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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 대법관 도덕성 논란…합법과 불법 사이

[월드리포트] 미 대법관 도덕성 논란…합법과 불법 사이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삼권 분립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특히 대법원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법적 판단의 최종적 권한을 쥔 곳으로, 사회적 정의와 이념, 가치를 결정합니다. 선출직인 경우가 없지 않지만 미 연방 대법원을 포함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 상당수 국가가 대법관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관은 2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하원의원이나 4년마다 바뀔 수 있는 대통령 등 입법, 행정 권력과 달리 종신제로 운영됩니다. 여론이나 정치적 영향으로 사법적 판단이 급격하게 변하는 걸 막아 사회적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호화 여행에 자가용 비행기, 요트까지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 없이 법적인 최종 판단 권한을 위임 받은 만큼 대법관은 그 능력에 걸맞은 도덕성을 요구받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대법원은 정권 교체 때마다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고 권위에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권위'라는 단어 자체가 구시대적으로 비쳐 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한 국가의 최종 판단 권한을 쥔 대법원이 그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할 경우, 그 판단 역시 존중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위상은 중요합니다.

삼권 분립 제도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 현직 대법관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공화당 후원자 등 부자 지인들의 지원을 받아 수십 차례 공짜 여행을 하거나 전용기를 이용하는 등 향응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는 토머스 대법관이 지인들로부터 바하마 요트 크루즈를 비롯해 최소한 38차례 여행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매체는 토머스 대법관이 신고하지 않은 향응 내역을 공개해오고 있는데, 이미 호화 여행을 다수 제공한 걸로 알려진 공화당 고액 후원자 할런 크로 이외에, 데이비드 소콜, 석유 회사를 소유했던 폴토니 노벨리 등으로부터도 접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토머스 대법관은 26차례에 걸쳐 개인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 이용했고 8차례 헬리콥터도 제공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프로나 대학 운동 경기 때 10여 차례 고가의 VIP 박스석 입장권을 받는가 하면, 플로리다와 자메이카의 호화 리조트에서도 묵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대법관 윤리 개혁에 관한 청문회 개최하는 상원 사법위원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앞서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고액 후원자인 할런 크로의 지원을 받아 전세계에서 호화 휴가를 보내고 인도네시아 등에서 요트 크루즈를 이용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개인 자택에 묵은 것은 신고 의무가 없지만, 비행이나 요트 크루즈, 고액의 스포츠 경기 티켓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호의…신고 의무 없다"

이에 대해 토머스 대법관은 친밀한 사이의 개인적 호의에 대해서는 법원과 관련이 없는 한 신고 의무가 없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대법원을 포함해 정부 고위 관료들은 매년 배우자를 포함해 자신의 금융 상태와 외부 소득을 신고해야 하지만 각 부처별로 규정이 상이합니다. 판사들의 경우, 업무와 관련된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게 금지돼 있는데 '개인적 호의'인 경우 예외로 간주됩니다. 문제는 면제 범위에 포함되는 선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결국 법관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토머스 대법관의 경우 국민적 지탄이 일고 있는 걸 보면 도를 넘은 걸로 판단됩니다. 당사자 해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토머스 대법관의 주장처럼 돈 많은 지인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호의로 베푼 것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능력만큼이나 도덕성이 생명인 대법관이라면 논란을 자초할 만한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도 정치적 색채를 띈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작지 않습니다. 임신 중지권, 소수 인종 입시 우대 등 민감한 판례나 정책에 대법원이 판단을 바꾸면서 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습니다.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 양심을 의심 받는 일은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대법원장 교체를 앞둔 우리 대법원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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