값 등을 뺀 코어(Core, 근원) PCE 가격지수를 '가장 정확한 물가지표'라고 파월 의장이 말한 바 있다. 이 지수 역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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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소비지출의 전월 대비 증가폭도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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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와 PCE 두 가지 지수 모두 하향 추세는 확연하다. 다만 아직 3%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가 여전히 2%이며, 아직 물가는 그보다 한참 위에 있다는 점을 올 가을 이후로도 여러 차례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지 7일 자 신문에 주목할 만한 그래프를 실었다. 개인소비지출을 상품과 서비스로 나누어서 본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물가가 안정돼 가는 양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부터 22년 초까지는 상품가격지수가 크게 솟아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 안에 앉아 온라인 쇼핑으로 엄청나게 물건을 사대던 시절이다. 공장 가동도 운송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수요가 급증하니 물가가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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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중반 이후로는 '리오프닝(re-opening)' 국면이 된다. 물건은 살 만큼 사서, 집안에 쌓아놓을 데가 마땅치 않을 정도가 됐다. 이때부턴 외식하고 여행을 가면서 보복소비의 패턴이 바뀐다. 접객분야 구인난이 극심해지면서 서비스 요금이 크게 올랐고,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위 그래프를 보면, 이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의 PCE지수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서비스 쪽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이제는 한계?

고금리 지속에도 불구하고 괴력을 발휘해 온 미국 소비자들은 저소득층을 시작으로 조금씩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지원금을 받아서 늘어났던 저축이 바닥나고 있는 데다, 고용시장 과열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지표가 신용카드 연체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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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 2.6%선이었던 연체율이 코로나 때 2%로 내려왔다가 이제 3% 턱밑까지 다다랐다.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래 막대그래프), 가처분소득 중 저축의 비율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아래, 우하향하는 꺾은선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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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는 코로나19 기간에 시작됐던 대학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가 끝났다. 서민층은 매달 쓸 수 있는 돈이 줄게 된다. 이것도 소비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시장 과열 끝… 이제는 얼마나 식느냐가 문제

미국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때 '공급 부족(생산활동 차질) + 수요 급증(정부 지원금 살포로 쓸 돈은 많아짐)'으로 촉발된 뒤, 고용시장 과열로 인해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2개인 기간이 꽤 길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다니던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이런 경향을 일컬어 '大 퇴사, great resignation'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렇게 빈자리에 사람을 채우려면 고용주는 상당한 베네핏을 제공해야 했다.

노동자들이 그동안 미국경제에서 너무 적은 부분만을 보상으로 받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자동차노조(UAW)와 방송작가-연기자노조 파업이 있었고, 수십 년 만에 노조 조직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추격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스프 뉴스쉽(블랙프라이데이)
이는 최근 경제가 식어가는 징후에도 불구하고 파월 연준의장이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파월은 지난 12월 1일 한 대학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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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추세가 오래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고용시장 과열이 점차 식고, 사람들은 이직을 덜 한다.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구인공고 (Job opening)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 노동부 JOLTS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1천2백만까지 올라갔던 채용공고 건수는 873만 수준으로 줄었다.

스프 뉴스쉽 CG 수정
이와 함께, 비어있는 일자리 하나당 실업자의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찾는 사람과 고용주 가운데 고용주 쪽에 더 힘이 실리게 만든다. 그만큼 급여 상승도 둔화되고 해고도 늘어날 수 있다.

스프 뉴스쉽(블랙프라이데이)
실업급여 신청(Jobless claims)이 늘었다. 더욱 많은 미국인들이 지난주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고, 실업급여를 이미 받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11월 중순에 2년래 최고치로 올라갔다. 로이터는 12월 1일 자 보도에서 콘라드 데쿼드로스 뉴욕 브린캐피털 시니어 경제자문의 발언을 전했다.

"근래에 해고된 개인이 새 일자리를 찾는 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임을 시사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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