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입에서 눈물이 나요"…이탈리아 푸른 꽃게, 수입 시기와 가격은?

이탈리아가 '푸른 꽃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꽃게 다리가 유독 파랗기 때문에 그냥 쉽게 푸른 꽃게라고 불립니다. 공식 학명은 Callinectes Sapidus입니다. 이 꽃게가 이탈리아 연안의 조개와 홍합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어서 골치 아프다는 겁니다. 봉골레 파스타 못 먹는 거 아니냐는 엄살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꽃게 퇴치 예산으로 42억 원을 배정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잡아서 맛있게 먹으면 되지, 퇴치 예산이 웬 말일까요? 꽃게 가지고 과자까지 만드는 우리나라에서는 냉동해서 한국 보내라는 목소리가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농담이 섞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푸른 꽃게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분이 있습니다. 꽃게 수입업체 사장님입니다. 이탈리아가 꽃게 퇴치하고, 잡힌 꽃게를 폐기한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주변 지인들부터 사장님을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당장 수입하는 걸 알아보는 게 어떠냐, 사장님은 한두 번 들은 얘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푸른 꽃게를 정식으로 수입만 할 수 있다면 한국 누이는 저렴하게 먹어서 좋고, 매부 이탈리아는 돈 벌면서 개체수를 줄일 수 있어서 좋은 일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한국 소비자와 이탈리아 어민의 상생을 위해, 사장님이 나섰습니다.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에 현지의 푸른 꽃게 가공업체를 알아봐달라고 최근 공식 요청한 것입니다.

'푸른 꽃게' 퇴치 예산에 42억 쓰는 이탈리아

SBS가 전한 이 소식에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누구나 궁금했고, 누구나 원했던 소식이었나 봅니다. 보도 이틀 만에 유튜브 조회수 190만을 돌파했습니다. "그걸 왜 버려"…이탈리아 푸른 꽃게 한국 수입한다 / SBS 8뉴스 리포트의 댓글창은 과거시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장원급제 댓글은 어떤 걸까요.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의 바다를 위해 우리가 희생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입에서 침이 흐르네요"라고 누군가 운을 띄우자, 다른 누리꾼은 "이탈리아 분들의 안타까움에 저의 입에서도 눈물이 멈추지가 않네요", "6.25 때 도와준 이탈리아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하니 이번에 우리가 그 은혜를 갚아야죠. 입에서 눈물이 나네ㅠㅠ"라고 위트 있게 받았습니다. 입에서 흐르는 눈물은 푸른 꽃게를 기다리는 군침이겠지요.

'푸른 꽃게' 수입 보도에 달린 댓글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가 수입되면 어떻게 유통될까요. A 꽃게 수입업체 이강희 대표는 "푸른 꽃게의 등을 봤을 때는 현재 많이 수입되고 있는 튀니지나 바레인 꽃게보다는 훨씬 더 국산 꽃게랑 가까워서 이질감은 없다"면서도 "대신 껍질 두께가 국산 게나 튀니지 것보다 훨씬 더 두꺼워서 먹을 때 좀 딱딱한 식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튀니지나 바레인에서 수입되는 꽃게처럼 양념게장으로 쓰기는 좀 부적합하고, 간장게장 용도로 충분히 국내에서 소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이강희 대표의 예상입니다. 양념게장은 씹어 먹기도 하니까 껍질이 얇은 게가 잘 어울리는 모양입니다. 지난해 국내 수입된 꽃게 1만 2,882톤 가운데 중국산이 1만 2,487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튀니지가 162톤, 바레인이 131톤 등입니다. 튀니지도 이탈리아처럼 꽃게를 먹는 음식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퇴치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7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해오고 있습니다.

간장게장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다소 불투명합니다. 푸른 꽃게의 크기나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취재한 다른 꽃게 수입업체에 따르면 대략적으로 중국산은 1kg당 6,000~7,000원, 파키스탄 꽃게는 7,000~8,000원, 그리고 바레인과 튀니지 꽃게는 8,000~9,000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산은 아직 수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국산보다는 저렴하고 앞서 말씀드린 수입산 꽃게와 비슷한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 같다는 게 업체의 전망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싼 건 아니네?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저렴한 가격의 간장게장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은 수입 절차는 간단합니다. 수입은 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에서 현지 꽃게 가공업체를 국내 수입업체와 연결만 해주면 수입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꽃게 가공업체와 연결되면 수입업체 대표가 이탈리아 현지를 찾아가 위생 및 수출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우리 식약처는 해당 학명의 꽃게를 이미 음식 재료로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푸른 꽃게에 중금속 등이 들어 있는지 샘플 정밀검사를 10일 안에 마치면 수입신고 확인증을 교부하고, 정식으로 국내 유통이 시작됩니다. 이강희 대표는 현지에서 컨테이너 1개 분량의 푸른 꽃게를 준비하는데 1주일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까지 컨테이너가 도착하는 데는 1달 반 정도가 걸립니다.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가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것은 이르면 올해 안에 가능할 전망입니다. 꽃게 안 먹는 이탈리아 덕분에 한국인들 입에서 눈물 흘릴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