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치권 결집…대미 관계도 다시 강화되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극한 대립을 이어오던 이스라엘 정치권이 결집 움직임을 보이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는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사법 정비' 입법을 강행하면서 격렬한 시위와 야권의 반발,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에서만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안보 위기에서 수년간 네타냐후 총리와 손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정적들은 전시 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며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8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야권을 대표하는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와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수장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은 이번 공격 후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비상 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공격이 있던 날 저녁 라피드 전 총리, 간츠 전 장관과 비상 정부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라피드 전 총리는 "우리의 논쟁은 접어두고 그와 함께 우리 앞에 있는 힘들고 복잡한 전투를 해나갈 비상정부를 구성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간츠 전 장관도 네타냐후 총리와 안보상의 도전에 집중할 비상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만약 네타냐후가 그의 옛 진보적 적들과 정부를 구성한다면 네타냐후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단합과 안보, 국제적 위상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정책센터 책임자 나탄 삭스는 NYT에 최근 사법 개혁안 등으로 내부 갈등을 빚어온 이스라엘이 당분간 단결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정치적으로 보장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최근 몇 년 사이 냉각된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우파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을 강행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이스라엘에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 약속했습니다.

폴리티코는 "네타냐후가 통합 정부를 구성한다면 이스라엘의 안보, 미국과의 동맹 모두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에 허를 찔린 심각한 안보 문제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진보 언론 하레츠는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고 막지 못한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와 미흡한 준비 태세 등을 비판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후 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진=이스라엘 정부 공보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