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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철도 업무 중 음주 적발, 형사처벌은 '복불복' ①

[취재파일] 철도 업무 중 음주 적발, 형사처벌은 '복불복' ①

철도종사자 음주 0.02%, 0.01%


철도종사자는 업무 중 음주를 하면 안 됩니다. 자칫 음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철도 사고는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 중 음주 금지는 법으로 명시(철도안전법 41조)돼 있습니다.

철도안전법 41조는 철도 종사자 직군을 7가지로 분류하고, 업무 중 술을 마시면 형사 처벌하는 벌칙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도로에서의 차량 음주운전과 비교해 적발 기준도 더 엄격합니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으면 면허정지 처리됩니다. 철도종사자들의 경우 일부 직군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2%만 넘어도 처벌을 받습니다.

코레일은 사고 방지 차원에서 업무 투입 전 직원들을 상대로 음주 검사를 합니다. 업무 투입 전 술을 마시고 출근하는 직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레일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1%만 나와도 업무에서 배제시킵니다. 나름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취재파일 10.16

5년 간 28명 적발, 징계의결서 입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코레일에서 음주로 적발된 직원은 28명입니다. 이들의 징계의결서를 입수했습니다. 해당 직원의 신상은 가려진 채 음주 적발 과정 등이 담겨있는 자료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의원실의 김광연 비서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단독] 술 마시고 열차 운행한 직원들…코레일은 '식구 감싸기' (SBS 8뉴스, 10월 11일)

28건의 징계의결서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4건은 업무 전, 나머지 14건은 업무 중 적발된 사례입니다. 업무 전 적발은 통상 이뤄지는 자체 음주 검사에서 기준 이상 수치가 나온 것을 의미합니다. 코레일은 이들이 업무 전 적발인 만큼 업무 중 음주를 해선 안 된다는 철도안전법 41조를 위반한 게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업무 중 적발된 14건 가운데 1건은 적발은 됐지만, 음주 수치가 0.01%가 나온 사례입니다. 적발 기준인 0.02%를 넘지 않아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분류됩니다. 나머지 13건은 철도안전법 41조 위반입니다. 코레일도 13건은 철도안전법 위반이 맞는다고 인정했고, 이들의 징계의결서에 해당 법 위반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취재파일 10.16

5년간 코레일 직원 13명이 업무 중 음주 단속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입니다. 말 그대로 '업무 중' 음주로 걸린 직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에 비말 전파 우려 때문에 일시적으로 업무 전 음주 검사를 코레일이 제한했던 시기가 있었고, 이때 숙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업무를 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철도안전법 위반 13명, 형사처벌 '복불복'


문제는 적발된 13명 직원 모두 형사처벌받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13명은 다시 적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1명은 코레일 자체적으로 적발했습니다. 코레일 감사실에서 적발한 경우도 있고, 동료 직원에게 적발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 밖에 2명은 수사권이 있는 철도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여기서 형평성 논란이 생깁니다. 코레일 직원에게 적발된 11명은 자체 징계만 받고 끝났습니다. 철도경찰에 적발된 2명은 형사처벌과 징계, 두 가지를 다 받았습니다. 철도경찰이 음주 적발 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재판에 넘긴 겁니다. 반면에 코레일은 자체 적발한 11명이 철도안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고서도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취재파일 10.16

적발 주체에 따라 형사처벌이 유무가 결정됐던 것입니다. '복불복'입니다. 철도경찰에 적발된 2명의 위반 내용이 코레일에 적발된 11명의 비위보다 더 심각한 것도 아닙니다. 2명 모두 전날 숙취가 남은 상태로 업무에 투입됐다가 적발됐는데, 코레일에 적발된 11명 가운데 일부는 운전실 혹은 역무실 내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코레일, 왜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나?


코레일 임직원 행동강령에는 직원 고발조치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직원이 저지른 범죄가 파급할 수 있고(파급력이 있고), 수사 시 비위 규모가 더 밝혀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고발하도록 나와 있습니다.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업무 중 음주 적발 직원이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횡령, 배임 등 관련한 범죄는 고발조치했지만, 음주 적발은 단순 법 위반으로 보고 파급할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철도 업무 중 음주가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만큼 파급 개연성이 없다며 가볍게 넘어갈 문제인지는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사진

현재로서는 코레일이 수사기관에 철도안전법 위반 직원을 알리지 않았다고,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려워 보입니다. 직무유기죄를 떠올려 볼 수 있지만, 공공기관인 코레일의 직원을 해당 죄로 의율 할 순 없습니다. 결국, 코레일 자체적으로 고발 조치를 더 엄격하게 하든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든 해야 합니다.

음주 적발 시 수시기관 통보 의무화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는 게 하나의 문제 해결 방법입니다. 철도안전법 위반 직원을 적발하면 의무적으로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면 됩니다. 이번 사태도 결국 의무화 조항이 없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 가지 더 고려해 볼 사안이 있습니다. 업무 중 음주를 하면 철도안전법 41조에 따라 처벌을 받는데 최대 형량이 3년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적발 시 최대 형량이 6년입니다. 음주 상태로 자동차를 몰기만 해도 인명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형량이 6년인데, 철도 음주는 최대형량이 도로 음주의 절반인 3년입니다.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철도 사고인데, 더 가벼운 차별을 받게 됩니다. 철도 운전은 신호 오작동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관제 지시에 따라 열차를 멈추고 다시 출발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반드시 명료한 정신 상태로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사진1_5 (취재파일 10.16)

국토교통부 "근무 중 음주 법 위반 여부 철저 조사"


▶ '근무 중 음주' 코레일 직원 자체 징계…국토부 "철저 조사"(SBS 12시 뉴스 10월 13일)

국토교통부는 SBS 보도 이후 보도설명자료를 냈습니다. SBS가 제기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 살펴보고,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서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철도종사자 근무 중 음주에 대해 형량을 9년까지 상향하고, 음주 적발 시 수사기관 통보를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체 징계로 끝난 직원 11명에 대한 철도안전법 공소시효는 대부분 남아 있습니다. 국토부가 진상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이끌어낼지 지켜보겠습니다.

취재파일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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