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후쿠시마 멍게가 팔린다?" 사실은 뭔지 따져보니

흉흉한 소문 된 오염수 논란

"생산량은 많은데 팔리지 않아요. 이거 다 출하해야 하는데…" (멍게 양식업자)
"고객들이 '이거 국내산 맞느냐'고 물어요. 작년에는 안 그랬거든요." (멍게 판매상인)


멍게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맘때 출하되는 멍게는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생산량이 늘어난 멍게 풍년이라 업계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멍게 업계가 울상이라고 합니다. 값을 내려도 팔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멍게수협 통계를 보니까, 지난달 남해안 멍게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는데, 알멍게 기준 단가는 4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업계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염수 방류가 되지 않은 상황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무슨 상황인데?


온라인 공간에서 멍게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먹을거리 안전에 관심이 많은 누리꾼들 중심으로, "후쿠시마산 멍게가 팔리고 있다", "멍게 먹으면 안 되겠다"는 식의 말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온라인에 떠도는 소문을 꼼꼼히 들여다보니까, 정치권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 측에서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현지 보도 기억하실 겁니다. 논란이 컸습니다. 이 소식이 한국에도 알려지면서 멍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는데, 외교 논란과 얽히고설켜 여야 공방으로 흘러갔습니다.

결정적으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기 위해 "후쿠시마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준다고?"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게시했습니다. 현수막 내용이 잘못 와전되면서, 이 같은 소문이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온라인 공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후쿠시마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준다고?"라는 현수막 사진을 함께 올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내산 일본산 멍게 구분법 사실은 이경원
 

좀 더 설명하면

후쿠시마산 멍게는 국내에서 팔리고 있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인 2013년 9월,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8개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수입 금지 조치가 부당하며 WTO에 제소까지 했지만, 2019년 4월, 한국이 최종 승소하면서 수입 금지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입산 멍게 대부분이 일본산인 것은 사실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니까, 국내 멍게 생산량은 지난해 1만 9,330톤, 수입산은 3,160톤인데 일본산은 3,113톤이었습니다. 국내 멍게의 16.1%가 일본산인 셈입니다.

일본산 수입 멍게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일본 북쪽 지역인 홋카이도에서 전량 수입한다고 합니다. 후쿠시마에서 직선거리로 50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또 그렇다면 홋카이도산 멍게는 안전할까요?

국내산 일본산 멍게 구분법 사실은 이경원
해류 흐름을 보면, 쿠로시오 해류가 일본 동쪽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홋카이도에 가기 전, 후쿠시마 앞쪽에서 오른쪽으로 꺾입니다. 반면, 홋카이도 해안은 오야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데 아래쪽을 향해 흐릅니다. 두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해류가 다르다는 겁니다. 홋카이도 지역은 2013년 수입 금지 조치 당시에도 해류 흐름을 감안해 금지 지역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사실은팀이 해류 전문가 4명의 자문을 구했습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원전 폭발사고 12년이 지난 지금 시점, 적어도 홋카이도산 수산물의 경우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 나왔습니다.

국내산 일본산 멍게 구분법 사실은 이경원
국내산과 일본산이 유통되는 시기도 다르다고 합니다. 지금 제철을 맞은 남해안 멍게는 2월에서 6월 사이 출하되는 반면, 일본산은 7월부터 이듬해 1월에 수입됩니다. 

 

한 걸음 더

허위 정보는 또 다른 허위 정보를 만듭니다. 사람들이 불안할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온라인에는 '멍게 원산지 구별법'이라며, 국내산 멍게와 일본산 멍게를 구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도 함께 퍼지고 있었습니다.

국내산 일본산 멍게 사실은 이경원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의 외형적 차이가 확연하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산은 둥그런 몸통이 짙은 붉은색을 띠며 몸 전체에 돌기가 많다고 설명하는 반면, 일본산은 노란색 몸통에 모양이 길쭉하고 머리 부분에만 돌기가 나 있다는 겁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구분이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법은 사실이 아닙니다. SBS 사실은팀이 해양수산부에 질의를 넣었는데, "외형적 차이는 거의 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산과 일본산의 외형적 차이가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는 이식 환경의 차이로 보인다. 두 멍게는 유전학적으로 같은 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 차이를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게시물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보니, 한 수산업 관련 민간단체에 수년 전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BS 취재가 시작된 이후, 위 게시물은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스프 배너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