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여행에 자가용 비행기, 요트까지
삼권 분립 제도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 현직 대법관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공화당 후원자 등 부자 지인들의 지원을 받아 수십 차례 공짜 여행을 하거나 전용기를 이용하는 등 향응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는 토머스 대법관이 지인들로부터 바하마 요트 크루즈를 비롯해 최소한 38차례 여행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매체는 토머스 대법관이 신고하지 않은 향응 내역을 공개해오고 있는데, 이미 호화 여행을 다수 제공한 걸로 알려진 공화당 고액 후원자 할런 크로 이외에, 데이비드 소콜, 석유 회사를 소유했던 폴토니 노벨리 등으로부터도 접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토머스 대법관은 26차례에 걸쳐 개인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 이용했고 8차례 헬리콥터도 제공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프로나 대학 운동 경기 때 10여 차례 고가의 VIP 박스석 입장권을 받는가 하면, 플로리다와 자메이카의 호화 리조트에서도 묵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고액 후원자인 할런 크로의 지원을 받아 전세계에서 호화 휴가를 보내고 인도네시아 등에서 요트 크루즈를 이용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개인 자택에 묵은 것은 신고 의무가 없지만, 비행이나 요트 크루즈, 고액의 스포츠 경기 티켓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호의…신고 의무 없다"
결국 법관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토머스 대법관의 경우 국민적 지탄이 일고 있는 걸 보면 도를 넘은 걸로 판단됩니다. 당사자 해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토머스 대법관의 주장처럼 돈 많은 지인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호의로 베푼 것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능력만큼이나 도덕성이 생명인 대법관이라면 논란을 자초할 만한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도 정치적 색채를 띈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작지 않습니다. 임신 중지권, 소수 인종 입시 우대 등 민감한 판례나 정책에 대법원이 판단을 바꾸면서 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습니다.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 양심을 의심 받는 일은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대법원장 교체를 앞둔 우리 대법원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