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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미중 '좀비 마약' 전쟁…시진핑의 약속, 지켜질까

최대 공급처는 중국…"근본 해결책? 미국 수요 줄여라"

안녕하세요. 외교 안보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저는 SBS 외교안보팀 김아영입니다. 이번 편에선 18살부터 49살까지 미국 청장년층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이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총기도, 교통사고도, 우리처럼 자살도 아닙니다. 1959년 벨기에 과학자 폴 얀센이 개발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죠.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대마약시대 저자)
제대로 쓰면 좋은 진통제다. (파스 형태로) 엄밀히 말하면 패치제인데요. 어느 순간 알약 형태로 만들어서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그게 유통이 된 거죠. 기분 좋은 효과에 꽂혀서 어느 순간….

그런데 지난 15일 미중 정상의 회담 테이블에 이 펜타닐 문제가 올랐습니다. 군사적 소통을 잘해보자고 양국이 손잡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더 시급한 현안은 펜타닐이었습니다.
 

인권 탄압이라더니…제재 빗장 푼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 곳,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샌프란시스코입니다. 펜타닐 합의가 나온 곳이 샌프란시스코였다는 점도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올 초 이 항구도시에 내걸린 광고판을 볼까요.
 

'인재가 넘쳐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명했던 도시가 이제 더럽고 싼 펜타닐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바이든은 펜타닐로 몰락해가는 도시에서 펜타닐 최대 공급처로 지목된 중국 시진핑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원료 유출 막겠단 중국에 미국은 제재 해제로 응답했습니다. 중국 공안 법의학연구소를 무역 규제 리스트에서 3년 만에 제외하기로 한 겁니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에 대해 대대적 감시를 하고 있고 연구소가 여기 연루됐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었는데 인권 문제를 중시한다던 바이든 정부도 펜타닐 막는 게 더 절실했단 얘기죠.
 
매튜 밀러 / 미 국무부 대변인 (지난 16일)
우리 행정부로서도 어려운 결정입니다. 미국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는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하루에 200명씩 죽고 있거든요. 한 달에 9·11 사태가 두 번 정도 나는 정도의 충격이에요. 계속 이어져오고 있거든요. 이건 국가 안보랑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잖아요.
 

단속 경찰도 기절…최대 공급처는 중국

마약 단속을 하려던 경찰이 바람에 날린 펜타닐에 기절하고, 1살배기 아기가 펜타닐 과복용으로 결국 숨지기까지.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펜타닐 치사량이 2mg이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어린아이 눈곱만한 양이에요. 청산가리 치사량이 보통 한 200mg 정도로 얘기하거든요. 그러니까 100배 더 센 거예요 펜타닐이.

충격적인 사건 사고들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펜타닐이 미 대륙을 잠식한 수준 무서울 정도입니다. 2013년 3천100명 수준이던 펜타닐 사망자는 무려 23배나 늘어 2022년 7만 3천600여 명을 기록했고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이들 중 펜타닐로 인한 사망 13년 7% 수준이었는데 이제 70%를 앞두고 있습니다.
 
백승만 / 경상대 약학과 교수
기존에 헤로인 했던 사람들이 헤로인 해봐야 모르핀의 2~3배 정도 효과가 나거든요. 그런데 펜타닐은 100배 정도 효과가 나요. 그러니까 갈아타는 거죠. 헤로인은 합법적 용도로 파는 용도가 하나도 없거든요. 펜타닐은 처방이 가능했어요.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남용을 한 거죠. 한 번 펜타닐을 맛보니까 헤로인으로 안 돌아가는 거예요.

미국 마약단속국 DEA는 중국에서 생산된 펜타닐 재료가 멕시코 등을 거치거나 직접 미국까지 흘러와 제조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차이나 화이트 펜타닐을 부르는 은어이기도 하죠.
 

"이게 왜 중국 잘못?"…태도 바뀐 시진핑

펜타닐 주사기를 등에 업은 미국인 캐릭터가 이야기합니다. "중국 잘못이야." 미중 펜타닐 갈등에 중국 관영매체들이 내놨던 삽화들만 봐도 중국의 기조를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 (7월 8일)
미국 펜타닐 위기의 근본 원인은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국) 국내 수요와 공급을 줄이는 것입니다.

중국을 희생양 삼지 말고 미국 집안 단속이나 제대로 하란 겁니다. 미국은 지난 7월 펜타닐 공동 대응에 나설 다국적 협의체까지 만들자고 했는데 이때도 중국 반응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84개 국가가 참여했지만 끝까지 참여하지 않았죠. 중국 입장에선 할 말이 없지 않습니다.
 
주재우 /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원산지가 중국이다 보니까 지금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죠. 그런데 멕시코라든가 다른 세계로 가잖아요. 이 과정에서 이게 (불법 약으로 만들어져) 유출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던 중국이 달라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펜타닐 때문에 죽는 또 다른 미국인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타이완처럼 아주 민감한 이슈 빼고 그리 어렵지 않은 사안은 협력하겠다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갈등 전선을 더 확대하지는 않겠단 중국이 미국 국내 정치용으로도 쓰일 일종의 선물을 한 셈입니다.
 
주재우 /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미국이 계속해서 반도체 수급 가지고 중국을 옥죄지 않았습니까? (중국은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 용을 썼고요. APEC에 참석하는 용단을 내린 것부터 시작해서 스파이 풍선을 부분적으로 인정한 부분도.
 

신 아편전쟁인가…펠로시 땐 모르쇠 돌변

상대는 좀 달라졌지만 중국으로선 180년 만에 서방 패권 국가와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신 아편전쟁 아니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대영 제국은 청나라와의 지속된 무역 적자에 불만을 품다 아편을 수출했고 청나라가 아편을 단속한 걸 빌미로 1840년 전쟁을 일으켰죠. 아편에 취했던 청나라는 홍콩을 넘겨야 했고 100년 국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펜타닐에 무너지고 있고, 중국이 그 키를 쥐고 있습니다.

중국이 단속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 따라 단속의 끈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기류는 포착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미중 양국이 펜타닐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협력을 시작했고 중국이 자국 내 화학기업들의 펜타닐 성분 생산과 판매를 제한해 미국 내 유통도 줄었지만 미중 충돌 때마다 중국의 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는 펜타닐 대화를 사실상 모두 거부했습니다. 펜타닐 이슈가 지렛대가 된 겁니다.
 
리처드 닉슨 / 미국 전 대통령
미국 공공의 적 1위는 마약 남용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은 선포한 때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이었습니다. 이후 마약은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는 의제였습니다. 콜롬비아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 2000년엔 콜롬비아 플랜을, 멕시코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 2007년엔 메리다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던 미국. 2023년엔 이제 중국발 펜타닐과 싸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펜타닐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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