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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발렌시아가 룩' VS 'H&M 룩'이 보여주는 계층화된 세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이 순간'

한 순간의 감동은 때때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주형 논설위원의 '이 순간[The Moment]'은 영화 등 예술 작품 속의 인상 깊은 장면을 통해 작품이 관객과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앵글로 들여다보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스프 더모먼트
지난해 제75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은 호화 유람선에 탑승한 인간 군상의 천태만상을 통해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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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에 나선 유람선의 맨 위 층은 상위 0.1% 부자들이 활보하는 공간입니다.
 
베라(탑승객) : 이런 인생을 타고 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나도 이유가 뭔지 궁금할 뿐이야. 인생 참 불공평하지. 우린 평등한데 말이야.

승무원 : 옳은 말씀이세요.

베라 : 모두 다 평등하지.

유람선의 중간층은 부자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들이 기거하는 곳이죠.
 
(승무원 미팅 중) 사무장 : 언제나 이렇게 응대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네 고객님!

맨 아래층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공간은 청소부와 노동자들이 일하고 쉬는 곳이죠.
 
애비게일(필리핀계 청소부) : (객실을 노크하며) "청소해 드릴까요?"

칼 : 괜찮아요.

애비게일 : 30분 뒤에 올까요?

칼 : 더 이따가 오세요.

애비게일 : 네, 한 시간 후요?

야야(짜증 섞인 목소리로) : 그냥 나중에 올래요?

애비게일 : 나중에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그런데 말입니다.

갑판을 닦는 노동자든, 업무 중 잠깐 짬이 난 승무원이든, 총을 든 경비원이든, 춤추는 승객 앞에서 모른 척 일하는 바텐더든, 멋진 휴가를 즐기는 탑승객들과 달리 반쯤은 넋이 나간 모습들입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에드워드 호퍼 그림 속의 고독하고 공허한 현대인이 보입니다.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는 이 영화의 많은 장면에서 승무원과 노동자들의 머리를 프레임 밖에 두거나 이들을 주요 피사체로 취급하지 않는 미장센으로서 승무원과 청소원 같은 이들이 유람선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냅니다.

이 영화의 '더 모먼트', '이 순간'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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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여자 친구 야야가 협찬을 받아서 함께 유람선에 탈 수 있게 된 칼은 부자도 아니고 잘 나가는 모델도 아닙니다.

패션쇼 오디션에 참가한 칼은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발렌시아가를 입었을 때와 중저가 브랜드 H&M을 입었을 때 각각 그에 맞는 표정을 지어보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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