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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박쥐 들어온 줄"…환기 설비 쓰다가 더 나빠졌다

<앵커>

코로나를 겪으면서 실내 공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환기 설비가 설치돼 있어도 이걸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실내 공기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내용 심우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부 손율이 씨는 최근 집안을 청소하다 깜짝 놀라는 경험을 했습니다.

[손율이/서울 송파구 : 박쥐가 집에 있는 줄 알았어요. 먼지가 거의 종유석처럼….]

환기구를 열어보니 그 정체는 끈적끈적한 먼지 덩어리.

환기 시설 때문에 오히려 가족들의 건강을 해칠까 걱정돼, 서둘러 새 시설로 교체했습니다.

원주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이웃 아파트 주민들은 2년 넘게 분진과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형수/원주시 지정면 : 청소를 해도 해도 계속 이렇게 어제 비가 와서 지금 좀 씻겨 내려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금 참고 사는 거죠.]

무더운 날에 창문조차 못 여는 상황.

전열 교환기라는 환기시설의 필터를 자주 교체하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새집증후군이 문제가 된 2006년, 서른 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지을 때 환기 설비가 의무화 됐고 대부분의 아파트에 전열교환기가 설치됐습니다.

[이윤규 박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 밖으로 나가는 공기하고 실내에 들어오는 공기를 서로 직접 섞이지 않고 교차시켜서 그때 열교환을 시키는 거예요.]

하지만 현재 설치되는 전열교환기 성능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환기 시설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윤규 박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 분양가 제한 때문에 저가, 법 기준 만족하는 제일 싼 거 이러다 보니까 자꾸 성능이 안 좋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법 기준만 간신히 만족하는 제품들이….]

얼마 전 이사를 한 이정선 씨도 탁한 실내 공기질에 집안을 살펴보다 고장 난 전열교환기를 발견했습니다.

새 집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과 걸러지지 않은 외부 공기가 계속 실내에 쌓이고 있던 겁니다.

[이정선/인천 서구 : 이게 아파트 전체에 들어가 있는 거잖아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설치를 한 게 아니라….]

나쁜 실내 공기는 영유아나 노인들에게 특히 치명적입니다.

미세먼지나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걸러낼 수 있는 환기시설 관련 규정의 강화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법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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