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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체육회-자체 정관 모두 어긴 축구협회

[취재파일] 체육회-자체 정관 모두 어긴 축구협회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이던 축구인 100명을 전격적으로 사면해 큰 물의를 빚은 대한축구협회가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결국 전면 철회했습니다. 100년이 넘은 한국 축구사에 다시 나오기 힘든 역대급 '헛발질'로 기록될 희대의 촌극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자신들이 만든 정관은 물론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정관마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20년 10월 23일 제40차 이사회에서 결정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1주일이 지난 2020년 10월 30일 산하 경기단체와 전국 각 시도체육회에 발송됐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한체육회 제40차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첨부'와 같이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이 개정·시행됨을 알려드리오니, 시도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아래의 사항을 참고하시 개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개정
ㅇ 결정 이사회 : 대한체육회 제40차 이사회
ㅇ 개정·시행일 : 2020.10.23.(금)
ㅇ 주요 개정내용
- 개정 이전 제31조 징계의 정도 결정 시 아래의 비위 행위를 포함하여 감경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금번 개정으로 아래의 4개 비위 행위에 대하여는 감경이 불가하며, 「위반 행위별 징계 기준」 범위 안에서 징계하여야 함.
① 직무와 관련한 금품수수(金品授受) 비위 및 횡령·배임
② 체육 관련 입학 비리
③ 폭력 성폭력
④ 승부조작, 편파판정

대한체육회로부터 이 공문을 받은 각 경기단체들은 자체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반영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공문을 받은 지 20일이 지난 2020년 11월 19일 자체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며 대한체육회의 지시사항을 아래와 같이 반영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32조(징계의 감경 등)>
⑤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감경, 사면, 복권할 수 없다.
1. 직무와 관련한 금품수수(金品授受) 비위 및 횡령·배임
2. 체육 관련 입시 비리
3. 폭력‧성폭력
4. 승부조작, 편파판정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로부터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한체육회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이 최종 개정된 것은 2020년 9월 22일입니다. 대한체육회 규정이 바뀐 시점(2020년 10월 23일)으로부터 약 한 달 전입니다. 그러니까 대한축구협회는 지금까지도 2020년 9월 규정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 버전에는 4대 비리에 대해서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지시 사항을 자체 규정에 반영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반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정관>에는 분명히 이렇게 명시돼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10조(회원단체의 권리와 의무)>
② 정회원단체는 체육회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의무를 갖는다.
1. 체육회의 정관과 제 규정을 준수할 의무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정관에도 이런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65조(의무)>
① 협회는 대한체육회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의무를 진다.
1. 대한체육회 정관과 제반규정 및 지시사항 준수

대한체육회가 정관이나 규정을 바꾼 뒤 이를 각 산하 경기단체와 전국 시도체육회에 지시하면 경기단체와 시도체육회는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에도 분명히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한체육회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즉 회원단체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비해 <대한체육회 정관>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13조(회원단체의 강등·제명)>
① 정회원단체가 제10조제2항의 의무를 위반하여 체육회 회원으로서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때, 체육회는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강등 또는 제명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정관 10조2항>은 바로 회원 종목단체가 대한체육회의 정관과 제 규정을 준수할 의무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대한체육회의 규정 개정 지시를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017년부터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한체육회

이제 남은 것은 대한체육회의 징계뿐입니다. 만약 대한체육회가 이번에 대한축구협회에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거나 못한다면 대한체육회의 위상 추락은 물론 앞으로 이보다 더한 사태가 발생해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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