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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맨발 걷기'…몸살 앓는 생태계

<앵커>

최근 맨발 걷기 열풍으로 산이나 숲, 갯벌 같은 곳에서 맨발로 걷는 분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맨발걷기가 자연에는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노유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울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와우산인데 최근 곳곳에 '샛길 폐쇄' 안내 표지판이 붙었습니다.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산책로가 아닌 곳으로 걸으면서 생긴 샛길들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서울 보라매공원 '맨발걷기' 이용객 : 맨발걷기를 못하게 하는 거예요. 아니 맨발걷기를 걸어 다니려면 저기로 다녀야 돼. (산책로) 계단으로. 그전에는 흙으로만 다녔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노유진/기자 : 여기 길을 일단 다 막아놨네요. 나무로 길을. 원래 길이 좀 있었던 게 보이긴 보여요. 이렇게.]

이런 샛길들 때문에 식물에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는 표토가 비가 오면 쉽게 쓸려나갈 정도로 얇아져서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윤석환/보라매공원 관리팀장 : 한 번 샛길이 일어나면요. 이게 또 다른 샛길이 또 늘어나고, 거미줄처럼 이렇게 막 퍼지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밟게 되면 흙이 지지력이 없어지잖아요. 비가 오게 되면 아무래도 침식, 토양 침식이 (일어나고요).]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도 맨발걷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생물 보호를 위해 맨발걷기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 뒤로 수십 명이 맨발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갯벌을 밟으면 펄에 압력이 가해져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갯벌에서 짧은 시간 동안 60번을 밟고, 1시간 뒤 관찰했더니 활동하는 농게의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한 맨발걷기가 자연 생태계 건강을 해치는 행위가 되지 않게 정해진 장소에서만 진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이용한, 영상편집 : 김진원, 디자인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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