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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모차르트'…펀드 거친 SK의 수상한 인수

<앵커>

저희 끝까지판다팀이 취재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사모펀드 운영사가 SK의 절대적인 영향이 미치는 기업들만 인수하면서 수익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정황들이 저희 취재 결과 발견됐습니다. 특히, SK가 이 펀드 운용사에 투자해놓고 운용사의 존재를 숨기려 한 흔적이 드러나는 등 유착 의혹이 제기됩니다.

먼저 유수환 기자입니다.

<기자>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은 사업 부문이었던 키파운드리를, 2020년 3월 사모펀드에 4천149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SK하이닉스와 새마을금고가 투자한 사모펀드로, 운용사는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그래비티프라이빗에쿼티입니다.

이 사모펀드는 1년 7개월 만에 다시 키파운드리를 매각하는데, 인수자는 펀드 투자자였던 SK하이닉스, 매각가는 1천500억 원 이상 비싸진 5천698억 원입니다.

운용사를 통하면서 SK하이닉스는 펀드 투자 수익을 제외하고 키파운드리 인수에 825억 원을 더 쓰게 됐고, 알케미스트는 매각 성공 보수 명목 등으로 171억 원을 챙겼습니다.

SK는 "직접 인수할 의사가 없어서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2021년 경영 환경이 급변해 경쟁을 거쳐 인수했다"고 밝혔지만, 이런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담긴, 거래 관련 문서와 증언이 나왔습니다.

문건들은 이번 거래를 '모차르트'로 명명하고 있는데, 사모펀드의 키파운드리 인수 8개월 전인 2019년 7월 작성된 문건을 보면 키파운드리 실사 내용과 인수 전략이 적혀 있습니다.

작성자는 다름 아닌 SK하이닉스 직원들입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사모펀드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도 전에 이미 되팔 때의 가격 산정 방식이 적혀 있습니다.

이를 두고 모차르트 딜 관련자는 이미 짜여진 판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모차르트 딜 관여자 (대독) : 누구에게 얼마에 판다는 엑시트 플랜(매각 계획)도 다 정해져 있는 딜이라고 했어요. (SK하이닉스 측이) 충분히 단독 인수가 가능한데 사모펀드라는 한 단계를 더 거친다고 해서 의아했습니다.]

SK와 알케미스트의 관계를 의심케 하는 또 다른 문건도 있습니다.

투자자인 SK하이닉스의 요구 사항을 정리한 문건인데 어떠한 경우에도 딜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 않고, GP2, 즉 알케미스트의 프로필이 공개되지 않도록 각별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SK가 키파운드리를 직접 인수할 계획을 세워놓고도, 알케미스트를 통하는 형식적 거래를 했고, 또 이를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SK와 알케미스트 양측은 성공적 딜이었고 거래 과정에 위법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SK는 또 알케미스트와는 독립적이고 대등한 이해 관계자일 뿐이며 키파운드리 인수 내정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모차르트 딜 외에도 알케미스트가 사모펀드를 조성해 인수한 기업들이 SK 하이닉스를 상대로 대부분 매출을 내는 등 SK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회사들이라 양측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이승희·하성원,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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