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증권' 테라·루나, 사기 수사해야"…수사팀, 美 판결문 추가 증거 제출

테라·루나 수사팀, 美 판결문 4건 재판부 제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에 관여해 특경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두 번째 재판이 모레(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립니다. 이 사건은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판단하고 자본시장법 위반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입니다. 가상자산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은 내년 7월입니다. 때문에 그 전까지 벌어지는 코인 범죄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재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따지려면 재판부가 일단 루나 코인을 증권이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모레 열릴 재판에서 미국 법원 판결을 증거로 신청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31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소송 기각 청구를 기각한 판결입니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이 판결에서 '테라와 루나 등 관련 코인은 모두 증권에 해당하고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미등록 증권 판매 및 사기 혐의 제소는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남부지검 합수부는 이외에도 일정 요건을 갖춘 코인을 증권으로 판단한 다른 3건의 미국 법원 판결문도 함께 낼 예정입니다. 다른 코인들에 관한 3건의 판결문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테라·루나를 콕 집어 증권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판결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취재파일] '테라 · 루나' 수사팀, 법원에 美 판결문 3건 낸다…모두 "코인 증권성 인정"
 

"테라·루나는 증권"…美 법원 판결 이유 보니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미등록 증권 판매 및 사기 혐의로 제소하자 권 대표는 법원에 이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권 대표는 두 가지 쟁점에서 다퉜습니다. 하나는 테라·루나가 증권이 아니므로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사기임을 입증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혐의도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제소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권 대표의 두 주장을 모두 물리치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먼저 법원이 테라·루나를 미등록 증권이라고 본 근거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해당 상품이 증권의 하나인 투자계약상품인지를 판단할 때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봅니다. ① 돈이 투자되고 ② 그 돈이 공동의 사업에 쓰이고 ③ 3자의 노력으로 인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입니다.

법원은 금전 투자를 전제로 하는 ①번 요건은 피고 권 대표조차 다투지 않으므로 충족한다고 봤습니다. ②번 요건은 여러 투자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각자의 돈을 공동 사업에 투자해야 충족됩니다. 법원은 테라폼랩스가 테라를 예치하면 연 19~20%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앵커 프로토콜' 사업을 실행했고 투자자들은 각자의 자금을 이 공동 사업에 투자했다고 봤습니다. 루나 코인의 경우 역시, 판매 수익금이 테라폼 블록체인 개발에 사용돼 결과적으로 루나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홍보한 점을 근거로 투자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공동의 사업에 투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 ③번 요건도 테라폼랩스가 '앵커 프로토콜'로 20% 수준의 수익을 약속했고, 루나 판매 수익이 결과적으로 루나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홍보했으므로 '3자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를 충족한다고 법원은 봤습니다. 따라서 테라·루나는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을 모두 갖췄고, 증권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법원의 판단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권 대표의 사기 행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더 쉽게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피고(권도형)는 이 단계에서 소송이 기각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제소 단계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윈회가 혐의를 확실히 입증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자 '1테라=1달러' 연동을 인위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대량의 테라 코인을 매수해놓고 '자가 치유'라고 홍보한 것은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구체적인 혐의도 제시됐다는 겁니다.

루나 사태 법정 공방 코앞

다른 3건의 코인 판결문과 나란히 놓고 보면 미국 법원의 판단은 일관됩니다. 코인이 곧 증권이라는 것도 아니고, 증권이 아니라는 것도 아닙니다. 코인이라고 이름 붙인 것만으로는 증권인지 아닌지를 결정짓지 않습니다. 코인이건 다른 형태의 상품이건, 하위 테스트 등 특정 요건을 만족하면 증권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미국 법원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 위 사건을 심리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재판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모든 암호화폐가 증권이라거나 증권이 아니라고 말하기보다는 특정 특성에 따라 일부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동일한 입장을 계속 표명해왔다"고 판결문에 썼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은 일부 암호화폐가 연방 증권법의 규제 범위에 속할 수 있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오랜 견해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남부지검 합수부 관계자는 "물론 우리나라는 수익이 발생할 것이란 '기대' 뿐만 아니라 수익에 대한 '권리'까지 계약에 포함돼있어야 증권으로 보기 때문에 요건이 더 엄격하긴 하다"면서도 "루나의 경우 일정 코인을 예치하면 그에 따른 수익을 약속하는 '스테이킹'이 이뤄졌기 때문에 '권리'까지 포함된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법상으로도 루나를 증권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인=증권' 단순 등치 어려워

우리나라 법정에서 코인의 지위가 아직 규정되지 않은 탓에 '코인은 증권인가'가 중요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원 판결에 비춰보면 이런 단편적인 표현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는 겁니다. 수익에 대한 권리, 특정 상품을 살 수 있는 권리 등 증권의 성질이 부여돼있다면 증권으로 취급될 수 있겠지만, 별다른 권리가 부여되지 않고 단순히 교환 가치밖에 없다면 증권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코인이라고 다 같은 코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첫 코인 증권성 재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