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고 기타 치고…'부캐' 활동 경남 경찰들

본업에 충실하면서 또 다른 재능을 살려 인정받는 이른바 '부캐(부캐릭터)' 열풍이 경찰 조직에도 붑니다.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퇴근 후 부캐로 변신해 동료와 주민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경남 경찰들을 소개했습니다.

경남 합천경찰서에서 경무계장으로 근무 중인 류해상 경감은 사진작가로 유명합니다.

약 20년 전부터 낡은 필름 카메라로 시작했던 취미가 지금은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쉬는 날이면 일찍이 장비를 챙겨 지역 곳곳을 다닙니다.

그중에서도 근무지인 합천 보조댐을 가장 많이 찾는다.

수려한 자연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매번 다른 모습으로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대한민국 정수사진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것도 합천 보조댐의 물안개를 찍은 '몽환'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도 여러 곳을 다녔지만 합천은 자연이 뛰어나 사진 찍을 맛이 난다"며 "근무지이기도 해 익숙할 법도 한데 매번 새롭다"고 말했습니다.


2012년부터는 공무원 미술전에 꾸준히 출품하며 은상과 우수상 등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력으로 인사혁신처가 주최하는 '2023 공무원 미술전'에서는 사진 부문 초대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류 경감은 "작품을 출품한 2012년 첫해에 은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돼 더 즐겁게 취미를 이어오고 있다"며 "덕분에 심사위원 위촉 자격도 얻게 되고 취미에 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어르신들 장수 사진을 찍어주는 등 재능 기부도 빼놓지 않지만, 남모를 고충도 있습니다.

그는 "장수 사진은 다른 작가들이 돈을 받고 찍어주는 일감이기도 한데 왜 무료로 찍어줘 일감을 뺏어가느냐며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며 "좋은 일이 누구에겐 생업과도 관련된 일이기도 해 요즘은 조금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째 사진을 찍는 그는 사진의 매력을 "새로움"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뜬 해와 오늘 뜬 해가 다르듯이 사진도 같은 시각 같은 곳에서 찍은 것이더라도 늘 풍경이 다르다"며 "빛과 구름이 항상 변하듯 사진 속에선 매번 장면이 다르고, 감동받기 때문에 사진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도창현 경감은 나름대로 이름 있는 가수입니다.

2009년부터 지인과 함께 '논코드 뮤지션'이라는 듀오로 활동 중입니다.

이름 그대로 코드를 꽂는 전자음악이 아닌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연주하는 밴드입니다.

주 활동지인 창원은 물론 최근에는 전남 구례에서도 거리공연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공연 횟수만 수백 회에 달합니다.

요즘도 주 3회씩 꾸준히 지역 곳곳을 다니며 통기타 연주를 선사합니다.

7080 음악부터, 팝, 동요 등 장르도 가리지 않습니다.


도 경감은 "초등학생 때부터 기타를 좋아해 학창 시절 밴드부 활동도 했다"며 "퇴근 후 공연할 때는 또 다른 내가 된 것 같아 재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각종 축제와 행사에 다니지만, 노인정이나 요양병원에서 재능 기부할 때가 가장 기분 좋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도 경감은 "몸이 편찮은 어르신들은 익숙한 노래가 나오면 활짝 웃으며 공연을 즐기신다"며 "그럴 땐 저와 어르신들 모두 음악으로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퇴직 후에도 지금처럼 꾸준히 음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도 경감은 "현재 경찰 재직 중이라 음반을 제작해놓고 발매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며 "마지막까지 경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면서 음악도 인정받는 경찰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류해상 경감 제공, 도창현 경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