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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내가 한 임플란트만 비쌌던 걸까? '깐깐하게' 비급여 의료비 비교해봤더니

[마부작침] 비급여 의료비 데이터 280만 건 전수 분석

스프 마부작침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 환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급여 항목과 비용을 알아야만 해당 진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비급여 진료 비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해당 내용을 공개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공개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제도는 환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것이라며 소비자 손을 들어준 것이죠.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멉니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비급여 특성상 가격까지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가격 공개를 통해 천차만별 차이 나는 비급여 진료비가 스스로 조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여전히 진료비는 10배, 100배 넘게 차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브스프리미엄 〈마부작침〉은 심평원에서 공개하고 있는 비급여 항목 519개에 대한 진료비 데이터 280만 건을 전수 분석해 비급여 진료비 실태를 깐깐하게 따져보고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여긴 1만 원인데 저긴 16만 원…헷갈리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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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를 천차만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같은 항목인데도 병원별로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심평원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같은 항목 안에서 최저와 최고 진료비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비율이 전체의 92.4%에 달할 만큼 진료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소-최대 진료비 차이가 2배보다 훨씬 큰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임플란트의 경우 진료비 차이는 150배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난임 관련 항목들에서 가격 차이가 높은 경우가 많았는데 태아 정밀 초음파는 최소 2만 원, 최대 74만 원으로 약 37배 차이났고, 동결 배아 해동 비용도 최소 3만 원, 최대 31만 원으로 82배 격차를 보였습니다. 소비자들이 비급여 진료를 선택할 때 어느 곳을 가야 할지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가격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직접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병원을 골라 찾아가 봤습니다. 심평원 데이터에 따르면 체외충격파 1천 타 기준으로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곳은 동작구의 한 병원으로 1만 원, 가장 비싼 곳은 서초구의 한 병원에서 16만 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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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렴하다는 해당 병원을 찾아가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아봤는데 결제 금액은 실제로 1만 원이었습니다. 가장 비싼 병원 역시 16만 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두 병원은 차로 15분 남짓한 거리지만 가격 차이는 무려 16배인 거죠.

전체 자료를 토대로 가격 편차가 큰 항목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항목들마다 가격 기준과 조건이 다르다 보니 변동 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를 통해 데이터를 보정한 뒤 비교 분석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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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격 변동이 심한 비급여 항목은 난소낭종 수술 시 많이 쓰는 〈유도초음파Ⅲ〉였고 다음은 통증 완화 시술로 유명한 〈핌스(FIMS) 치료〉, 〈안구광학단층촬영〉 등 순이었습니다. 독감, 대상포진 등 예방접종료와 자궁경부암으로 유명한 가다실 9주는 가격 편차가 높지 않은 항목으로 나타났습니다.
 

비급여 진료비 천차만별…이유가 뭐야?

흔히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급여 진료는 '필수' 의료라고 불립니다. 사람의 생존, 건강과 밀접하게 이어진 핵심 진료입니다. 정부는 이걸 '급여'라는 공적 재원으로 보호하고 있죠. 따라서 병원 입장에서 보면 환자를 치료하고 받는 수가(酬價)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비급여는 통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가도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병원 수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인건비, 운영비, 임대료 등 병원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다 보니 같은 비급여 항목이라도 병원마다 차이가 나는 겁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병원 간의 비급여 진료비 격차가 눈에 띕니다.

모발이식술료(500모 미만)으로 설명해 보면 서울 소재 병원의 시술비 평균 금액은 2,033,286원이지만 세종시 평균 금액은 523,300원으로 4배가량 차이 납니다. 서울시의 높은 임대료나 인건비가 원인인 거죠. 치과 크라운 치료 역시 서울은 평균 25만 원, 광주광역시는 15만 원으로 10만 원 차이를 보였습니다.

스프 마부작침 비급여cg문제는 비급여 진료비를 비상식적으로 높게 책정해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제재는 없다는 겁니다. 시장의 논리에 따르고 있다는 거죠. 또한 개별 병원에서 책정한 금액도 의료 특성상 매우 폐쇄적이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금액이 왜 차이가 나는지 혹은 기준을 알기도 힘듭니다.

비급여 진료비가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지만 가격 비교도 어렵고 단가 정도만 공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기에는 접근성도 낮고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병원, 의사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비급여 항목의 특성은 치료 시술, 약물, 침술 등 필수 의료와 거리가 먼 성격의 항목들이 많습니다. 또 예방의 목적이 강한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A 병원은 체외충격파 장비가 최신이고 병원 접근성이 좋으며 부가 서비스가 더 제공되지만 B 병원은 노후화된 장비를 쓰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병원은 동일한 비급여 진료비를 받는 게 합리적일까요? 의사 관련 단체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의사의 신념과 직업윤리상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데 그러면 자연스러운 금액 상승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좋은 진료는 금액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비급여 진료비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건 좋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의사단체는 강조합니다.

쉽게 말하면 가격에 의료 서비스를 맞추게 되면 서비스의 질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향후 문제가 될 걸로 예측되기 때문에 의사단체에서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맨 앞에 언급했던 헌법 소원을 냈던 것도 서울시치과의사회였습니다. (결과는 합헌이었죠.)
 

정부 조사 직전에 가격 낮춘 병원…왜?

천차만별 가격 차이도 문제지만 이유 없이 정부 조사 직전에 가격을 낮춘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마부작침은 이번 분석을 위해 시기별로 세 차례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올해 5월, 7월 그리고 정부 정기조사 가격이 반영되는 9월 자료가 대상입니다. 이렇게 분석하면 병원별, 항목별 비급여 진료비를 추적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우선 5월과 7월에는 진료비가 동일했지만 9월 정기조사 때 금액을 낮춘 병원은 총 3,957개로 15.9%에 해당합니다. 항목별로 보면 임플란트가 659건으로 가장 많았고 약침술이 296건, 도수치료 271건 순이었습니다. 물론 가격을 낮추는 게 문제는 아닙니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가격을 얼마나 그리고 언제 낮췄냐는 겁니다. 한두 푼 낮춘 거야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용이 절감됐을 수도 있고요. 할인가가 반영됐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희가 주목한 건 그럼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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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궁근종 시술 항목입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은 5월과 7월에 자궁근종 시술비용을 적게는 2,000만 원에서 최대 2,300만 원으로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조사에서는 동일 항목을 300만 원이라고 낮춰 신고합니다. 최대와 비교하면 무려 10분의 1 수준입니다. 대구의 한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내장 인공수정체 비용을 정기조사 전에는 580만 원이었지만 정기조사에서는 80만 원이라고 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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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병원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병원 관계자는 "그 옛날 거는 제가 확인이 어렵고 지금 현재는 300만 원이긴 하지만 정확한 비용은 오셔서…" 라며 직접 방문해야만 가격을 알려준다며 대답을 피했습니다. 왜 정부 조사 직전에 가격을 낮췄는지는 대부분 병원에서 답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은 "만약 연말에 같은 항목의 진료비를 다시 원상태로 올린다면 정부의 가격 공개 제도의 가장 큰 취약점을 드러내는 사안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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