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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가자지구에 김정은 사진?…하마스 vs 파타, 북한은 누구 편

안녕하세요. 벙커버스터입니다. 저는 SBS외교안보팀 김아영 기자입니다. 2017년 12월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서명을 마치고 전 세계를 향해 들어 보인 문서가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다른 중동 국가들까지 술렁이게 했던 이 문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단 취지였죠. 오늘은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목격된 한 식당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정은에 '땡큐'…가자지구에 할인행사?


AP 통신이 일주일 뒤 촬영한 한 장의 사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 보이고요. 옆으로 가자지구에 있는 한국인, 여기선 북한 사람이겠죠. 80%의 할인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트럼프 발표에 북한이 국제사회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서자 가자지구 식당 주인이 자신들 편에 서줘 고맙다며 이벤트를 한 겁니다. (단, 가자 지구에 북한 주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3개 종교의 성지로 유엔은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예루살렘을 아랍식 표현인 꾸드스로 부르며 당시 이런 목소리를 냈죠.
 
조선중앙TV (2017년 12월)
꾸드스(예루살렘)의 지휘 문제는 응당 팔레스티나 인민의 민족적 권리의 회복과 중동문제의 포괄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을 통하여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지도 살펴보니…알고 보면 '브로맨스'?


북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조선중앙TV에 나온 지도를 보면 북한의 인식이 엿보입니다 서안과 가자지구는 구분하지 않고 아랍인 지역이라고 표기하고 있고 미수교국인 이스라엘은 국가 대신 지역으로 표기했죠. 북한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19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국가 상태가 아니었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북한은 일찌감치 국가 간 관계를 맺었고 벌써 50주년을 넘기고 있죠. 1990년대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이 김일성을 직접 만나러 평양을 왔을 만큼 양국 관계 정말 돈독했습니다.
 
조선중앙TV
(아라파트 의장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민족적 독립과 자주권을 위한 팔레스티나 인민의 투쟁을 적극 지지해 주시는데 대해 뜨거운 감사를

물론 북한이 지금 외교 상대로 생각하는 건 엄밀히 말해 하마스는 아닙니다.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서안지구의 자치정부가 대상인데 그렇다고 해도 하마스에 대한 지지 목소리는 꾸준히 내왔습니다.
조선중앙TV (2018년 9월)
이스라엘군이 반강점 시위에 떨쳐나선 팔레스티나인들에게 총탄을 마구 쏘아대며 탄압에 광분했습니다.

국제뉴스를 제한적으로 선별해서 전달하는 조선중앙TV에 가자지구 소식이 종종 전해지는 걸 보면 북한의 기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북한은 악의 축" vs 북한 "미국의 하수인"


북한과 이스라엘은 북한과 미국 못지않은 앙숙 사입니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연합군 사이 '욤키푸르' 전쟁,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을 때 북한은 이스라엘 반대편에 섰습니다. 북한은 당시 이집트를 통해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숨지기까지 했죠. 이스라엘은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처럼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대놓고 부를 정도로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에후드 올메르트 / 전 이스라엘 총리
"북한,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하마스는 악의 축" (2008년 2월)

북한도 질리 없습니다. '중동평화의 파괴자', '미국의 하수인' 북한 매체가 이스라엘을 부를 때 쓴 용어들 역시 이렇게 거칩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영국과 미국의 연대에서부터 출발하거든요. 그리고 미국의 유대인들이 미국 정치를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이스라엘은 미국 이상으로 북한이 적대시하는 체제라고 볼 수 있거든요.
 

하마스도 러시아도 '내 편'…결국은 미국 탓?


북한은 지금의 중동 사태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이스라엘을 제국주의 세력인 미국이 두둔하고 나서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역사의 불공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화살도 미국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반미 반제국주의를 내세운 북한으로선 두 개의 전쟁을 계기로 자신들의 우군을 확보해 나간다는 의미도 있어 보이는데요. 북한이 내부에 선전할 카드로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인태 / 국가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러우는 (반미 반제 소재로) 한계가 있어요. 우크라이나를 젤렌스키 도당이라고 해도 내부에서는 인식이 잘 안 돼요. 예전부터 들었던 내용이 아니고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이잖아요. 그래서 주민들에게 어필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태는 역이용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입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요즘엔 통일부조차 북한의 행태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구병삼 / 통일부 대변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충돌의 촉발한 직접적 요인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반미 선동에 집착하는 북한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영상 첫 부분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쿠바, 시리아와 함께 팔레스타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는 뭘까요? 이미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우리와는 수교하지 않았고 북한과는 수교를 한 곳들이라는 겁니다. 적의 동지는 나의 적, 적의 적은 나의 동지라는 말은 성립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북한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설명할 땐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취재 : 김아영 / 영상취재 : 이재영 양지훈 / 편집 : 이기은 / 콘텐츠디자인 : 고결 / 번역 : 인턴 박상은 / 제작 : 디지털뉴스제작부 / 장소 협조 : 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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