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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머Q&A] SG증권발 '블랙먼데이'?…나흘 만에 시총 8조 원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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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지막 주 월요일, 주식시장이 열린 직후인 9시 30분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8개 회사가 일제히 동시에 하한가를 찍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기록할 수 있는 최대 낙폭 30%까지 단번에 폭락한 겁니다.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삼천리. 모두 영업 상태가 견실한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입니다.  심지어 한때 CJ그룹마저도, 하한가 근처인 28% 폭락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회복합니다.

이 사태는 4월 마지막 주 내내 계속됩니다. 연일 하한가. 좀더 주식 거래량이 많은 회사부터 조금씩 빠져나오는 모양새일 뿐 매일 계단식 수직 낙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흘 만에 시가총액 8조 원 가까이 증발했고, 주가가 5분의 1토막이 난 기업도 나왔습니다.

Q. 해당 주식들의 공통점?
이들의 공통점은 프랑스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서 대량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는 겁니다. 이른바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우리 주식시장 초유의 사태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해당 회사들은 일종의 다단계 공모에 나섰던 주가 조작 세력, 작전 세력들의 타겟이 된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기업들 모두 최근 2-3년간 꾸준히 주가가 올라왔는데요. 업종으로는 별 공통점이 없습니다. 대주주의 지분이 커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양은 비교적 한정적인 기업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입니다. 주식 거래량은 적고 사업 내용이 안정적이니 몇몇 계좌만으로도 가격을 올리기 쉬웠을 겁니다.

Q. 주가 조작 방식은? 
이 회사들을 타겟으로 삼았던 작전 세력은 다단계 방식으로 끌어모은 막대한 돈 뿐만 아니라 더 거대한 규모의 레버리지, 즉 증권사 돈을 끌어다가 주가 조작에 나선 걸로 추정됩니다. CFD, 차액결제거래를 낀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차액결제거래는 장외파생상품입니다. 투자자는 일종의 담보라고 할수 있는 돈 증거금만 일정 규모로 계좌에 갖춰두면 증권사가 그 증거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주식을 매매해서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형탭니다. 단, 투자자가 넣어놓은 증거금이 약속된 규모 밑으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반대매매, 즉 투자자가 원하지 않아도 해당 매물을 청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상황이 이번주에 빚어진 걸로 보입니다. 

Q. 갑작스런 주가 폭락 이유? 
작전세력 중에 누군가부터 이탈하기 시작한 겁니다.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 세력의 존재를 눈치채고 조사에 착수하는 걸 알게 되면서 매물을 던졌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건 이 세력이 운용하던 계좌들로부터 갑자기 빠져나가기 시작한 돈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계좌의 증거금이 줄어드니 증권사가 반대매매, 즉 주식 청산을 시작했고 월요일부터 하한가 행진이 시작된 겁니다. CFD 거래는 국내 증권사를 통해서 하더라도 주문은 결국 외국계 증권사를 끼도록 돼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작전세력들이 그 동안 어떤 증권사를 통해서 주가조작을 모의했든 프랑스계 증권 SG증권으로 주문이 모여서 SG증권발 사태가 된 걸로 지금으로선 추정됩니다.

Q. 연예계도 연루? 
연예인 임창정 씨가 이 사건의 세력에게 30억 원을 맡겨서 한 달 만에 58억 원으로까지 불어났다가 이제 마이너스가 될 지경이라고 호소했는데요. 임 씨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면 임 씨는 다단계에서 다소 나중에 모집된 가담자고, 본인이 맡겼던 돈을 증거금으로 그 몇 배 되는 레버리지가 일으켜졌다가 이번 주에 모두 청산됐다는 얘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은 조사를 통해서 앞으로 밝혀질 겁니다.

임창정 씨는 자신과 부인의 신분증을 아예 세력에게 주고 대리투자를 맡겼다고도 했는데요. 전형적인 통정거래, 즉 사전에 세력끼리 가격을 모의해서 서로 사고파는 거래를 할 때의 수법입니다.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 통정거래에 가담한 걸로 의심되는 10명에 대해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피해는 견실한 8개 기업과 이 기업들의 운영 상태를 공부하고 보유했던 세력 바깥의 평범한 투자자들만 보고 있습니다. 안정된 기업들이고 주가조작치고는 꽤 긴 시간 동안 서서히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작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보통 투자자들은 이 주식들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알기 힘들었을 겁니다. 안 그래도 대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비롯해 악재가 산적한 우리 증시에도 먹구름을 드리웠습니다.

( 취재 : 권애리 / 영상취재 : 서진호 / 구성 : 전형우 / 편집 : 이혜림 / 디자인 : 박수민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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