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숙주가 너구리라고?

코로나19가 점점 멀어져가는 것으로 느끼는 것은 실은 우리가 코로나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할 겁니다. 2009년 전 세계를 덮친 신종 독감이 지금도 계절 독감으로 존재하는 것처럼요.

서로에게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서일까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고백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감염 경로입니다. 코로나19가 어떤 경로를 통해 사람을 찾았는지 코로나19는 대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출발해 낙타를 타고 사람에게 온 것으로 추정되는 것처럼 코로나19도 박쥐를 통해 여우, 뱀, 천산갑 등의 동물을 타고 사람에게 왔을 것으로 짐작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너구리가 등장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도 코로나19의 숙주 동물로 너구리가 후보라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던 중국이 전 세계의 눈총과 세계보건기구까지 나선 압박 속에 올해 들어 확진자, 사망자, 변이 등의 정보를 내놨습니다.

그중에는 숙주 동물에 관한 새로운 자료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더니 바로 너구리가 나타난 겁니다. 그동안 숙주 동물의 후보로 거론됐던 여우, 뱀, 천산갑 등은 극히 일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일뿐이었습니다. 이번 분석 결과에 세계 보건당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는 3년 전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우한 지역을 통해 주변 지역으로 퍼졌고 반년도 안 돼 전 세계로 번졌습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의 시작이 중국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주장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초 시작점은 중국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람 환자의 집단 발병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것은 부정할 수 없고, 그래서 집단 발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중국은 조사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바이러스 기원에 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 조사팀이 중국을 직접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사팀의 일원이었던 호주 미생물학자 도미닉 드위어는 "중국이 핵심 데이터 제공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중국의 상황이 긴박해졌습니다. 코로나 19에 날마다 수십만 명이 감염됐고 수천 명이 사망했으며 세계 각국이 중국과의 교류를 차단했습니다. 교류 차단의 결정적 이유는 중국이 코로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편을 들던 세계보건기구조차 정보를 공개하라며 압박하자 확진자, 사망, 변이 등의 정보를 내놨고 그중 숙주동물에 대한 자료도 있었던 거죠.
  중국 우한의 해산물시장은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돼 2020년 1월 폐쇄됐습니다. 폐쇄 직전 중국 방역당국은 해산물시장에서 거래되던 개, 악어, 거북이, 토끼 쥐 등 188마리의 동물을 조사했는데 모두 코로나19 음성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동물들이 숙주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들은 감염되지 않고 바이러스를 매개만 한다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방역당국은 우한 해산물시장의 생활 환경도 조사했습니다. 시장 바닥의 흙, 상인들의 선반, 하수도 등 수백 개의 검체를 조사했는데, 그중 70여 개 검체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중국이 공개한 건 여기까지였습니다.

70여 개 양성 표본에서 어떤 동물들의 유전자가 있는지 3년 가까이 침묵하다가 올해 1월 국제적인 압박 속에 코로나19의 일반적인 정보와 함께 이 데이터도 슬며시 공개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중국이 두 달 만에 다시 비공개로 전환해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두 달 사이에 발 빠른 과학자 몇 명이 자료를 내려받아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분석 결과 해당 동물들은 너구리, 말레이시아 호저, 대나무 쥐였습니다. 이 중에서 전 세계 사육용 너구리의 99%가 중국에 있을 정도로 개체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 때문에 너구리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 겁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너구리를 숙주 동물이라고 결론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전문가를 불러 모아 분석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중국 전문가도 포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