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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숨 막혀요" 직접 타본 서울 경전철…'제2의 김포골드라인'?

[취재파일] "숨 막혀요" 직접 타본 서울 경전철…'제2의 김포골드라인'?
최근 수도권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길 혼잡도가 '지옥철'로 불릴 만큼 극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답답함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출퇴근길 '지옥철' 안전 문제, 서울 경전철은?

김포골드라인만의 문제일까요. 서울에도 이와 비슷한 경전철이 2곳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와 여의도를 오가는 신림선과 서울 강북구와 동대문구를 잇는 우이신설선입니다. 신림선과 우이신설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각각 8만 5천 명 안팎. 두 곳의 혼잡도는 어떤지, 출근길 경전철에 직접 타봤습니다. 서울의 경전철에서도 매일 아슬아슬한 출퇴근길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박재연 취재파일1

출근길 시민들이 몰리는 아침 8시. 2호선과 만나는 경전철 신림선 신림역 승강장으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3량짜리 미니 열차 칸에 맞춰 열차 출입문은 6개뿐. 출입문 앞마다 20명씩, 총 100명 넘는 인원이 넓지 않은 승강장을 금세 가득 채웠습니다. 3~4분에 한 대 꼴로 열차가 도착했지만, 끝없이 밀려드는 승객들로 혼잡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끼이고, 치이고…아슬아슬한 출근길

열차가 도착하자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교차했고, 급하게 올라타려다 문에 부딪치는 '아찔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개통한 신림선은 무인으로 운행돼 '출입문이 닫힌다'는 안내방송이 2차례 나온 뒤 자동으로 열차 문이 닫힙니다. 승강장에 배치된 안내요원들이 탑승을 안내하고 무리한 탑승은 제지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부 승객들은 가득 찬 열차 안으로 밀고 들어가다 출입문에 옷이 끼기도 했습니다.

박재연 취재파일2

열차 안은 어떨까요. 신림역 직전 역인 서원역에서 한두 번 열차를 놓친 뒤 대기 줄 앞쪽에 서서 열차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팔을 움직이거나 열차 안에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있었지만, 신림역과 당곡역을 거치며 승객들이 밀려 들어와 금세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열차 안에서 만난 한 승객은 "열차가 작아서 안에 다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특정 구간에 사람이 확 몰릴 때가 있다"며 "그럴 때 열차 안은 정말 숨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극심한 혼잡은 9시가 넘어서야 양방향에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2량' 미니 열차 우이신설선…"짧은 구간에 사람 확 몰려"

2017년 운행을 시작한 또 다른 경전철 우이신설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평일 오전 7시 50분, 서울 강북구와 동대문구 신설동을 잇는 2량짜리 열차에 직접 타봤습니다. 강북구 화계역에서 탑승한 열차 안엔 곳곳에 빈자리가 있을 정도로 여유 공간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있는 솔샘역, 북한산보국문역을 지나면서 열차 안 혼잡도가 순식간에 늘었습니다. 정릉역을 지날 때는 우르르 밀고 들어오는 승객들로 열차 안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박재연 취재파일3

승강장에서는 '다음 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이어졌고, 열차 안에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개통 이후 줄곧 우이신설선을 이용해 왔다는 한 승객은 "평소에는 붐비지 않더라도 출퇴근 시간대, 특정 구간에서 사람이 갑자기 확 몰려 위태로워 보일 때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에서 만난 한 안내요원은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확 몰리다 보니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있다"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119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신도림역, 천호역보다 혼잡

출근길 경전철의 혼잡함은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보통 열차 안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의 3배, 160명 안팎을 열차의 정원으로 보는데, 이보다 많은 사람이 열차 안에 있으면 '혼잡도가 100%를 넘는다'고 표현합니다. 지난해 기준 출근 시간대 서울 주요 지하철 혼잡도를 보면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구로구 신도림역이 최대 130%, 5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강동구 천호역이 134%를 기록했습니다.

박재연 취재파일4

그런데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주요 역의 혼잡도는 이보다 더 높습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우이신설선 정릉역의 평균 혼잡도는 154%에 달합니다. 솔샘역이 114%, 북한산보국문역이 136%, 정릉역이 154%, 성신여대입구역이 122%로 인접한 4개 역에서 혼잡도가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특정 구간에서 사람이 확 몰린다'는 한 승객의 지적이 수치로도 나타난 셈입니다.

신림선의 경우, 전체 11개 역 중 9개 역의 출근길 평균 혼잡도가 100%를 넘습니다. 서울지방병무청역이 147%로 가장 높고, 당곡역과 보라매병원역이 144%, 136%로 뒤를 이었습니다. 신림역과 보라매공원역도 130%로 출근길 신도림역에 맞먹는 혼잡도를 보였습니다.

박재연 취재파일5

안전 대책은?

김포골드라인처럼 2, 3량짜리 미니 열차인 데다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적지 않은 경전철. 운영사 측에선 출퇴근 시간대 주요 역마다 2 ,3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역무원이 주요 역을 돌며 안전사고와 돌발상황에 대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신림선의 경우 지난해 개통 당시 하루 평균 6만여 명이었던 이용객 수가 올해 들어 30%가량 늘어나는 등 경전철을 따라 탑승 수요도 늘고 있는 만큼, 혼잡시간대 배차 간격 축소를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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