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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 3대 핵전력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에 탑승하다 (취재파일)

미국의 '3대 최종병기'이자 '3대 핵전력'으로 불리는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이 42년 만에 한국에 기항했습니다. 전략핵잠수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폭격기와 더불어 미국의 3대 핵전력 중 하나입니다. SBS가 한국 언론 최초로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의 내부를 취재해 독점 공개합니다.
▶ [단독] '최강'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 극비 내부 공개 (7월 20일 SBS 8뉴스)
 

① 컨트롤룸 : 24시간 핵 발사 명령 대기

부산항 입항 켄터키함 극비 내부 공개

SBS 취재진에 가장 먼저 공개된 곳, 켄터키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컨트롤룸입니다. 잠수함이 상승할지 하강할지 부력과 방향 속도를 결정하는 곳입니다.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의 대표 장비인 외부 위협 요소를 탐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음파탐지기, 소나를 조종하는 곳도 바로 이곳입니다.

전 세계 인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가진 공간이기도 합니다.
 
엠버 코완 | 켄터키함 부함장
우리의 안테나는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어떤 전략적 메시지라도 하달받을 준비가 돼 있는 것입니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에 하나 미국 대통령이 핵 버튼을 정말 누르겠다고 결심한다면 그 명령을 하달받고 또 실행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② 히로시마 1,600배…포세이돈의 삼지창 '트라이던트2'

켄터키함이 탑재할 수 있는 핵탄도미사일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삼지창이라는 뜻의 트라이던트2입니다. 켄터키함 갑판엔 24개의 덮개가 덮여 있습니다. 1번부터 24번까지 숫자가 적혀있는데 트라이던트2 미사일이 실제 장착되고 발사되는 공간입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 취재
김아영 | SBS 기자
저희가 수직 발사 시스템 바로 위에 서 있는 것이죠?

크리스 캐버나 | 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네. 미사일관 중 한 곳에 서 있는 것입니다.
 
트라이던트2에는 핵탄두를 14개까지 실을 수 있는데 최대 사정 거리가 1만 2,000km에 달합니다. 서울에서 미국 LA까지 비행 거리가 대략 1만 1,300km니까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 캐버나 | 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각각의 미사일은 여러 표적을 겨냥하는 탄두를 실을 수 있습니다. 4천 해리(7,360km)를 닿을 수 있습니다.
 
전략핵잠수함이 미사일 24발을 모두 장착하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6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집니다. 실제론 전략무기 감축 협정으로 20개까지 실을 수 있습니다. 20개가 됐든 24개가 됐든, 잠수함 한 척으로 국가 하나 정도는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막강한 파괴력을 가지는 겁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 취재

켄터키함장은 다만 핵탄두 싣고 왔느냔 SBS의 질문엔 NCND, 원론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랜디 파이크 | 켄터키함장(미 해군 중령)
우리는 항상 전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켄터키함의)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해드릴 수 없습니다.

모호한 답변, 이유는 있습니다. 상대방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억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원칙입니다. 핵이 실제로 있고 없는지를 때마다 확인해주는 건 역설적으로 전략핵잠수함의 가치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것이 무엇이든 명령을 이행할 준비는 항상 되어 있다는 설명입니다.
 
앰버 코완 | 켄터키함 부함장
우리는 시스템을 적절히 변경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함과 함께 명령이 내려지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켄터키함 내부 촬영, 취재

③ 머리맡에 핵미사일…승조원 침실

켄터키함의 승조원들은 크게 두 팀, 골드와 블루팀으로 나뉩니다. 교대로 작전에 나서는데 통상적으로는 70일 주기로 교대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들은 골드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자란 기억이 있는 한국계 승조원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벤 리 | 켄터키함 승조원(미 해군 중위)
어머니께도 이곳에 온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을 아시면 매우 자랑스러워하시고, 또 기뻐하실 겁니다.

엠버 코완 부함장은 미 해군이 여군에 잠수함을 개방했을 당시 처음 그 장벽을 넘어선 인물이란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랜디 파이크 | 켄터키함장(미 해군 중령)
여성이 잠수함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약 10년 정도 됐죠. 이 잠수함에도 여성이 간부로서 탑승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미 해군 잠수함에서 복무한 최초의 여성 중 한 명입니다. 매우 성공적입니다.

이들이 숨 쉬고 먹고 잠드는 일상의 공간은 모두 트라이던트2 미사일과 거의 붙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표현 그대로 핵탄두를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죠.

켄터키함 내부 촬영, 취재
치미 제이콧 | 7잠수함전대 사령관(미 해군 대령)
미사일 바로 옆에서 자고 있다는 것은 거의 잊어버리게 되죠. 돌아보시면 거대한 관이 있는데 그 안에 전부 미사일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햇빛도 볼 수 없는 쉽지 않은 잠수함 생활이지만 소소한 일상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벤 리 | 켄터키함 승조원(미 해군 중위)
승함을 위해 매우 길고 탄탄한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6개월 됐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음식이 훨씬 더 맛있습니다.
(어떤 메뉴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매주 일요일에 나오는 칙필레 샌드위치(미국의 유명 치킨버거)요.
 

④ 들렀다만 갔다?…켄터키함 기항 진짜 의미

켄터키함

그런데 이번 기항의 효과, 사실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북 억제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부산에서 평양까지는 기껏해야 550km. 실제 상황에서 공격, 방어 여부만 따진다면 한국을 찾는 것은 비효율적인 게 사실입니다. 굳이 찾지 않더라도 타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40년 이상 한반도를 찾은 적이 없던 전략핵잠수함이란 점에서 북한이 거칠게 반발할 것은 너무도 명백한 수순이었죠.

실제로 북한은 국방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전개는 자신들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한다며 위협 수위를 높인 상태입니다.
 
차두현 |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얘기는 자기네들이 이거 계속하면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받아치는 거죠. 그런데 바로 이 자체가 북한이 상당히 스트레스받는다는 걸 방증하고 있는 걸 수도 있죠.

전략핵잠수함의 특성상 중국과 러시아까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역효과가 더 크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미국도 대중 견제 포석도 있다는 시각 굳이 부인하지는 않고 있죠.
 
크리스 캐바나 | 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어떤 적에 대해서도 해저에서 대항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확신합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을 전부 포함해서 자신 있나요?)
어떤 적이든 자신 있습니다.

이번 기항 자체가 워낙 특이한 사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켄터키함 측은 내부를 공개했지만 직전 동선과 직후 동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은닉성을 기반으로 하는 잠수함의 운영 원칙을 재확인한 건데 그만큼 부산항에 공개적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메시지라는 겁니다.

어떤 메시지인지는 켄터키함 기항 사실이 공개된 날짜를 따져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한미가 핵협의그룹, NCG를 출범시킨 날이었죠.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담은 '워싱턴선언'의 결과물이 바로 NCG와 이 전략핵잠수함 전개입니다. 결국 대북 압박,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견제 목적도 있지만요, 한국을 향한 확장억제 약속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커 보입니다.

확장억제의 개념은 동맹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미국이 켄터키함과 같은 핵무기도 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핵 억제 능력을 보장해 주고 스스로 핵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죠.

켄터키함은 기항 기간 한국과 합동훈련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해역에서 그 모습을 공개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메시지가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 핵잠수함 켄터키함 승함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 (사진=연합뉴스)
미 핵잠수함 켄터키함 앞에서 격려사 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는가. 1961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던진 유명한 질문이죠. 한국 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핵 무장 주장까지 제기되자 외신들은 이걸 한국판 드골의 의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이 이번 조치는 그 의심, 걷어내란 메시지나 다름없습니다.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켄터키함을 이곳 부산으로 기항하게 한 워싱턴선언은 한국의 NPT 의무 준수가 그 전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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