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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간절한 당신에게《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feat. 최인아 작가 인터뷰) [북적북적]

지금 간절한 당신에게《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feat. 최인아 작가 인터뷰)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83 : 지금 간절한 당신에게《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feat. 최인아 작가 인터뷰)
 
한 사람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일을 열심히 잘하고 싶은데 주변의 공기는 그렇지 않아서 헷갈리고 자신 없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당신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열심을 내어 뭔가를 하는 것은 소용없는 게 아니라 축복 같은 거라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오늘 [북적북적]은 특별합니다. 저자와의 인터뷰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책의 첫 장을 열었을 때, 저 자신부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책과 함께 저자와의 대화까지 나눌 수 있게 돼서 이 [북적북적]은 한층 풍성한 '특대호'라고 말씀드려도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최인아책방의 마님'. 최인아 대표가 지난 4월 말, 31년 만에 생애 두 번째로 세상에 내놓은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오늘 함께 읽습니다. 1시간 남짓 저자와 나눈 인터뷰는 이 낭독에도 부분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유튜브 영상으로 6월 7일에 SBS뉴스 비디오머그 채널에 업로드됩니다. '특대호'니까, 일주일에 걸쳐서 하나씩 펼쳐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압니다. '애쓰지 말고 열심히 하지 말자'라는 주장이 대세가 된 시대에 열심히 하자는 제 말이 얼마나 꼰대같이 들릴지. 하지만 이만큼 살아보니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희소하고도 귀한 자원이었고, 시간을 대하는 맞춤한 태도는 결국 '열심'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책이 좋아 [북적북적]을 들어주시는 분들 중에 '최인아책방'과 최인아 대표를 모르는 분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제가 최인아 대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특별한 성과를 남겼던 직업인이자 동시대 문화 현장에서 새 장 하나를 쓰고 있는 분'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어… 이 책은 내가 썼나? 이 분 혹시 내 속에 들어왔다 나가셨던 것 아닌가?' 그런 얼토당토않은 마음이 되었습니다. 최인아 대표에게 누가 되는 감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책은 결국 모두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벼리고 우려낸 '진짜'를 진심을 다해 내놓아서 저의 착각과도 같은 가장 깊은 공감과 교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프로가 되고 싶고 프로로 인정받고 싶다면 프로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는 나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써 기여하겠다'라는 생각입니다. 조직이나 세상이 우리의 노력을 즉각 알아주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기 바랍니다. 오히려 마음속에 이런 오기, 배짱 하나쯤 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들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군. 하지만 좋아. 언젠가는 나를 인정하게 해 주지!'라는.
회사나 상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귀하디 귀한 세월을 그들의 수준에 맞춰 흘려보내는 건 바보 같은 일입니다. 그러니 꼭,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네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대한민국의 세대를 이렇게 둘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여성복 광고 카피를 기억하는 세대와 처음 들어보는 세대로요. 저는 이 카피를, 네, 기억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 라고 괜히 우물쭈물 덧붙이고 싶네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구절이 권애리 어린이에게 미쳤던 끈질긴 영향을. 그리고 그 말들이 시대를 딱 반 보 앞서서 관통하고 선도했다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생각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최인아 대표는 왜 지금 이 책을 낸 것일까. 책방을 운영하는 분으로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은 분명했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책, 요즘 잘 팔리고 화제에 금방 오를 수 있는 생각들을.

최인아 카피라이터가 남긴 대표적인 히트작들, '그녀는 프로다.' 라든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같은 문구들에는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녀의 일이 그녀로부터 분리된 것이 아니었고, 그녀의 심신에 아로새겨진 삶에 대한 태도가 우러난 말들을 세상이 반기고 따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요즘 대세로 통하는 어떤 생각들의 트렌드와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저는 가끔 '이렇게 어깃장을 부리고 싶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세상이 온통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고 느낄 때. '그것만 있는 것 아닌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잖아.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일에 대해서 그런 관점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어느 날인가부터, 보니까 '우리 뭔가를 잘해보자. 열심히 해보자.' 이런 얘기는 거의 안 들리고 '아, 그거 하지 마. 해도 소용없어. 그거 네 잘못 아니야. 애쓰지 마.' 이런 얘기 일색인 거예요. 그래서 '저것이 과연 맞을까? 옳을까? 그리고, 당사자에게도 그것이 좋을까?' 이런 질문이 저한테 들어왔고,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을 좀 전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최인아 작가, SBS [북적북적]과의 인터뷰 中)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약간 놀라기도 했고, 동시에 '아...역시...'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했습니다. 시류에 영합하는 게 얼마나 달콤한지, 달콤한 데서 그치지 않고 얼마나 실제적인 보상을 약속하는지, 저도 조금은 알고 또 봐왔습니다. 한 번 그 맛을 보면 웬만해선 끊기 힘듭니다.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고 이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인아 대표야말로 이런 것들을 훨씬 더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만. 모두 한쪽으로만 쏠려가는 것 같을 때 '아니오? 이쪽도 한 번 돌아보시겠어요?' 반기를 들 수 있는 그 결기가, 그런 결기를 실천에 옮기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일궈 나가는 것이야말로 내가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내 길을 만들며 산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게다가, 혼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내어 내 길을 만들어 걷다 보면, 모두 저 쪽으로만 몰려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용기를 내야 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저한테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뭐라고 그러냐면 '저는 열심히 일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책을 읽고 나서 그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런 얘기를 하세요. 그리고 우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게까지, 열심히 잘해보겠다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마이너가 됐네. 그래서 '그 소리 좀 더 크게 해도 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나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거죠.
........어떤 분이 책을 읽고 나서 소감을 올린 것 중에 '제가 하는 일이 의미 있어졌어요. 이거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랬는데, 읽고 나니까, 그리고 자기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 보니까, 제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게 됐고 제가 하는 일이 가치 있게 느껴졌어요.' 그 말이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수녀님조차.

(기자: 수녀님이었다고요?)

네, 그걸 말씀하신 분이 수녀님이었어요.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지만, 어떤 수녀님도 그러시더라고요. 갈등이 왜 없겠어요. 그분들이 더 그러실 수 있죠. 그런데 그런 분조차 '제가 지금 선택해서 오고 있던 이 길이 의미 있어졌어요.'라고.

(기자: 제가 원래 좀 눈물이 많긴 한데, 갑자기 그분 마음이 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네. 저한테 오셔서 눈시울이 이렇게… 그러는 분들이 (여럿) 있으세요. 제가 하나 또 깨달은 것은 흔히 시쳇말로 '요즘 애들은… MZ는…' 이러는 것들 있잖아요. 아니다. 그 친구들도 겉으로 꼰대들이 볼 때는 그렇게 안 봤지만, 자기 일을 놓고 되게 고민하는구나. 새롭게 알게 됐어요." (최인아 작가, SBS [북적북적]과의 인터뷰 中)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나답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을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삶은 결국 시간이고, 일은 그 시간의 가장 큰 부분을 할애해 세상 속에 나를 참여시키는 나의 커다란 조각이기 때문입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마흔이란 그런 나이더군요. 생을 받아 나올 때 이미 정해져 있던 것들과 결별해 그 이후의 인생은 자신의 노력과 수고로 만들어가야 하는. 말하자면 '존재의 독립'을 이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면 무엇이 그들의 오늘을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좀 성급히 결론을 말하자면, 살아온 세월이 쌓일수록 태도와 의지, 심성 같은 것들이 재능이나 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돌보지 않은 몸만 청구서를 받는 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일에 정성을 다하지 않은 그 시간에 대해서도 계산서는 날아옵니다.

무조건 주위 사람들에게 맞추라는 게 아니라, 일이 되게끔 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은 그저 내가 맡은 일을 끝내는 것 외에도 많다는 사실, 그런 변수를 섬세하게 헤아리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자세와 역량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혼자 일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세상의 이런저런 기준들보다 제 뜻이 중요한 사람이라 이렇게 했습니다. 아니, 제게 물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기에 제 뜻을 중심에 둘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해 보는 것은 늘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지 않는 회사에서 혹은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상사를 모시고 일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남들이 해주지 않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실은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중요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최인아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They say'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는 걸 느꼈습니다. They say. 그들이 말하는 대로. 책에도 곳곳에 등장하는데, 인터뷰에서도 이 표현을 종종 썼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대로' 살 것인가. 고민해 보자. 그들이 말하는 대로 내 길을 만들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려고 한다.

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삶의 무게를 견디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에게 질문과 지지를 건네는 책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 의사로, 자유의지로 시작한 일인데도 일을 하다 보면 잘 풀리지 않고 힘이 들어 그만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는 않죠. 그럼 힘들다면서 계속 붙잡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힘들다는 걸 이미 알면서 또 그 일을 하는 이유는요? 좋아하는 마음 혹은 생업 때문일 때가 많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약속과 책임감도 큰 동력이었으니까요.
어떤 일을 할 때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신들린 듯 하는 건 물론 멋져 보입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어떤 일을 오래도록 하는 동력은 때때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고 책임감이었습니다. 재미없지요? 그래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 못지않게 해야 하는 일,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해내는 마음과 의지를 저는 높이 칩니다. 특히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일의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中)

인터뷰 중에 이런 질문도 했습니다.
 
(기자: 대표님은 성공하신 분이고, 그런 분이 쓴 책이 '열심히 살자'는 얘기를 남들의 2배 강도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 말들을 이렇게 위화감이 들지 않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추천서를 다섯 분이 써 주셨고, 그중에 한 분이 지금 현재 제일기획에 있는 분이에요. 제 후배죠. 그래서 책이 나온 다음에 그 친구한테 메신저로 이야기하다가 '고마워. 그런데 너무 꼰대 같지 않디?' 그랬더니 얘가 뭐라고 한 문장을 저한테 보내왔는데 그게 저한테 굉장히 위로가 됐어요. 뭐라고 했냐면… '진심이 꼰대를 이길 거예요.'
제가 그걸 보고 '응, 1번. 꼰대가 아닌 건 아니구나. (웃음) 2번. 그런데 그게 뭐 지시하거나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니라, 그래도 선배 된 자가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서 해주는 얘기처럼 마음에 닿는구나.' 그래서 좀 안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뻤어요.
……… 이런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꽤 여러 분들이 공감이 간다는 후기를 남겨주시고 저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로도 보내고 그러세요. 그런데 그런 반응이 있기까지는, 사실은 한동안 '애들이 꼰대라고 하면서 들으려 하지 않아. 그러니까 선배들도 잔소리해봐야 우리만 손해야. 애들이 싫어해. 하지 마.' 다 입을 닫고 가만히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후배들도 선배로부터 그런 얘기를 잔소리처럼 듣는 것은 좀 짜증이 나지만 사실 다 방황하고 불안하고 외롭고 이러면서 가잖아요. 그러면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좀 들려주면 좋겠는데 가까이서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해. 그러니까 바깥에 나와서 '멘토, 멘토' 다 이렇게 찾아요. 그러니까 필요는 존재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만나는 관계는 아무래도 이게 일로, 상사로, 이렇게 얽힌 관계이다 보니까 진심 그대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콘텍스트가 있는 상황에서 그런 관계로는 얽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리고 그 사람도 일을 한 삼십몇 년을 했다는 사람이 자기 얘기도 섞어가면서 얘기를 하니까 좀 진짜 같이 그렇게 들린 게 아닐지 저는 짐작해 봅니다.

낭독을 욕심내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과 분량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읽었습니다. '나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나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떤 시간들을 견뎠는데.' 나의 시간들을 긍정해 주는 것 같아 반가웠던 말들. 또, 좋아하는 후배에게 꼭 얘기해주고 싶은데 혹시 그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해 주지 않을까 봐 차마 하지 못했던, 그리고 여전히 때로 많이 초조해지는 나에게 누군가 얘기해줬으면 싶은, 이제 제 마음속에 들어와 오랜 시간에 걸쳐 진정한 내 것이 되기를 바라게 되는 문장들. 그런 생각이 들었던 대목들을 그냥 연속성 없이 이곳저곳 읽는 것으로 오늘 낭독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의 직업은 본인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알 수 있고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이 저기 저쪽에 딱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 찾지 못하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이럴 때 [어린 왕자]의 이 구절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가장 읽고 싶었던 몇몇 대목들은 이 책의 후반부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들을 포기했습니다. 아직 제가 그 말들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의 직업인이 아니라는 걸 읽으면서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좀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저도 조금은 경력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는 것에. 언젠가 이 책의 뒷부분을 내 목소리로 낭독해도 어색하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내 시간을 꾸준히 채워가고 싶다, 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애초에 성취 그래프는 45도 우상향이 아니라 계단식인 걸까? 저는 이 질문도 제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런 답이 떠오르더군요. '단단한 소수를 걸러내는 우주의 테스트'라고요. "정말 그거 하고 싶어?" "어렵고 힘들어도 꼭 그 일을 할 거야?" 이런 질문에 끝내 "네!"라고 답할 사람,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일하고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를 겪고 또 도전과 맞닥뜨릴 때마다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인지, 이런 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것들은 질문이 되어 제 안에 오래 자리했어요. 이건가, 아니면 저건가. 시간이 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됐죠. 질문을 품으니 발효가 일어나고 그 끝에 인사이트가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최인아 대표는 제일기획 시절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장기 휴직을 두 번, 그리고 세 번째로 부사장으로 일하던 때에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세 번째 갈림길에서는 퇴직을 선택합니다. 앞의 두 번과 세 번째 갈림길이 본질적으로 뭐가 달랐는지 그것도 질문했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한 분들은! 6월 7일에 업로드될 인터뷰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북적북적]이 올라가는 채널들에 최인아 대표와의 인터뷰를 볼 수 있는 계정들을 함께 올려놓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명쾌한 퇴사의 변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살짝 머리를 맞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나도 그런 퇴사의 변을 남길 수 있는 날까지 쓰이고 싶다. 더 잘하고 싶다. 아직도 충분히 잘하지 못하니 갈 길이 멀구나. 이 마음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아직 제가 낭독하지 못하는 이 책의 후반부도, 책을 열어 직접 확인해 보신다면 스스로에게 내미는 커다란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감히 드립니다.
 
저는 질문을 던지고 저의 답을 모색하고, 또 그 힘에 의지해 선택을 하고 길을 찾았습니다. 그것들은 'They say'가 아니라 제 안에서 여물고 무르익은 제 생각이었으므로 꽤 단단했고 의지할 만 했어요. 더욱 중요한 것은 '아, 그런 거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하며 이치를 납득하게 되니 통제력이 생겼고, 그것은 다시 동력이 돼 주었습니다.

진심, 진심이었던 만큼의 많은 생각, 그리고 성과가 어우러진 분이 정리한 문장들로 북적북적 가족들과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넬 수 있어서 기쁩니다.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언제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초여름 6월에도 [북적북적]과 함께 해주세요.

최인아 대표 인터뷰 업로드: 6월 7일 SBS 비디오머그
https://youtube.com/@videomug0

*해냄출판사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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