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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정상회담 전날 출마 선언…왜 하필 국빈 초청 기간에

[월드리포트] 정상회담 전날 출마 선언…왜 하필 국빈 초청 기간에
2024년 대선이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대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까 추측이 난무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발표도 조만간 이뤄질 걸로 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시간 25일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할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4월 25일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때 출마를 선언한 후 꼭 4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번 출마 선언도 4년 전처럼 SNS에 영상 메시지를 올리는 방식이 될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필 정상회담 전날…다른 나라 정상이었어도?

선출직 공무원에게 선거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원의원도, 상원의원도, 주지사도 아닌 대통령이고 보면, 정치인 개인 차원을 넘어 집권 세력 전체가 총력전을 펼치는 대규모 정치 캠페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출발점인 출마 선언일 역시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정했을 터이니 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12년 만에 국빈으로 초청받은 우리 입장에서는 하필 그 시기가 우리 대통령의 국빈 방문, 그것도 정상 회담 바로 전날이다 보니 다소 난감할 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을 낙점한 이유는 앞서 적은 것처럼 대선 출마 선언 4년째 되는 날과 맞춰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얼핏 손님 불러놓고 (비록 영상 메시지라고는 하나) 대형 정치 이벤트를 여는 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각지를 다니며 자신의 치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강조해 온 터라 혹시나 사상 최대 규모라는 우리 경제 사절단을 후광으로 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정계에서 활동했던 한 전문가는 미국 정치 문화를 감안할 때 그런 해석은 과도해 보인다며 출마 선언 시점을 부정적으로 확대해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국빈 대상이 우리가 아니라 더 강대국이었다면 달라졌을까요? 이 역시 다른 외교 소식통들에게 물어봤지만 설사 국빈 대상이 다른 나라 지도자였다 하더라도 대선을 앞둔 지금같은 상황에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자국 이슈 최우선…결례인가 언론의 자유인가

사실 뉴스 소비 주기가 짧은 요즘, 25일 출마 발표, 그것도 크게 새로울 것 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발표가, 다음 날 정상회담 때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미국 언론의 취재 관행을 볼 때 우려되는 점은 있습니다. 미국 기자들의 경우, 어떤 자리든, 옆에 누가 있든 정말 자국 관점에서 모든 질문을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손 잡은 한미 정상 (문재인 대통령-트럼프)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단독 정상회담 때 오벌 오피스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 현지 기자들은 러시아 스파이 의혹과 중국 기업 제재 같은 미국 내 이슈를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언론의 자유라고 표현하겠지만 타국 정상을 앞에 놓고 자국 이슈만 물어보는 건 외교적 결례로 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 한국 대통령이 계신다'며 자신에게, 미국 국내 이슈만 물어보는 미국 기자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에서도 관심이 큰 사항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습니다. 방미 전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 인터뷰한 내용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즉각 반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회담 테이블에 오를 상당수 의제는 미국에게도 중요한 내용들입니다. 우크라이나,. 타이완 문제 같은 외교 안보 사항은 물론 IRA와 반도체 과학법 등 경제 분야 이슈들도 많습니다. 출마 선언 시점이 방미 기간을 피했다면 미국 내 여론 주도층에 한국 문제를 보다 각인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겠지만 설사 집중도가 조금 떨어진다 해도 중요한 건 회담 결과입니다.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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