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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 맞는 걸까요?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⑤편

[사실은]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 맞는 걸까요?
요즘 멍게가 제철입니다. 없어서 못 파는 시기라는 데, 값을 내려도 팔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멍게수하식수협 데이터를 보니까, 지난달 남해안 멍게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는데, 단가는 4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멍게 업계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의 직격탄을 애꿎은 멍게가 맞았다는 푸념이 나왔습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후쿠시마산 멍게가 팔리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멍게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 불안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까요. '멍게 원산지 구별법'도 온라인 공간에 퍼지고 있었습니다. 국내산 멍게와 일본산 멍게를 구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국내산 일본산 멍게 사실은 이경원

그렇다면, 이런 구분법, 맞는 걸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살펴봤습니다.

국내산 일본산 멍게 사실은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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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외형적 차이 있을까?


구분법에서는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의 외형 차이가 확연하다고 소개합니다. 국내산은 둥그런 몸통이 짙은 붉은색을 띠며 전체적으로 돌기가 많은 반면, 일본산은 노란색 몸통에 모양이 길쭉하고 머리 부분에만 돌기가 나 있다는 겁니다. 딱 봐도 구분이 쉽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 SBS 사실은팀이 해양수산부에 물어봤더니, "겉으로 봐서는 차이가 거의 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산과 일본산의 외형적 차이가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이식 환경이 달라서 외형적 차이가 생기는 것일 뿐 두 멍게는 유전학적으로 같은 종"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산 멍게의 경우, 머리 부분이 국내산보다 비교적 검붉고 속살이 유백색인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차이를 구분하는 건 어렵다고 합니다.

이 게시물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보니, 한 수산업 관련 민간단체에 수년 전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은팀 취재가 시작된 이후 위 게시물은 해당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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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오해…결국 피해는 어민들과 자영업자에게


문제는 이 구분법 때문에 생기는 오해일 겁니다. 국내산 멍게 구분법을 보고, "일본산 멍게를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가게가 있다"는 식의 말들도 함께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영산이라고 했는데, 멍게 모양을 보니 일본산이다", "가게들이 원산지를 속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국내산 일본산 멍게 사실은 이경원

그 시작은 "후쿠시마산 멍게가 판매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방일 당시, 일본 측에서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현지 보도가 알려지며 멍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습니다. 이후 여야 공방이 이어졌고, 결정적으로,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기 위해 "후쿠시마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준다고?" 현수막을 당 차원에서 올리면서 소문이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산 일본산 멍게 구분법 사실은 이경원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후쿠시마를 포함해 근처 8개 지역의 수산물은 2013년 9월 수입이 금지됐습니다. 일본이 수입 금지 조치가 부당하며 WTO에 제소까지 했지만, 2019년 4월, 한국이 승소하면서 금지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입산 멍게 대부분이 일본산인 것은 사실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국내 멍게 생산량은 지난해 1만 9,330톤인데 수입산은 3,160톤, 이 가운데 3,113톤이 일본산입니다. 국내 전체 멍게 생산량의 16.1%가 일본산인 셈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수입되는 멍게는 북쪽 지역인 홋카이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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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와 후쿠시마 지역은 영향을 주는 해류가 다르다고 합니다. 2013년 수입 금지 조치 당시, 홋카이도 지역 수산물을 제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은팀이 해류 전문가 4명의 자문을 구했는데, 원전 폭발사고 1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일치된 의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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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문제,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은팀은 2019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방사능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후쿠시마 현지를 직접 다녀오며 방사능 팩트체크 연속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기 어렵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피폭될 수 있는 만큼,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갖는 방사능 공포, 존중돼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원인 제공자이자 불신을 키운 일본의 책임, 너무 큽니다.

하지만, 그 공포의 수위가 과도할 때, 그렇게 불신이 커져 소비가 위축될 때,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들었던 우리 어민들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팀이 이번 멍게 관련 팩트체크를 한 이유입니다.

이번 멍게 논란이 정쟁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정쟁 과정에서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이라는 단정적인 말이 나왔습니다. 허위 과장 정보는 불안과 공포에 기생하며 근육을 키우고, 그렇게 힘이 세진 허위 정보는 다시금 우리의 공포를 증폭시킵니다. 결국, 그 대가는 공동체 구성원 누군가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멍게 업계지만, 그다음은 누가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SBS 사실은팀은 온라인에서 떠도는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이 맞는지 팩트체크 했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문의한 결과, 국내산과 일본산은 유전학적으로 같은 종이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외형상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을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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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효진, 인턴 : 염정인, 여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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