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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물량 공세 맞선 美 해군의 선택

[월드리포트] 中 물량 공세 맞선 美 해군의 선택
▲ 미국 무인함정 레인저

항공모함과 이지스함으로 대표되는 미 해군이 최근 무인수상함 USV(Unmanned Surface Vehicle)을 미 제7함대 본부가 있는 일본 요코스카 해군 기지에 배치했습니다. 배치된 함정은 길이 약 59미터의 레인저(Ranger)와 마리너(Mariner)로 미사일을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모듈을 장착할 경우 미사일 공격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레인저의 경우 지난 2021년 SM-6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바 있습니다. (SM-6 미사일은 미사일과 항공기 요격은 물론 함정 공격도 가능한 무기체계입니다.)

아직 실전 배치는 아니고 무인 함정을 일상적 함대 작전에 편입하기 위한 훈련 차원입니다. 미해군 통합 전투 프로그램 23.2의 일환으로 (the U.S. Navy's Integrated Battle Problem 23.2 exercise) 현재 4척이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레인저와 마리너 외에 중형급인 시헌터(Sea Hunter)와 시호크(Sea Hawk)가 참여했습니다.) 이들 무인 함정은 실험적 차원이 아니라 유인 함정들의 임무 수행을 돕는 완전한 작전 도구로 활용 중이라고 미 해군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또 자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USV가 덩치 큰 구축함 여러 대를 대체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구축함 1척과 USV 2척이 구축함 3척을 대체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中 견제 위한 美 해군 새 카드

미 해군이 레인저와 마리너를 제7함대에 배치한 건 날로 해상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 해군을 견제하기 위한 걸로 보입니다. 대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모함을 기준으로 봤을 때 미 제7함대 항모는 로널드 레이건호 1척뿐입니다. 반면 중국은 첫 항모인 랴오닝함을 시작으로 2번 항모 산둥함, 3번 항모 푸젠함 등을 잇따라 진수시키며 인도 ·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차단하려는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 항모 함재기 오키나와 남쪽서 훈련

항모의 크기나 운용 경험, 탑재 전투기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상 전력이 미국을 압도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미 수상함 숫자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미국에게 중국의 추격은 위협적이기에 충분합니다. 중국은 지난 4월 산둥함과 20여 척의 군함으로 구성된 항모 전단을 타이완과 괌 사이 해역으로 보내 훈련을 실시하며 최대 전략 목표 중 하나인 타이완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미국도 주력함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을 대당 20억 달러, 2조 6천억 원에 16척을 추가 발주하는 등 전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모함은 물론 각종 함정들 쏟아내는 중국 해군의 물량 공세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이 USV 전력화를 서두르는 건 무인 체계로 전력 차를 메우겠다는 전략인 셈입니다.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도 지난달 말 한 행사에서 소모전이 가능한 수 천 개의 저비용 AI 무인 자율 무기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중국의 최대 장점인 양(量)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 무인정 격퇴 훈련…미래 아닌 현재

21세기 첫 전면전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드론의 활약입니다. 수십 억 원짜리 전차가 드론 공격에 속절없이 파괴되는가 하면 저가의 드론이 미국도 무시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고 수도 모스크바를 공격하기도 하는 등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엄청난 위력을 입증했습니다. 바다도 예외는 아니어서 러시아 흑해함대는 우크라이나의 자폭 무인정 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러 정보함 이반 후르스에 접근하는데 성공한 우크라 자폭무인정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10일부터 북방함대 소속 소함대가 북극해를 따라 동쪽으로 항해하며 북극해 섬들과 시베리아 북부 내륙 지역 방어, 선박 안전 확보 훈련 등을 소화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소함대가 우크라이나전 과정에서 드러난 해상 전술의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훈련으로 무인정 대응훈련도 실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함정들이 무인정을 향해 함포와 소화기 공격을 가하는 훈련을 벌였다는 건데, 드론에게 호되게 당해온 러시아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하늘은 물론 바다와 땅에서도 이런 무인 체계가 AI와 결합하면서 전쟁의 판도를 새롭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방산 기업들이 무인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없는 자원을 끌어 모아 만들었던 야마토급 전함은 해군 고급 호텔 같은 역할만 하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격침됐습니다. 전술상의 실수도 있었겠지만, 거함거포(巨艦巨砲)에 대한 군부의 시대착오적 집착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빠듯한 국방예산에 보여주기식 전력보다는 미래 전장 수요에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사진=Defense Visual Information Distribution Service,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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