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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레즈비언 부부는 '정상 가족'이 아닌 걸까?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가족 다양성

✏️ 마부뉴스 세 줄 요약

· 국내 첫 레즈비언 부부의 딸이 태어났습니다. 김규진-김세연 씨 커플은 2019년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한 후, 벨기에의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달 30일에 딸을 낳았습니다.

· 우리나라엔 레즈비언 부부뿐 아니라 1인 가구, 비친족 가구 등 다양한 가족 구조가 출현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비율은 2019년 '부부+자녀' 가구를 넘어섰고, 비친족가구 규모도 2021년에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 우리나라 건강가정기본법에 규정된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만 묶여있습니다. 법적으로 비친족 가구, 동성 부부는 가족이 아닌 겁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법적 관계를 기준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법적인 혼인 관계를 갖지 않는 가족들은 차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 해외에선 '시민결합' 등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연한 가족제도 도입이 비혼출산율을 높여 출산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스프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당장 저번 주 인사말로 "이제 여름도 끝이 보이는구나~" 했는데 웬걸요?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절기상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백로가 코 앞인데 일부 지역에선 폭염주의보까지 발효될 정도니까 다들 건강 조심하길 바라겠습니다. 늦더위는 주말이 지나야 한풀 꺾일 것 같다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오늘 마부뉴스는 구독자가 보내준 피드백에서 영감을 받아 준비해 봤습니다. 지난 오염수 방류 레터를 보내고 한 구독자가 이런 이야기를 남겨줬거든요.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기사를 보니 다양한 결혼 형태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또 사유리나 동성결혼으로 아이를 낳은 규진세연 부부에 대한 분위기도 알고 싶습니다."

오늘 마부뉴스는 작년 1월, 독자 여러분에게 보냈던 <결혼을 해야만 가족이 되는 걸까?> 레터에 이어 가족 다양성 시리즈 2탄입니다. 지난 1년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얼마나 늘었는지, 또 우리나라는 얼마나 변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봤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레즈비언 커플은 정상 가족이 아닌 걸까?
 

레즈비언 커플에게 딸이 태어났다

주인공은 김규진 씨와 김세연 씨입니다. 두 사람은 2019년에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한 후 11월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미국의 뉴욕 주는 2011년 6월부터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죠. 두 사람은 한국에서도 혼인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딸을 낳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윤리지침에는 법적인 부부나 사실상 부부 관계, 즉 사실혼 부부만 정자를 공여받아 시술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규진-세연 커플은 작년 말에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난 거죠.

규진-세연 부부 같은 동성 커플뿐 아니라 우리나라엔 다양한 가족 구조가 출현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비친족 가구, 한부모 가구, 동거 가구 등… 그 사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부부+자녀 유형의 가족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죠.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족 유형은 1인 가구입니다. 1인 가구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대표적으로 2가지가 있어요. 먼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가 있는데, 이건 주민등록 상 주소지의 세대원 기준으로 1인 가구를 파악합니다. 다음으로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입니다. 총조사는 실거주 기준으로 1인 가구를 파악하고 있어서 두 수치는 약간의 차이가 있죠.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는 이미 2021년 9월에 1인 가구가 역대 처음으로 전체 가구의 40%를 넘겼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가 1인 가구인 거죠. 인구총조사도 행안부 통계와 차이는 있지만 2019년부터 1인 가구 비율이 '부부 + 자녀' 가구를 넘어섰어요. 2022년엔 1인 가구의 비율이 34.5%까지 증가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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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친족가구의 증가세도 주목할 만합니다. 비친족가구는 말 그대로 친족이 아닌, 즉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뜻해요. 2015년 조사된 비친족가구는 47만 1,895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2021년엔 그 규모가 100만 명을 넘어섰죠. 2015년 이후 매년 평균적으로 13.4%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혼인건수는 2015년 이후 매년 6.3% 꼴로 감소 중입니다. 1990년 조혼인율(인구 천 명당 혼인건수)이 9.3‰이었는데 2022년엔 3.7‰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죠.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012년엔 45.9%였는데, 2022년엔 65.2%로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1년 진행한 '가족과 출산 조사'를 살펴보면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생활하는 경우가 4.4%였는데, 이들 중 96.0%는 상대와의 관계가 혼인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즉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규진-세연 부부 같은 동성 커플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에서 동성부부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확인할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혼인신고 등록 데이터죠. 작년 3월 25일, 동성일 경우에도 혼인신고 접수가 가능토록 전산시스템이 변경됐거든요. 물론 접수만 가능한 거고 접수된 신고 모두 다 '불수리' 처분이 내려집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스템 개편 이후 올해 5월 10일까지 모두 15건의 동성부부 혼인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처리되지 않는 게 명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의 동성 부부들이 혼인신고를 한 셈이죠.
Q. ‰이 뭐죠?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퍼센트)는 백분율을 나타냅니다. 100을 뜻하는 라틴어 cent(um)에 per가 붙으면서 퍼센트가 된 거죠. 100년을 뜻하는 세기, centry에서 cent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퍼밀)은 천분율을 나타내는 기호입니다. 1,000을 뜻하는 라틴어 mille에 per가 붙어서 퍼밀이라고 부릅니다.

함께 살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들은 모두 가족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정의하고 있거든요. 혼인과 혈연, 그리고 입양되지 않은 형태의 가족은 가족이 아닌 거죠. 사실 이 조항은 만들어질 때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당시 인권위는 혼인과, 혈연, 그리고 입양 관계가 없는 다양한 가족이 실재하고 증가하고 있는데 법에서 가족을 정의해 두면 차별의식이나 차별행위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개정 권고를 내린 바 있어요.

물론 이런 상황을 계속 손 놓고 보고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2021년 4월에 여성가족부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4차 계획의 핵심이 바로 가족 다양성 인정이었거든요. 여성가족부는 가족 다양성이 증가하는 사회상을 반영해서 모든 가족들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정부는 법률혼과 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기존의 가족 정의를 바꾸고, 결혼 제도 밖의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선 돌연 여성가족부의 입장이 바뀌었어요. 현재 건강가족기본법의 조항, 그러니까 법률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여성가족부는 국가의 보호, 지원 대상을 법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행 조항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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