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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가게 따라했다" 소송전…법원, 판단 기준은?

[취재파일] "우리 가게 따라했다" 소송전…법원, 판단 기준은?
최근 자영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장 인테리어나 영업 방식 등을 놓고 "우리 가게를 베꼈다"며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쟁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상대가 우리 가게를 그대로 모방해 영업하고 있으니 법원에서 이걸 좀 막아 달라는 겁니다.  SBS는 지난 2월 유명 쌀국수 프랜차이즈 업체 A사가 다른 쌀국수 프랜차이즈 업체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적 있습니다. 자신들의 고유의 인테리어와 외관, 영업 방식을 B사가 그대로 모방했다며 소송을 낸 건데 최근 법원은 A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면서 B사를 향해 A사를 따라한 외부 장식, 인테리어 디자인을 모두 폐기, 수정하라고 결정했는데요. '상표나 특허를 베낀 것도 아닌데 인테리어나 외관을 따라했다고 문제가 되는 건가?' 이런 의문들이 생기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가게를 따라했다", "대박 가게를 베꼈다" 같은 일련의 소송전에서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까요?

자영업 경쟁 영업표지 모방 논란

가게 전체적 외관, 이미지도 보호 대상?…"주지성·고유성 등 조건 충족돼야"


실내 장식이나 간판 등 전체적인 외관, 그리고 서비스 제공 방법. 법정에선 이런 걸 일명 '트레이드 드레스' (trade dress)라고 부릅니다.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상품이나 업장의 고유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외관 그리고 독특한 특징들을 의미하는데요. A사가 제기한 소송도 상대 업체가 자신들의 고유한 트레이드 드레스를 베꼈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1) 가게 이름을 한자 표기해 붓글씨체로 적은 목재 간판 2)일본식 나무 간살창을 덧대 만든 특유의 외관 3) 작은 목재 가옥 형태로 만든 키오스크 목재함 4) 매장 내부의 일본식 카운터식 구조와 목재 소스 받침대, 그리고 머리끈걸이. 이 모든 게 A사가 10년 가까이 만들어 사용해온 고유의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A사는 B사의 내외부 사진 등을 법원에 제출했는데, B사의 모방 행위로 인해 소비자들이 혼동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이 같은 트레이드 드레스를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무단으로 장식이나 간판, 외관 등을 도용하는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지난 2018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기존의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 표지' 범위에 '트레이드 드레스', 즉 '전체적 외관이나 이미지'를 명시적으로 추가해 보호 범위에 포함되도록 명문화한 거죠. 

그렇다고 무조건 보호 받는 건 아닙니다. 업체가 주장하는 자신들만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1) 과연 고유하다고 할 수 있을지 2) 얼마나 널리 알려져 있는지 (주지성) 3) 해당 업체의 상품이나 매장이라는 걸 상당수가 쉽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식별력을 갖추고 있는지 4)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모방 행위로 인한 혼동, 그리고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5) 고유의 특성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노력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데요. 이 때문에 B사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A사 인테리어나 외관은 음식 시장에서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유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A사 주장에 따른다면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했습니다. 

법원

하지만 결론적으로 법원은 A사 인테리어와 전체적 외관, 영업 방식의 고유성과 주지성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A사 매장 이전에는 한자로 표기된 간판, 일본풍의 외관이나 분위기를 갖춘 베트남 쌀국수 음식점은 없었던 걸로 보이고, 현재도 B사 가맹점 이외엔 같은 유형의 음식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사가 10년 가까이 이러한 외관과 인테리어, 영업 방식을 꾸준히 사용해왔고, A사의 가맹점 개수와 매출액 증가율, 월간 검색량 등을 봤을 때 주지성도 인정된다고 평가했습니다. A사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자신들의 블로그나 SNS에 A사 매장 외부 장식이나, 인테리어 등에 대한 글을 상당수 올렸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A 사 측을 대리한 부장 판사 출신 구민승 율촌 변호사는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외에도 전체적인 외관 등으로서 종합적인 영업표지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력과 비용, 시간의 투입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음식점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특정 매장이 큰 인기를 얻게 되면, 타인의 제품(음식), 서비스, 매장 인테리어 등을 모방하여 유사한 영업을 하는 것이 관행처럼 만연하고, 현실적으로 서비스 또는 매장의 각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결합해 그 매장의 식별표지로서 인식된다는 점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트레이드 드레스의 모방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사례도 많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구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는 특히 A사가 다른 기존의 쌀국수 음식점들과는 차별화되는 고유의 영업표지를 가진다는 점과 상대방이 A사 영업표지의 각 요소들을 결합하여 전체적으로 모방하였다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 신청취지의 대상이 되는 영업표지의 범위를 면밀히 검토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데 큰 노력을 들였다"며 "식별력과 주지성, 영업표지 사이의 일반 수요자의 오인, 혼동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언론보도 자료 및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게시글 등을 최대한 확인하여 다양한 자료를 수집 제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결정으로 인하여 앞으로 관련 업계에서도 타인의 고유한 영업표지를 아무 의심 없이 모방하는 세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딱 보면 연상이 되나?'…'얼마나 널리 알려졌는지' 입증이 관건 


이처럼 전문가들은 특히 '주지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이러한 소송전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인테리어나 전체적 외관의 고유성이 정말 소비자들 사이에서 해당 업체 매장을 딱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인식됐냐는 거죠. '주지성'이 인정되지 않아 소송에서 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례로 과거 광주의 한 흑돼지 음식점 프랜차이즈 업체가 메뉴판과 외관 등을 도용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음식점 영업을 시작한 게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고, 원고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상호나, 전체적 외관 등이 광주 지역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업 표지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주지성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

그렇다면 법원이 이걸 어떤 식으로 판단할 지도 중요할 겁니다. '주지성이 있다, 없다'는 기준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쪽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바로 '해운대암소갈비집' 사건입니다. 과거 부산의 유명 식당인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서울 용산구에서 같은 상호로 영업을 하던 한 음식점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사례인데요. 상대 업체가 똑같은 상호, 유사한 디자인의 간판, 동일한 대표메뉴와 불판 등을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은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 그리고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뤄진 상호이기에 '식별력'이 미약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선 그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당시 '해운대암소갈비집' 측 대리인은 재판부에 설문조사 결과를 주된 변론 자료로 제시했는데요.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역 유명 맛집이 서울 분점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방문 의사가 매우 높고, 서울에 위치한 상대 업체를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집' 분점으로 오인, 혼동하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걸 설문조사 결과와 통계를 내세운 거죠.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며 상대 업체의 상호 사용은 금지됐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전문가로 꼽히는 이규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설문 조사인데 소비자, 수요자를 어떻게 정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화장품의 경우엔 화장품의 타깃층이 20대라면 20대를 정해서 진행해야 할 거고, 제품이 만약 선크림이라면 해변 도시에 있는 수요자를 설정한다든지 표본을 어떤 식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주지성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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