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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미일 협의체…얻은 것 · 잃은 것 · 우려되는 것

[월드리포트] 한미일 협의체…얻은 것 · 잃은 것 · 우려되는 것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북아에 새로운 안보협의체가 탄생했습니다. 활동 범위는 동북아를 포함한 인도 태평양 지역은 물론 사안에 따라 전 세계가 무대가 될 걸로 보입니다. 3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가지 문건을 발표했습니다. 통상 공동성명 발표 정도가 전부인 다른 회의들과 비교하면 결과물만 봐도 일반적인 정상회의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미일, 쿼드 · 오커스 뛰어넘는 '협의체'

한미일 정상

발표 문건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주요 테마별 3국 간 협력의 공동 비전 및 원칙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협의체 창설 등 이번 회의의 주요 결과물을, 마지막으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은 위협 · 위기 상황 발생 시 3국 간 신속 협의 공약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각종 매체에서도 분석한 것처럼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입니다.

이 공약은 3국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하는 것을 약속하고 이러한 협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메시지를 동조화하는 등 대응 조치를 조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3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 또는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자유를 보유한다고 적시해 '의무'가 뒤따르는 동맹 공약이나 집단 방위 공약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 출범하게 된 한미일 협의체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로 운영돼 온 다른 협의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인도, 호주, 일본이 참여하는 쿼드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가 러시아 제재에 불참하면서 사실상 빛이 바랬고, 미국, 영국, 호주로 구성된 오커스 역시 정보 공유를 제외하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제한적 역할에 국한되는데 반해, 이번에 발표된 한미일 협의체는 '위기 시 협의'라고 규정해 사실상 협력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국이 유일 패권 경쟁국으로 지정한 중국과 세계 2위 군사 대국인 러시아를 직접 겨냥해 강도 높은 문구를 공동 성명에 직접 포함시켰습니다. 기존 한미일 협력이 북한 위협 대응에 집중돼 있었다면 새롭게 탄생하게 된 협의체는 동북아를 포함한 인도 태평양 지역은 물론 사실상 전 세계 이슈에 공동 대응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협의체가 될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동 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선 인도 태평양 지역 내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반대와 항행-비행의 자유 같은 중국 겨냥 문구가 북한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문구 보다 앞쪽에 배치됐습니다.

얻은 것

김정은, 한미연합연습 기해 해군 시찰ㆍ순항미사일 발사 참관

먼저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가 한층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간 한미일 협력의 주 대상이었던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미일은 한미-미일 간 협력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한미일 정상회동 당시, '미국과는 동맹이지만 일본과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했던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중국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마다 득실이 있겠지만 일단 득으로 본다면 북한 대응에 있어 한미-미일이 따로 하는 것보다 한미일이 서로 직접 소통하고 대응할 경우 분명 시너지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확장 억제 측면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에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 안보와 기술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한미일이 안보 협의체로서뿐만 아니라 경제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제도화된 협의의 틀을 갖추게 됐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조기경보체제 구축이나 국가 연구소 간 협력을 통한 세계 기술 표준 채택 등 우리 독자적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한미일이라는 공조의 틀을 바탕으로 도모해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또 기술은 미국에, 소재나 장비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이런 협력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단 분석입니다.

잃은 것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가장 큰 손실은 중국과의 관계 훼손입니다. 가뜩이나 미국의 각종 제재와 압박으로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하게 됐다는 점이 더욱 부담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한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타이완 문제 등으로 중국을 무차별 공격하고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영 매체의 반응은 보다 노골적입니다. 먼저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정학적 분열로 인해 (한중일) 3국 사이에 발생한 불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한일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용 견인차가 돼 더 강하게 결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함에 따라 지역 내 경제·무역 협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글로벌 산업 공급망 통제력과 세계 경제·과학·기술·시장점유율 지배력을 확실히 하려면 중국의 발전을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구조와 배치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미일과의 공조를 통해 첨단 제품 생산에서 앞서간다 해도 주요 판매처인 중국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빌미로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정작 물건을 만들고도 팔 곳이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미국이 없으면 물건을 만들 수 없고, 중국이 없으면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는 바로 그 역설적 상황입니다. 경제구조나 지정학적으로 한일 두 나라와 대치할 경우 중국 역시 일부 피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입을 타격과는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러시아 상황도 이와 비슷할 걸로 예상됩니다. 공동성명에서 한미일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만큼 러시아 역시 어떤 식으로든 반발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지난해 3월 유엔에서 찬성 141, 반대 5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실제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한국, 일본 등 일부에 그쳤습니다. 명분에는 동감하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국익 차원에서 제재 동참까지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제재 동참 이후 러시아에게 비우호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성명은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공동성명에서 직접 견제 대상에 오르면서 북한 문제 해결에 이들 나라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단 분석입니다. 아니 협조를 얻기 어려워진 정도가 아니라 북중러, 세 나라 간 밀착이 가속화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에 나선 건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립무원인 러시아가 미사일 등 첨단 무기 개발 지원을 대가로 북한과 더욱 밀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우려되는 것

중국군 타이완 주변서 군사훈련 (사진=동부전구 위챗 계정 캡처, 연합뉴스)

안보 측면에서 가장 큰 우려는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타이완 해협에서 위기가 고조될 경우 '즉시 협의'를 통해 우리도 여기에 반 강제로 발을 담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최종안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백악관은 정상회의 하루 전 실시한 브리핑에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과 관련해 '의무'(duty)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3국 정상이 3국 중 어떤 나라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상황이나 위기가 발생할 경우, 우리가 '협의할 의무'라고 부르는 것(what we would call a duty to consult)을 서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협의 의무를 거론한 당시 브리핑에서도 동맹 공약이나 집단 방위 공약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긴 했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외교 무대에서, 그것도 북핵 위협 속에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비록 '의무'라는 말이 빠지긴 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나오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중국 견제에 적극적인 일본이 타이완 문제에서 미국과 공조에 나설 경우, 한미일 협력 체제에서 우리만 발을 빼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자국 안보 이익 또는 주권 수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자유를 보유한다고 적시한 만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져야 하는 부담 또한 명확합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이런 3국 간 협력이 제대로 실현될지 여부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물은 의회의 승인을 거친 조약이 아닙니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에 따라 일본 관련 정책은 진폭이 큽니다. 일본도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한국 때리기'가 종종 등장합니다. 미국 역시 정권 교체 시 외교 노선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그간의 전례로 볼 때 중국과의 균형외교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과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단 뜻입니다.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우리만 정책 변화로 한미일 협력 구도에서 이탈한다면,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됩니다. 민주국가에서 선거에 따른 정책 변화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 신뢰도 추락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큰 틀의 외교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득(得)이 실(失)되고, 실(失)이 득(得) 될 수도

한미일 정상회담

앞에서 득실과 우려를 짚어봤지만 사실 이 또한 상대적인 일입니다. '득(得)'이라고 했던 한미일 간 시너지도 사실 뒤집어 보면 미국 의존도를 키워,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에 더욱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 '실(失)'이라고 짚었던 중국 반발의 경우, 오히려 이번 정상회의가 중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정책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단 전망도 있습니다. 즉, 중국이 한미일 결속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핵과 경제협력에서 한국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겁니다.

우려되는 '원치 않는 분쟁 개입' 문제도 그렇습니다. 타이완 유사시 미국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주일 미군과 주한 미군을 동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동맹 관계인만큼 주한 미군을 차출할 경우 당연히 우리와도 상의를 하겠지만 형식적 통보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이 작동한다면 적어도 타이완 유사시 주한 미군뿐 아니라 주일 미군 동원 계획까지 전체적인 상황을 두고 협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의견을 반영할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 되겠지만 앞서 따져본 득실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얻은 것, 즉 국익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여야에 따라 다르고 언론사마다 다르며 정부 관점인지 아닌지에 따라 또 다르다고 합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우리의 득실'이라고 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언론이니 만큼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국익'이라는 표현을 쓰기보다 객관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국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통된 국익조차 없는 나라라면 국가로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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