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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묻지마 살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이상동기 범죄

✏️ 마부뉴스 네 줄 요약

· 일본은 1993년부터 무차별 살상 범죄에 대한 통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일본 법무성은 2013년에는 무차별 살상 범죄자 52명을 상세 분석해, 처지에 대한 비관, 사회적 고립, 경제적 빈곤 등의 원인을 파악해 냈습니다.

· 우리나라는 작년에 처음으로 무차별 살상 범죄와 같은 사건을 다루기 위한 '이상동기 범죄' TF가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통계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 전문가들은 처지 비관, 빈곤, 사회적 고립, 정신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상동기 범죄를 '묻지마 살인'으로 뭉뚱그려 지칭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합니다.

· 범죄 동기를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선 통계 조사와 실태 파악이 우선일 겁니다. 고립된 청년층을 파악하기 위한 '청년 삶 실태조사', 보건복지부의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는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스프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근 흉악한 사건 사고가 워낙 많았던 탓에 아무런 탈없이 잘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림역과 서현역에선 불특정 다수에게 칼을 마구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요, 신림동에선 알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강간 폭행해 사망케 한 일도 있었으니까요. 커뮤니티엔 우후죽순 테러 예고글이 올라오면서 무차별 살인 사건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런 무차별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워낙 최근에 사고가 많았기도 하고요, 관련해서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지, 또 우리가 혹시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를 데이터로 정리해 봤습니다.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묻지마 살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일요일 새벽, 20대의 한 남성이 인터넷 게시판에 무차별 살인 예고글을 작성했다. 커뮤니티의 다른 사람들은 관심병자라며 그를 조롱했고, 해볼 테면 해보라고 비난했다. 일요일 오후 12시, 그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가 무차별적으로 살상 사건을 일으켰다.

이후 이 사건을 모방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무차별 살인사건을 예고하는 글이 쏟아졌다.

기시감이 드는 사건이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그러니까 2008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무차별 살상 사건 이야기죠. 사건을 벌인 피의자는 카토 토모히로. 남성으로 당시 25살이었어요. 그는 인터넷에 올린 글대로 오후 12시 30분에 트럭을 몰고 아키하바라로 돌진했습니다. 그날은 마침 차 없는 거리로 운영 중이라 아키하바라에 사람이 많았어요. 트럭 사고가 나자 사람들은 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도와주러 모였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선의를 베푼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로 칼을 휘둘렀죠.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사형을 선고받았고, 작년 7월 26일에 형이 집행됐습니다.

아키하바라 사건의 범인이 글을 남긴 인터넷 커뮤니티는 2ch라는 사이트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일본 경찰은 2ch를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정부뿐 아니라 개개인들도 주요 커뮤니티의 범행 혹은 자살 예고글을 자동으로 수집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스프 마부뉴스
일본은 일찍부터 무차별 살상 범죄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경찰에서는 1993년부터 무차별 살상 범죄 통계를 관리했죠. 위의 그래프가 바로 일본 경찰에서 인지한 무차별 살상 범죄 건수 데이터를 나타낸 겁니다. 그런데 앞에 칸이 비어있죠? 2017년부터 현재까지의 최근 데이터는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일본 법무성, 경찰청 여기저기를 뒤져봐도 나오질 않아서 부득이하게 비워 두었습니다. 이 점 양해부탁합니다.

그래프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때는 2008년입니다. 이 때가 바로 아키하바라 사건이 발생했던 때고요. 평균 건수를 살펴보면 6.6건.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어떤 흐름이 있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갈수록 무차별 살상 사건이 늘어난다고 하기도 어렵고요. 1980년대 일부 경찰 통계와 언론 보도를 참고해 연구한 자료를 보면, 80년대의 무차별 살상 범죄 건수가 더 많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는 통계를 관리하는 것과 함께 범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무차별 살상 사건의 범죄자를 심층 분석하기도 했어요. 2013년 일본 법무성이 작성한 <무차별 살상 사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범죄자 52명이 어떤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우선 52명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5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연령대는 30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고요. 20대까지 포함하면 2030이 전체의 59.6%를 차지했습니다. 월 수입이 아예 없었던 경우가 절반을 넘었고, 대부분이 이성과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주목한 키워드는 3개로 정리가 됩니다. '처지에 대한 비관'과 '사회적 고립', 그리고 '경제적 빈곤'이죠.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무차별 살상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고, 관련된 제도와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더불어 이 세 키워드가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인 자살에 대해서도 집중했죠. 일본 정부는 무차별 살상 범죄와 자살 사건의 관계는 꽤나 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자살 방지 대책도 함께 정비했습니다.

관련 통계도 만들지 못한 우리나라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갈 길이 아주 멉니다. 작년에서야 경찰청에서 이런 무차별 살상 범죄에 대해 '이상동기 범죄'라고 명명하고 TF를 꾸렸으니까요. 경찰청은 이상동기 범죄가 되려면 3가지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설정했습니다. 먼저 피의자와 피해자가 어떠한 관련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조건은 범행 동기가 없거나 정상적이지 않아야 하죠. 마지막으로 범죄 행위가 전형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기준까지 만들어 두었는데 관련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연이어 무차별 살상 범죄가 발생하자 그제야 부랴부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사건 중 이상동기 범죄로 볼 수 있는 사건들을 추려서 발표하는 정도였죠. 경찰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모두 18건입니다. 경찰청은 18건의 사건 중 13건이 전과자에 의한 재범이라는 사실을 밝혔어요.

무차별 살상 범죄에서 전과자의 비율이 높은 건 국내 과거 연구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2014년에 발표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인 48명 중 전과가 있던 사람은 모두 36명으로 75%나 됐거든요. 물론 다른 결과도 있습니다. 2021년에 398건의 묻지마 범죄 판결문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땐 초범의 비율이 43.9%로 나와서 전과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았어요.

스프 마부뉴스
다시 데이터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사실 통계는 정책의 기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를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과 개발이 되어야 정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통계와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지만, 기초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순 없으니 마부뉴스에서는 경찰청에서 밝힌 조건 중에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2가지 조건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먼저 첫 번째 조건인 '범죄자와 피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볼게요. 대검찰청 범죄분석 DB 데이터를 통해 만든 위 그래프를 보면 살인범 중 면식범이 아닌 사람의 비율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94년부터 2021년까지 살인범 중 면식범이 아닌 비율은 평균 19.7%입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최근에는 살인범 자체도 줄어들고 있고 면식범이 아닌 범인의 비율도 감소하고 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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