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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대사가 이렇게 선을 넘기도 하나요?

스프 핫스프(싱하이밍)
"중한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습니다."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그런 베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반드시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의 대중무역적자 확대, 한국이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일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들입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논란의 여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마치 미국의 편에 서면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경고처럼 들려서, 대사로서 선을 넘었단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대사가 주재국 정부를 향해서 이런 선 넘는 말을 하는 것, 흔치 않습니다. 대사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사절이지만 기본적으로 본국의 훈령, 그러니까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공무원이거든요. 물밑에서 외교적 교섭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일이 주된 역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사 스스로가 논란이 될 만한 민감한 메시지를 공개석상에서 내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대사는 두 나라의 가교인 건 물론이고, 소통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보루와 같은 상징성을 갖습니다. 나라끼리 단교를 하면 대사관을 철수하지만, 단교 직전, 그러니까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는 대사를 소환합니다. 2년 전 리투아니아가 자국 내에 대만 대표처를 설치하기로 해서 중국이 반발한 적 있는데요. 그때도 중국 정부가 처음 꺼내든 강경 조치가 바로 주리투아니아 중국 대사를 소환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대사의 상징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대사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주재국에서 본인 발언이 논란이 되면 일하기 가장 힘들어지는 당사자가 바로 대사 자신입니다. 그러니까 대사들은 물밑에선 치열하게 다투더라도 공개 석상에선 자칫 내정 간섭처럼 들릴 수 있는 민감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대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되는지, 그 무게감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떤 대사는 본인이 습격을 당한 직후에 나선 첫 공식 회견에서조차 이렇게 교과서적인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같이 갑시다!"

-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그렇다면, 선 넘는 말을 한 대사는 싱 대사가 처음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2005년에 한 패기 넘치는 주한 일본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외국 기자들을 불러 놓고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다케시마(독도)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일본 땅이다."

- 다카노 전 주한 일본대사  


결과는? 예상하신 대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항의한 건 물론이고요. 여러 시민 사회단체들이 관을 짜고 화형식을 하는 등 대사관 직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격렬하게 항위 시위를 했습니다. 이렇게 국민적 반감이 계속 심해지자 일본 정부는 일시적으로 그 대사를 소환하기에 이르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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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대사관 담장을 오르는 모습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대사가 또 있는데요. 바로 해리스 전 주한 미 대사입니다. 해리스 대사는 당시 한국 정부가 추진하던 북한 개별 관광 구상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대사로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악화된 여론 속에 인종 차별 논란, 미 대사관저 침입 사건까지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대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논란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싱 대사는 이런 사례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굳이 논란의 발언을 했던 걸까요?

그 답은 지난해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5개의 요구를 내밀었는데요. 곧이곧대로 옮겨보자면 이런 요구 사항들이었습니다. 
 
1. 마땅히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2. 마땅히 근린 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

3. 마땅히 개방과 협력을 견지해 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

4. 마땅히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상호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5. 마땅히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준수한다. 

음. 좀 어렵죠? 이걸 좀 쉽고 간단하게 바꾸자면 이런 말입니다. 
 
1. 미국 편들지 마라.

2. 사드 추가 배치 등 하지 마라.

3. 미국 공급망 재편에 동참 마라. 

4. 타이완 문제 간섭 마라.

5. 미국 중심 질서에 편승 마라.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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