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열여덟의 홀로서기 막막한데…고립이 된 이들의 '자립'

<앵커>

보육시설에서 지내다가 만 18세가 돼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보호가 종료된 뒤 5년 동안 국가의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정부의 지원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현정 기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7년 전 보육시설을 나온 자립준비청년 박강빈 씨.

집을 구했어도 당황스러운 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집주인이 갑자기 숨진 뒤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박강빈/전 자립준비청년 : (LH를 통해 전세를 얻은 거라) LH 법무팀 통해서 이사를 갈 수 있거든요. 근데 그거를 당연히 물어보지 않아서 몰랐고요.]

박 씨 같은 경험을 한 자립준비청년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보증금 돌려받을 때는 물론, 집에 하자가 발생해도 어찌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이 많았습니다.

생업 전선에 나가서도 근로계약서 쓰는 것도 생소하고, 덜컥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다가 큰 낭패를 당했다는 청년도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의 값진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세상에 혼자 뿐인 자립준비청년이 느끼는 좌절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박강빈/전 자립준비청년 : 다시 나를 보듬을 수 있는 장이 필요한데 사실 한 번 무너지게 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구조 같아요.]

이런 좌절감은 그들을 극단으로 몰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스무 명이 극단 선택을 했고, 올해만도 3명이 이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립준비기간이 끝난 청년들의 삶은 확인할 길조차 없고, 자립준비청년의 50%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로 삶의 무게를 추정할 뿐입니다.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 (민주당) : 자립-고립-죽음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어디서 끊어줘야 되느냐. 세상에 나가기 전에, 그전에 뭔가 시스템화가 돼 있어야 하는 거예요.]

홀로서기가 곧 생존인 이들에게 물질적 지원과 함께 좌절감, 불안감도 함께 나눌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조춘동, 영상편집 : 김윤성, 화면출처 : 아름다운재단)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