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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오염수? 처리수? 다른 나라는 어떻게 부를까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⑦편

[사실은] 오염수? 처리수? 다른 나라는 어떻게 부를까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싸고 명칭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난 11일, "정부가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는 언론 보도가 시작이었습니다. 정부는 그런 적 없다고 말했지만, 여당 안에서 지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바깥으로 방류하는 물은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겠냐"며 힘을 실었습니다. 성 의원은 국민의힘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만든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일본은 원전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낸 뒤,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리면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ALPS로 처리 이전을 '오염수'로, 처리 이후를 '처리수'로 부르며, 용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방류 절차만 보면 ALPS로 '처리된' 물을 내보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ALPS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하는 데다가, 처리된 상태에 대한 의심도 여전한 까닭에 '오염수'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진영 논리와 맞물리며 예민한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현안이 뜨거운 만큼 좋은 참고 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수 해외사례

사실은팀의 분석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수 해외 사례 이경원

국가 별로 외교를 담당하는 외무 부처가 외부에 공표한, 가장 최근 자료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방류의 '주어'에 해당하는 표현을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처리 과정을 설명할 때는 오염수와 처리수를 동시에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한국도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엇이 방류된다고 언급하는지, 즉,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쓰는지, "처리수가 방류된다"고 쓰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먼저 일본입니다. 당연히 '처리수'입니다.
5월 10일,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작년 11월에 도쿄 전력으로부터 신청된 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시의 운용 등에 관한 실시 계획의 변경을 인가했다.
5月10日、原子力規制委員会は、昨年11月に東京電力から申請されたALPS処理水の海洋放出時の運用等に係る実施計画の変更を認可しました。
- 일본 외무성 보도자료, 지난 5월 10일.

일본은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수 해외사례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오염수와 처리수의 차이에 대한 Q&A.

이제 미국과 유럽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EU의 대외관계청, 추가로 영국 외무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표명한 입장 가운데 최근의 공식 문서를 살펴봤습니다.

모두 처리수(treated water) 혹은 알프스 처리수(ALPS 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본이 국제 원자력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수'를 분산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지속적인 (정보) 공개와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환영한다.
…… we welcome Japan's continued openness and close coordination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Japan prepares to disperse the treated water in a manner that appears to be in line with the internationally accepted nuclear safety standards.
-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언론 브리핑 발언, 지난 2월 15일.

EU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ALPS 처리수'를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도록 해양 방류하는 계획에 대한 IAEA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환영한다.
The EU welcomes the IAEA's ongoing monitoring of Japan's plan to discharge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treated water from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into the ocean in order to ensure that any discharge is in line with international safety standards.
- EU 대외관계청, 2023년 원자력 안전 검토에 관한 IAEA 이사회에서의 EU 성명서, 지난 3월 6일.

일본은 현장에서 'ALPS 처리수'의 배출 과정을 포함해 도쿄전력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현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업데이트 사항을 제공했다.
Japan provided a detailed update on the current situation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including the process for the discharge of the ALPS treated water at the site.
- 영국 외무부, 제11차 일본-영국 원자력 회담 논의 내용 요약 정책서, 지난 1월 17일.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역시 처리수(ALPS 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의 배출이 IAEA 안전 기준에 따라 수행될 것을 보장하기 위한 IAEA의 독립적 검증를 지지한다.
We support the IAEA's independent review to ensure that the discharge of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treated water will be conducted consistent with IAEA safety standards ……
- 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 성명, 지난 4월 16일.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미일 등 G7 국가들이 '핵오염수' 방류 계획을 중단하도록 촉구한다.
我们敦促美日等G7国家 …… 停止强推核污染水排海计划 ……
-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 정례브리핑, 지난 11일.

우리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물'을 빼내려는 계획에 대해 일본 측에 항의하지 않았다.
мы не заявляли протестов японской стороне в связи планами Токио осуществить сброс воды с АЭС «Фукусима-1».
- 러시아 외무부 이반 네차예프 러시아 외무부 정보언론국 부국장 언론 브리핑, 지난 2022년 7월 27일.

일본은 인류와 국제 사회의 엄정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 화근을 초래하는 위험한 '핵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체 없이 철회해야 한다.
- 북한 외무성 김설화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의 글, 지난 1월 30일.

중국과 북한은 핵오염수(核污染水)라고 강한 표현을, 러시아는 물(воды)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가 브리핑 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문서에는 물(water)과 폐수(wastewater)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 러시아 외무부는 방사성 물(радиоактивной воды)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시찰단 파견

타이완은 '삼중수소 함유 폐수'(含氚廢水)라는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삼중수소 함유 폐수 배출 작업과 IAEA 임무의 최근 동향 정보 조사 연구 중점
日本福島含氚廢水排放作業與IAEA任務之近期動態資訊蒐研重點
- 타이완원자력위원회, 타이완 범부처 회의 제14차 회의록, 지난 4월 27일.

해류 영향 때문에 오염수 방류에 걱정이 많은 태평양 국가들,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처리'라는 말과 함께 '핵폐수'라는 강한 표현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PIF의 최근 공식 보도자료는 "ALPS 처리된 핵 폐수(ALPS treated nuclear wastewater) 배출"이라고 써있습니다. PIF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남태평양 도서국 16개국의 지역 협의체입니다.
 
후쿠시마의 ALPS 처리된 핵 폐수를 태평양으로 배출하는 제안에 대한 '집중적인 대화'와 정보 공유에 더욱 관여하겠다는 약속은 포럼의 고위급 일본 방문의 주요 결과다.
Commitments to further engage in "intensive dialogue" and information sharing on the proposed Fukushima ALPS treated nuclear wastewater discharge into the Pacific are the leading outcomes of the Forum's high level visit to Japan.
-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공식 보도자료, 지난 2월 10일.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자신의 국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북한, 중국, 타이완, 러시아와 같은 일본의 인접 국가들, 그리고 해류의 흐름 때문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태평양 국가들은 오염수 방류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예외적입니다. 해류 흐름상 미국 서부 지역은 PIF 국가들보다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수 해외사례

물론, 우리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표현 방식일 겁니다. IAEA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전문가들이 검증단TF를 구성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및 방류 과정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IAEA의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사실은 IAEA 보고서 팩트체크 이경원
IAEA 검증단. 검증단에는 김홍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원이 포함됐다.

사실은팀은 IAEA의 지난 4일 발표된 5차 보고서를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가장 최근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는 처리수(Treated Water)가 총 67번, 오염수(Contaminated Water)가 총 4번 언급됐습니다. 그런데 '오염수'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은 보통 '처리수'라는 표현과 함께 쓰이고 있는데, 처리 전과 처리 후의 상태를 별개로 설명하기 위해 '오염수'와 '처리수'라는 말을 동시에 쓰고 있었습니다. 즉, '방류'의 주체를 설명할 때는 '처리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

끝으로 외신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국가 별로, 매체 별로, 심지어 기사를 쓰는 기자들마다 너무 달라서 일반화가 어렵습니다. 다만, 많이 쓰이는 표현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일본 NHK 방송은 정부가 쓰는 대로 처리수(処理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서구 언론은 정부 표현과 다른 경우가 눈에 띕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방사능이 약간 남아 있지만 처리된 물'(treated, but still slightly radioactive), AP통신은 '처리됐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물'(treated but radioactive water), 영국 로이터 통신은 '후쿠시마 물'(Fukushima water), 영국 가디언은 '파괴된 원전의 몇 백만 톤 이상의 물'(a million tonnes of water from the wrecked Fukushima Daiichi nuclear plant)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방사성물(radioactive water)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과 신화일보는 방류의 주체를 핵오염수(核污染水), 타이완 자유시보는 핵폐수(核廢水), 폐수(廢水), 핵오수(核汙水)를 두루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표현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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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 염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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