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서 밭 주변에 설치해 놓은 그물에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이 걸려들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게 밀렵용 덫이 아니어서 단속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용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옥수수밭에 산양 한 마리가 처박혀 있습니다.
뿔과 얼굴에는 그물이 엉켜 있습니다.
발버둥 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
[구조대원 : 아, 눈에 너무 상처를 많이 입었다.]
탈출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바짝 조여오는 그물에 눈을 다친 겁니다.
구조된 산양은 닷새 만에 끝내 폐사했습니다.
어두운 밭 한쪽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산양.
구조대원들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구조대원 : 아, 재갈처럼 물렸네. 이빨 입술 말린 거 봐요.]
빠른 신고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강 주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쳐놓은 그물이 물 밖으로 노출됐고, 물을 마시러 온 산양을 덮쳤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강원 지역에서 밭 그물 등에 걸린 산양은 모두 7마리, 이 가운데 4마리는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산양의 주요 서식지 중 한 곳인 이곳 양구지역에는 지난해 기준 156마리의 산양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산양을 위협하는 밭 그물은 주로 김 양식장에 사용하는 어망으로, 그물코가 넓어 뿔 달린 산양 머리도 쉽게 들어가 피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안재용/양구 산양복원증식센터 주무관 : 목, 얼굴 이런 데까지 다 감겨버리니까 탈진되거나 이제 호흡을 못 하다 보니까 폐사하는 거죠.]
밭 그물은 멧돼지나 고라니 등을 차단하기 위해 농민들이 쳐놓은 것이어서 단속도 어렵습니다.
[조재운/양구 산양복원증식센터장 : 그물코가 약간 촘촘한, 좀 튕겨 나오는 그물망이 피해를 조금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은, 지난 2007년부터 종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인데, 밭 그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복원 노력도 차질을 빚을까 우려됩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영상편집 : 김종미, 화면제공 : 양구 산양복원증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