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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테라 · 루나' 수사팀, 법원에 美 판결문 3건 낸다…모두 "코인 증권성 인정"

[취재파일] '테라 · 루나' 수사팀, 법원에 美 판결문 3건 낸다…모두 "코인 증권성 인정"

국내 1호 '코인 증권성' 재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가 코인의 증권성을 인정한 미국 지방법원 판결문 3건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남부지검 합수부는 지난 4월 25일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특경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재판은 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에서 진행 중입니다.

코인에 증권성이 있는지는 유·무죄를 가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증권성이 인정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아직 코인의 증권성을 판단한 국내 판례는 없습니다. 지금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테라·루나 사건이 '1호 사례'로 앞으로 이어질 코인 재판들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리플' 등 미국 판례 보면…"코인도 증권성 있어"

미국 연방대법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수사팀이 재판부에 제출할 해외 판례들을 살펴봤습니다. 가장 유명한 '리플 판결'과 비교적 덜 알려진 LatiumX 코인 판결, ATB 코인 판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법원은 일관되게 코인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거래 방식에 따라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먼저 가장 유명한 리플 판결입니다. 지난달 13일 이 판결이 나온 뒤 코인 발행사인 리플랩스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은 "법원이 XRP(리플랩스 발행 코인) 자체가 증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XRP에 증권성이 없다는 오해를 빚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증권이 아니라는 말과 증권성이 없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판결문을 보면 XRP가 곧 증권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XRP가 증권의 요건을 갖추는 경우를 명시해 코인에도 증권성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XRP 시가총액은 8일 현재 42조 원 규모. 코인 시장 전체 4위.
 

증권성을 결정하는 3가지 요건

2020년 12월,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리플랩스가 연방증권법을 위반했다며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기소했습니다. XRP가 '투자계약증권'임에도 등록 절차 없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는 겁니다. 연방증권법 5조에 따르면, 증권을 판매하려면 반드시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을 거쳐야 합니다. 리플랩스는 등록 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XRP는 투자계약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등록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대법원 판례에 따라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① 돈이 투자되고 ② 그 돈이 공동의 사업에 쓰이고 ③ 3자의 노력으로 인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른바 '하위 테스트(Howey test)'라고도 불립니다. 이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상품은 투자계약증권으로 봅니다. 투자계약증권이 연방증권법에 저촉된다면 처벌할 수 있습니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XRP의 거래 형태를 세 가지로 나누고 증권성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구분했습니다. 첫 번째는 리플랩스가 개인과 기관에게 직접 7억 2,800만 달러어치의 XRP를 판매한 계약입니다. 법원은 이 계약이 하위 테스트의 세 조건을 만족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증권성을 인정한 겁니다. 법원은 ①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돈이 ②XRP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동의 사업에 쓰였고 ③리플랩스의 노력으로 투자 수익이 날 것을 기대해 계약이 성립했다고 봤습니다. 특히 ③번 요건이 쟁점이었는데, 법원은 리플랩스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XRP의 가치가 상승할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보고서에 리플랩스의 사업 기여 및 공시로 인해 XRP의 가격이 상승했다고 직접 밝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미 풀린 XRP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경우였습니다. 법원은 이 경우에는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XRP 구매자는 판매자가 누군지 알 수 없고 구매 대금이 리플랩스로 들어갔는지, 코인을 판 개미에게 갔는지 알 수 없다고 법원은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구매자가 리플랩스의 노력에 따른 수익을 기대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③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계약증권이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세 번째는 열심히 일한 리플랩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XRP를 지급하는 등 3자에게 양도하는 '기타 유통'의 경우였습니다. 이 경우는 돈이 오가지 않으므로 ①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계약증권이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일반 투자자에게 별로 중요한 쟁점은 아닙니다.

다른 두 건의 판결도 판단의 틀은 똑같았습니다. 2018년 12월 10일, 뉴저지 지방법원은 이미 LatiumX 코인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듬해인 2019년 3월 31일, 뉴욕 남부지방법원도 ATB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증권성이 있다고 본 이유는 XRP 판결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LatiumX 코인과 ATB 코인은 XRP처럼 널리 유통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법원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경우와 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 대해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XRP 사례의 첫 번째 경우, 즉 발행 초기 회사가 홍보를 통해 직접 코인을 판매한 경우에 대해서만 판단했습니다. 다른 두 거래 형태는 아예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이 두 판결에서는 코인 회사가 전부 패소했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유통 중인 코인에는 증권성이 없다고 본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판결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식으로 비유하면, 삼성이 최초 발행한 삼성전자 보통주에는 증권성이 있지만 이후 유통된 삼성전자 보통주에는 증권성이 없다는 다소 생경한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통 중인 주식을 사는 사람은 회사의 노력에 따른 수익을 기대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 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 중인 주식도 대개는 그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삽니다. 우리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미국 증권성 판례'에…우리 법원 해석 주목

정리하면, 미국 법원은 판매 형태에 따라 코인에도 증권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초기에 '발행사가 유망하다고 홍보하며 판매한 코인은 증권성이 있다'고 본 판결은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코인이든 반드시 그런 시기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증권법을 어기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달 리플 판결은 리플랩스의 일부 승소가 아니라 일부 유죄라고 하는 편이 더욱 옳은 설명입니다. 이 3건의 판결이 국내 재판에 인용된다면 테라·루나의 증권성도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복잡한 법입니다. 하지만 상식에 비춰보면 단순합니다. 코인이 정말 거래 가치밖에 없는 화폐에 불과하고 증권의 성질을 갖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할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누구나 큰 수익을 기대하고 코인을 삽니다. 수익성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실체도 없는 전자정보를 돈과 바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코인에게 증권성은 생래적인 것 아닐까요. 우리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지 기대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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