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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혹시 지금 다이어트 중인가요?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섭식장애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쌀쌀했던 날씨가 다시 풀리면서 얼어붙은 제 식욕도 다시금 풀리는 느낌입니다. 사무실에 놓여있는 주전부리들을 계속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새해에 마음먹었던 다이어트를 다시 꺼내야 하나... 하고 속으로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다이어트를 너무 가혹하게 하면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나요? 안 좋은 방식의 다이어트는 섭식장애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고 하더라고요.

독자 여러분은 섭식장애라는 말을 자주 들어봤나요? 혹시나 섭식장애라는 말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영어로 보면 오히려 이해하기 쉬울지 몰라서 영어 단어를 가져왔습니다. 섭식장애는 영어로 Eating Disorder라고 합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데(Eating)에 발생하는 장애(Disorder)를 의미하는 거죠. 예전엔 이런 섭식장애가 체중 관리가 엄격한 직업군에서 발생해 왔어요. 이를테면 모델이나 발레리나, 운동선수 같은 직업들 말이죠. 하지만 최근엔 그 양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정 직업군에서만 발생하던 섭식장애가 이제는 어느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섭식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독자 여러분은 혹시 다이어트 중인가요?

갈수록 증가하는 섭식장애 환자

대표적인 섭식장애는 거식증, 폭식증, 폭식장애가 있습니다. 거식증은 음식을 거부하는 섭식장애를 의미하죠. 정확한 병명은 신경성 식욕 부진증이고요. 마른 몸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고 체중이 늘어나는 걸 두려워하는 거식증 환자들은 음식을 거부하고 억지로 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폭식증(병명: 신경성 폭식증)은 식욕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폭식을 하는 경우를 말해요. 폭식 후에 뒤늦게 찾아오는 죄책감 때문에 구토를 하죠. 폭식장애도 폭식증과 비슷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강해지고, 식욕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여요. 두 개의 차이점이라면 폭식장애의 경우엔 음식을 제거하려는 노력, 이를테면 구토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섭식장애 상황은 어떨까요? 데이터를 살펴보면 거식증, 폭식증, 폭식장애 등 섭식장애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래에 그려진 그래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등록된 섭식장애 환자수 자료입니다. 실제 병원에서 섭식장애 항목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들의 규모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2010년에 섭식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모두 1만 3,154명. 2021년엔 그 수가 3만 1,079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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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 환자의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 세계 상황을 살펴봐도 비슷하죠. 전 세계 145개국의 의료 연구원들이 협력하는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GBD)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주요 질병에 따른 국가별 사망률이나 환자수 같은 자료를 평가하고 연구하는 프로그램인데, GBD 기준으로 전 세계 섭식장애 환자 비율은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12.5% 증가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GBD에서 파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섭식장애 환자수는 2019년 기준으로 16만 명이 넘거든요. 참고로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는 실제 병원에 찾아온 사람만 카운트되다 보니 실제 환자 규모보다 더 작게 집계될 가능성이 있죠. 여하튼… GBD 기준으로 16만 6,859명은 2019년 대한민국 인구의 0.38% 정도입니다. 1990년의 섭식장애 환자 인구(전체 인구 중 0.25%)와 비교하면 52%나 증가한 거죠. 이 증가세는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10대는 거식증, 2030은 폭식증

다시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섭식장애 환자의 성비는 어느 정도일 것 같나요? 데이터를 살펴보면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입니다. 월별로 주욱 살펴봐도 남성 환자의 비율은 10.0%에서 16.0% 정도에서 왔다 갔다 할 뿐 나머지, 그러니까 최대 90.0%는 여성 환자로 집계되고 있어요. 연령별로도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20대 섭식장애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요. 2010년에 20대 환자는 모두 4,595명이었는데 2021년에는 8,193명으로 1.8배나 늘어났죠. 80세 이상의 환자도 많이 늘었는데 전문가들은 노령층의 경우엔 신체적 기능이 떨어져 식욕을 잃은 것이 섭식장애로 구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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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과 2021년의 자료를 비교했을 때 특히 많이 늘어난 건 폭식증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한 번 봐 볼래요? 그래프에 표시된 F500부터 F509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나타낸 건데 섭식장애(F50)에 포함되는 세부 질병들을 의미합니다. F500은 거식증, F502는 폭식증 이런 식인거죠. 그래프에 적혀있는 섭식장애 세부 질병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F500 신경성 식욕부진(거식증)
  • F501 비전형적 신경성 식욕부진
  • F502 신경성 폭식증(폭식증)
  • F503 비전형 신경성 폭식증
  • F504 기타 심리적 장애와 연관된 과식
  • F505 기타 심리적 장애와 연관된 구토
  • F508 기타 식사장애
  • F509 상세불명의 식사장애

두 연도의 섭식장애 질병 비율을 비교해 보면 F500(거식증)의 비율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F502(폭식증)의 비율은 늘어난 게 보일겁니다. 2010년 폭식증 환자의 비율은 전체 섭식장애 환자 중 27.2%였어요. 21년엔 그 비율이 32.3%로 5.1%p나 늘어났죠. 상대적으로 거식증은 비율이 20.7%에서 16.1%로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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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폭식증 환자를 우선적으로 관리해야겠구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연령별로 살펴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게 보일 겁니다. 거식증과 폭식증을 두고 10대부터 30대까지 월별 환자 변화를 그려본건데 연령대별로 흐름이 좀 다르죠? 거식증을 살펴보면 10대 환자의 급증세가 상당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거식증에선 예전부터 10대가 20대, 30대보다 환자수가 많긴 했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는 그 격차가 심해지고 있죠.

폭식증에선 2030 환자가 늘어나는 게 압도적입니다. 일단 환자수 자체가 거식증보다 많기도 하고요. 20대는 2010년 1월 폭식증 환자가 136명이었지만 2022년 7월엔 그 숫자가 437명으로 3배 넘게 늘었어요. 30대 환자도 65명에서 246명으로 늘었죠.

제대로 된 통계도 하나 없다

과거에 비해 환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섭식장애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섭식장애 유병률은 인구의 0.6% 정도 거든요. 특히 동아시아에선 그 비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어서 0.6%보다 더 클 수도 있죠. 만약 0.6% 정도라고 치더라도 우리나라 섭식장애 환자 수는 30만 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잡히는 환자수는 3만 명 수준이니까 새 발의 피인 거죠.

하지만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그 규모나 피해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정부 단위의 조사나 통계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데이터가 집계가 되어야지만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갈 길이 멀어요.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섭식장애를 관리하기 위해선 그 원인부터 알아야겠죠?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섭식장애를 생각하면 독자 여러분도 아마 다이어트의 부작용이나 외모 지상주의의 영향을 떠올릴 겁니다. 맞습니다. 마른 체형이나 완벽한 몸매를 만들어야만 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 이런 사회문화적 요인은 섭식장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영향만이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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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는 일종의 사회적 질병입니다. 사회적 풍조의 영향을 받지만 거기에 심리적 요인이나, 대인관계 혹은 생물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 질병이죠. 일단 유전적 요인을 살펴보면,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발생시키는 위험요인의 절반은 유전성으로 알려져 있어요. 거기에 완벽주의적 성향이라던가 본인에게 엄격한 성격, 우울증이나 외로움 같은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주죠. 이렇게 사람마다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섣불리 일반화시켜선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 치료와 상담을 빠르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죠.

치료와 상담을 신속하게 받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섭식장애 자체가 매우 위험한 질병이라는 겁니다. 보통 정신질환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섭식장애는 그뿐만 아니라 질병 자체가 문제가 있어요. 정신 질환 환자는 신체적 문제가 따로 없어요. 하지만 섭식장애, 특히 거식증 환자의 경우엔 백혈구도 떨어져 있고 혈소판 수치도 낮아서 몸 자체가 매우 위급한 상태거든요. 그래서 정신질환 중 섭식장애의 사망률이 가장 높게 분석되죠.

한 해 2억 정 처방되는 식욕억제제

섭식장애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사이 피해를 보는 건 우리들이겠죠. 앞서 얘기했지만 섭식장애에서도 특히나 거식증이 위험한데, 그 거식증 환자 중에 최근 10대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식욕억제제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요. 요즘 1020 사이에 체중을 감량하겠다는 이유로 식욕억제제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SNS에 나비약이나 ㄷㅇㅌㅁ(디에타민)만 검색해도 거래하겠다는 게시물이 주르륵 나오는 상황이죠.

식욕억제제는 식욕과 관련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입니다. 약을 먹은 사람으로 하여금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켜서 음식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식욕억제제는 모두 5가지. 그런데 이 약들은 의존성이나 내성이 생길 수 있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식약처가 작년에 한정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0년에 처방된 식욕억제제는 무려 2억 5,370만 6,272정! 19년부터 21년까지 한 해에 130만 명 내외의 사람들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고 있어요. 식욕억제제는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비만 환자가 운동이나 식이요법과 같이 비약물치료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에만 한해서 보조적으로 사용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제 처방은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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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월별 식욕억제제 처방 데이터를 나타낸 겁니다. 비만이 계절을 타는 것도 아닌데 처방 데이터를 보면 너무나도 명확하게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있어요. 5월부터 7월까지 식욕억제제 처방 건수는 상승합니다. 식욕억제제가 비만의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기보다는 치료 외적인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겁니다.

그에 따라 식욕억제제 시장도 커지고 있어요. NIMS에 등록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식욕억제제 생산실적을 살펴봤어요. 2017년에 식욕억제제의 총 생산실적은 724억 원이 넘습니다. 2019년엔 845억 원으로 훌쩍 늘어났죠. 그 사이 우리나라 비만율은 2017년 34.1%에서 2019년 33.8%로 떨어졌습니다. 비만율은 감소했지만 식욕억제제 생산실적은 증가하는 불편한 상황. 그리고 그 영향은 10대에게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식약처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식욕억제제를 포함해 프로포폴이나 졸피뎀 같은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어요. 처방 기준을 벗어난 처방을 한 의사들을 살펴보니 작년 4월에만 무려 4,154명이 적발됐어요. 이 중 식욕억제제로 잘못을 저지른 의사가 1,708명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점검을 진행했는데 2년 연속으로 잘못을 저지른 의사가 219명이나 나왔죠. 그중 절반이 넘는 114명이 식욕억제제 관련된 부적정한 처방이었고요.

식욕억제제는 만 16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처방이 불가능하지만 그 규칙을 어기는 나쁜 의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마른 몸을 갖기 위해 처방전 없이 식욕억제제를 구하고 싶은 10대들은 SNS를 통해 불법 직거래를 하고 있고요. 청소년기에 다이어트 약을 복용할 경우 섭식장애의 위험성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빠르게 조치하지 않는다면 그 여파는 계속 커질 수 있습니다.

섭식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섭식장애 환자가 10대와 여성이 많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10대와 여성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통계로 봤을 때 여성이 많고, 10대 섭식장애 환자의 성장세가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가 10대와 여성의 문제인 건 아니거든요. 언제든지 남성에게도 들이닥칠 수 있고, 10대가 아닌 성인들에게도 섭식장애는 찾아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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