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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범죄자가 노린다…"서울 공원 40% CCTV 없다"

전문가 "방범 순찰 병행해야"

관악구 등산로 성폭행 살인범 30살 최윤종 머그샷 공개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교사를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최윤종은 경찰 조사에서 이런 진술을 했습니다.
 
"성폭행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CCTV가 없는 곳을 범행 장소로 골랐다."
 
최윤종은 평소 이 공원을 다니면서 CCTV가 없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범행 당일에도 피해자를 만나기 전 40분 동안 등산로를 배회하며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렇게 관악산 생태공원 입구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등산로에서 끔찍한 범행이 발생했고, 입구 주변에만 설치된 CCTV 7대는 이곳을 비추지 못했습니다. 범행 당시 지나가던 주민이 신고하지 않았다면 아직 사건이 미궁에 빠져있을 수 있었던 겁니다.
 
신림 성폭행 피해 현장

서울시 공원 10개 중 4개엔 CCTV 없어

SBS 데이터저널리즘 마부작침팀은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관리하는 CCTV를 전수 분석 해봤습니다. 서울시 지도에 CCTV 좌표를 찍고 100m 반경의 원을 그렸더니, 대부분 공원들이 사각지대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한강 남북으로 아파트가 밀집된 거주지역은 원이 빼곡했지만, 관악산과 청계산 등 남쪽 산지나 그와 인접한 공원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습니다.

서울시내 공원은 모두 1천888개가 있는데, 이중 CCTV가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 772곳(41%)이나 됐습니다. 그나마 도심 속 작은 공원들은 공원 밖 CCTV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야산을 끼고 있는 공원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입니다. 외부 CCTV조차 100m 넘게 떨어져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공원도 394곳(21%)였습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관리하는 CCTV
"나도 옷 벗은 남자를 봐서…" - 서울 금천구 주민 A 씨
 
CCTV가 한 대도 없는, 서울 금천구의 한 근린공원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주택 밀집 지역과 인근 학교가 연결된 등산로가 있는 공원인데, 평소 주민들이 많이 다니지만 CCTV를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이 공원 초입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 주민 A 씨는 "예전과 달리 최근엔 이 공원을 자주 찾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옷을 모두 벗고 지나가는 남자를 마주쳤다"며 "그 뒤로는 날이 밝고 사람이 많을 때만 종종 공원에 간다"고 했습니다.

강남권 공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파트 단지들 바로 옆 서리풀공원에는 입구에만 CCTV가 설치돼 있고, 계단을 오르자마자 사각지대가 시작됐습니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범죄에 취약한 곳이 된 겁니다.
 
서리풀공원엔 입구에만 설치된 CCTV

숫자 늘리면 해결될까…서울시 선택은 '지능형'

CCTV를 늘린다고 공원 내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범죄 예방에 분명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4대 한 세트에 2천500만 원에 달하는 설치 비용입니다. 특히 전력 시설과 거리가 먼 공원과 등산로에 CCTV를 모두 설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CCTV 숫자를 늘리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기계 숫자만 늘리면 경보를 알려줄 수는 있어도 피해를 예방할 수는 없죠. 경보가 울리는 순간 이미 피해는 발생한 거니까요. CCTV가 주는 정보를 활용해 순찰 인력들의 방범 행위가 이루어져야만 범죄 예방 효과가 커집니다."
-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
 
그래서 서울시는 그제(23일) '지능형 CCTV'를 확대해 효율적인 범죄 예방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능형 CCTV는 한 자리를 계속 배회하는 등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해 지자체 소속인 관제 요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관제 요원이 CCTV로 범죄 정황을 포착하면, 즉시 경찰과 공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산이 넉넉한 강남구에선 지난 9일 흉기를 소지한 남성을 발견해 사고 발생 전 검거했습니다.

방범 cctv 등산로

CCTV 설치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공원 내 CCTV 설치 관련 규정은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제19조 제2항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안전사고나 범죄 우려가 있는 지점에 주민 의견을 반영해 설치, 관리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 기준이 없어, 지자체별 예산 상황에 따라 설치와 운영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서울시도 아직까진 "지역 주민과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겠다"는 수준의 답변만 내놨습니다.

지능형 CCTV 설비를 구축하는 데엔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늘어나는 설비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찰·지자체·민간의 유기적인 협력 구조가 함께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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