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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기차 배터리 충전해 쓰고, 남는 전기 되파는 시대 열려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전기차 V2G 기술에 보조금 첫 지급

[취재파일] 전기차 배터리 충전해 쓰고, 남는 전기 되파는 시대 열려
자동차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 시 큰 액수의 보조금이 지급되죠. 환경부가 해마다 연초가 되면 당해도 보조금 지급 기준을 새로 만드는데요.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조금 늦어졌습니다. 전기차 업체의 사후 서비스망 확보 등 새로운 조건을 걸어 보조금 액수가 차등화됐는데, 결과적으로 수입산이 국산보다 보조금을 더 적게 받게 됐죠. 업계에선 미국, 중국산 수입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대한 대응책 성격이 큰 걸로 보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올해 새로 생긴 보조금 지급 기준 가운데 V2G 기능을 갖춘 차량에 대해 추가 보조금을(20만 원) 주는 규정이 새로 생겼습니다. V2G(Vehicle to Grid) 혹은 V2L(Vehicle to Load)라고도 불리는데요.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 과정은 Grid(전력망)에서 차량으로 전기가 이동하게 되는데요. V2G는 반대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있는 전기를 전자제품으로 옮겨 쓰거나, 전력망으로 송전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전기차 대중화와 탄소중립 앞당기는 2023년 보조금 개편' 중 발췌

현대차의 아이오닉5 이상, 기아차 EV6 같은 차량에 이 기술이 적용돼 보조금 지급 대상이고요. 가깝게는 캠핑 등 야외에 나가서 차량에 충전된 전기를 꺼내 쓸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지만, 기후 위기 시대 전력난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앞으로 온실가스를 줄여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시다시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이 큰 규모로 늘어날 수밖에 없죠.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이 재생에너지 간헐성, 변동성 문제인데요. 햇빛, 풍속 등에 따른 들쭉날쭉한 발전량 때문에 재생 발전에는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반드시 병행돼야 하죠. 하지만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 촉발된 원자재난으로 배터리 주요 소재 가격 급등 등 공급난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에 양방향 충전 기술, V2G가 활성화되면 전기차 배터리가 바로 이런 ESS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요즘 나오는 신형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대략 70Kw 정도, 4인 가구가 일주일 쓰는 전기량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승용 전기차 운전자들의 운행 실상은 어떨까요?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 1시간씩 평일 하루 2시간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택시나 사업용 차량이 아니라면요. 이럴 경우 나머지 20시간 넘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게 되는데, 이때 주차장 충전기를 양방향 송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전기차 배터리 내 전기를 전력망에 팔 수 있고요. 모자랄 땐 충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재생 발전이 늘어나면 시간대별로 전기값도 차등화될 수 있습니다. 전기값이 값싼 낮시간에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해 놓은 뒤, 요금이 비싼 시간대엔 오히려 전기를 되파는 겁니다. 이쯤 되면 신박하고 슬기로운 에너지 생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네덜란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 위트레흐트에서 이 같은 V2G 기술이 실험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70Kwh 짜리 전기차 10만 대가 모이면 7Gwh의 전력량에 해당합니다. 1Gw 원전 발전소에서 7시간 동안 발전한 전력량에 해당합니다. 2022년 말 현재 전기차 등록대수는 39만 대, 우리 정부의 2030년 목표치는 362만 대 수준입니다. 이 전기차들이 모두 V2G에 참여한다면 엄청난 전기 저장장치로서 활용이 가능할 겁니다.

물론 이 같은 양방향 전기 송전 시스템이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시장이 개방돼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춘 기업들이 전력 서비스 시장에 참여해야 합니다. 알게 모르게 많은 에너지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타나서 현 제도하에서 가능한 분산화 전력 서비스를 사업화하고 있습니다.

'제3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 중 발췌

마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2월 14일 제3차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했는데, 이 가운데 전기차 V2G 기술도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V2G 기술의 시장 상용화를 위해 사업자 및 자원을 분류하고 성능기준 등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정산 요금제 등 제도 설계를 추진한다는 겁니다. 소규모 전력 중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집합자원의 정의에 V2G를 포함하고 양방향 충전기에 대한 성능기준과 규격 표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입니다. 전력 시장의 혁신과 전기차 배터리가 만나 이뤄질 새로운 에너지 생활의 변화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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