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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하나에 멈춰버린 정부 전산망… '댐'이 무너진 이유는

[뉴스스프링]

국가전산망 장애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인감 증명서...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발급'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지난 17일 발생한 일입니다. '행정 전선망'이 먹통이 됐고, 무인발급기도, 정부24까지 모두 셧다운됐습니다. 시민이 정부에 요구하는 '민원(民願)' 경로가 막혀버렸으니 말 그대로 정부가 마비가 된 셈이었습니다.

왜 중요한데


행정전산망 복구 완료 '정상 작동' (사진=연합뉴스)
행정 전산망 마비로 시민들은 21세기에 살면서 19세기를 경험했습니다. 디지털로 처리하던 업무가 수기로 대체됐고, 5분 남짓이면 발급받을 서류에 며칠이 걸렸습니다. 단순히 '불편'이라는 말로 표현하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주택 업무, 금융 업무, 사업 계약을 목전에 뒀던 시민들에겐 말 그대로 '불의타', 예상 못한 엄청난 타격이었습니다. 당장 전세계약을 하려 했던 임차인 입장에선 당황스러움을 넘어 대혼돈의 '재난'이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정부가 자랑했던 '디지털 정부'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과거엔 '전자 정부'로 표현했던 '디지털 정부', 단어는 바뀌었지만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단순히 시민 편익 증대 목적만 아니라 행정 업무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여 보다 튼튼하고 정밀한 정부 체계를 목표로 구축한 것이 '디지털 정부'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전자 정부는 이후 정권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습니다. 20년 넘는 기간 동안 개선과 정진의 결과물이 '디지털 정부'입니다. 여기에 당연히 수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건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17일 금요일 발생한 전산망 먹통 사태는 56시간 만인 20일 월요일 가까스로 정상화됐습니다. 주말 사이 복구 여부를 두고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초조했겠지만, 시민들 역시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원인을 두고 각종 의견이 제시됐지만, 행안부가 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건 또다시 먹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민간 기업이 관리하는 전산망이 늦어도 몇 시간 이내 복구되는데 나라의 실핏줄인 국가 전산망은 당연히 이보다는 더 빠르겠지, 이런 믿음엔 금이 갔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정부에 대한 신뢰도 추락했습니다. '늦어진 복구, 더 늦어진 원인 파악', 디지털 정부의 실상이었습니다.

전산망이 복구되는 사이 혹자는 해킹 가능성을, 또 다른 이는 소프트웨어 오류 등 백가쟁명식의 진단을 쏟아냈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소된 건 없었습니다. 행안부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TF까지 꾸려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전산망 먹통 8일 만인 지난 25일 토요일 행안부가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통상 정부부처나 각종 기관들은 토요일 기자회견은 피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급박하게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 '전산망 먹통 원인 발표'였습니다.

한 걸음 더

원인은 행안부가 당초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한 '네트워크 장비 L4 오류'가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장치인 라우터에서 케이블을 연결하는 부분인 '포트'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장비 불량입니다. 컴퓨터에 랜선을 연결하는 구멍인 '포트'가 불량이었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들은 전문가의 일성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허망하다." 이 같은 장비 오류를 규명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고, 더 납득할 수 없는 건 복구까지 걸린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고작 케이블 연결하는 '포트 결함'으로 전국 행정 전산망이 장시간 셧다운되는 '디지털 재난'이 발생했다는 건데, 결론 치고는 허망하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손톱보다 작은 균열이 순식간에 댐을 무너뜨렸기에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디지털 정부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전국 전산망에 못 해도 수천 수만 개의 포트가 있을 텐 데, 한 곳이 고장이 난다고 전체가 마비가 될까? 앞으로도 포트가 하나 고장나면 이런 사태가 반복된다는 말인가? 디지털 시대에 이보다 더 겁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TF팀 관계자는 "해당 포트가 전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해서 파급도가 컸다"고 말했지만, 이런 의문도 두려움도 완전히 해소시키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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