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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대검, '압수영장 심문' 의견 요청 공식 접수…'1차 검토안' 보니

[단독][취재파일] 대검, '압수영장 심문' 의견 요청 공식 접수…'1차 검토안' 보니

법원행정처, 대검에 의견 조회 요청서 발송…검찰, 대응 본격화

법원행정처

지난 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에 관해 공식적으로 대검찰청에 의견 조회 요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검은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1차 검토를 마친 뒤 전국 검찰청을 상대로 실무상 문제점 파악에 나섰습니다.

지난 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내놨습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수사기관이나 피의자, 사건 제보자 등 수사와 관련된 사실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다 물어볼 수 있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압수수색영장 심리는 서면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다른 주요 쟁점은 압수 대상이 전자 정보인 경우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를 특정해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현재 전자 매체에 저장된 전자 정보를 압수하는 경우, 검색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필요한 범죄 증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영장에 적시된 특정 검색어로만 검색이 가능하게 바뀝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 제도 문제점' 1차 검토안 보니

대검찰청

대검은 즉각 개정안의 문제점 검토에 나섰습니다. 내부 검토 문건을 보면 검찰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 저해입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수사기관 관계자와 제보자에 대한 심문이 주로 이뤄질 것이지만 피의자·변호인도 대상이라고 밝혔다"며 "통상 제보자는 피의자 주변 인물일 가능성이 있고 심문 통지를 받으면 피의자나 피압수자에게 영장 청구 사실이 노출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피의자나 변호인, 제보자가 심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개정안 문언 상 충분히 가능한 해석입니다. 때문에 검찰은 "압수물의 훼손, 제보자 회유, 증거 인멸 행위로 이어져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영장 발부 지연으로 인한 수사 차질도 우려합니다. 검찰은 "현재도 압수수색영장 발부 여부가 청구 당일 결정되지 않는 실정이고,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 절차를 거치는 사전 구속영장의 경우 최소 3~4일에서 길게는 수주일 소요"된다며 "시급히 압수해야 할 증거물이 멸실·훼손될 우려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선택적 심문의 문제도 제기합니다. 검찰은 "판사가 편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압수영장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평성에 반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권력자나 재벌의 부패사건 등 민감한 사건들에 대해 사전 심문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수사의 밀행성이 더 크게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피의자가 수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심문에 참여하는 제보자 등의 사건 관계인에게 로비나 회유, 협박할 여지가 생긴다는 겁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보안이 중요한 민감 사건의 경우, 검찰 내부에서조차 정보가 새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쓴 검사실에서 직접 청구서를 들고 가서 법원 영장계에 내기도 한다"며 "피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제보자 등 외부인에게 수사 상황을 노출시키는 건 수사하지 말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문제점 검토 초안에는 법원이 압수수색영장 발부에 앞서 관련자를 심문하는 것은 사실상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므로 소추와 심판의 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 헌법 제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므로 형사절차는 반드시 규칙이 아닌 법률로 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담겼습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대검에서 일반론적으로 우려되는 문제점들을 1차적으로 검토한 것이고, 전국 일선 청을 상대로 다양한 사례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문제 상황들을 취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 "충실한 심리·기본권 보장 위한 개정"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충실한 심리를 위해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심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심문이 가능해지면 압수수색의 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 관계에 대한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법원에 강제 수사의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수사 밀행성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대면 심리의 대상은 통상 영장을 신청한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고, 대면심리 자체가 임의적인 절차로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며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전자 정보 압수수색 시 검색어를 특정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선 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 등 전자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전자 정보의 특성으로 인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아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잃는 것은 명확한데…얻는 것은 애매모호

법원행정처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설명은 쉬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검찰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관련자 심문에 관해서입니다. 검찰은 밀행성과 신속성 저해를 우려합니다. 앞선 주장을 다시 읽어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일어날 법한 일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충실한 심리를 위해서"라는 이유 외에 별다른 근거를 대지 않습니다. "대면 심리 대상은 통상 영장을 신청한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라는 말 안에 이미 검찰이 우려하는 '제보자 등을 고리로 한 수사 정보 유출 우려'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반박 근거가 없습니다.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란 법원의 예상은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의 복잡한 사건, 첨예한 사안에 대해 심문 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검찰의 예상과 상당 부분 궤를 같이함에도 이 우려를 불식시킬 설명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1) 형사소송규칙 개정안과 2) 과거 이 안건이 올랐던 사법행정자문회의 회의자료, 3)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별도 설명자료 어디를 봐도 그렇습니다.
 
1)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링크
2) '사법행정자문회의 회의자료' 링크
3) 이 자료는 인터넷에 게시돼 있지 않으나 위 두 자료의 내용 일부를 따와 부연한 것입니다.

현재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되고 발부 또는 기각되는 절차를 생각하면 의문이 더욱 커집니다.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수사 초기,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뤄집니다. 발부 여부가 남은 수사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합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꼭 받아내야 합니다. 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영장 발부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따집니다.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지, 증거가 존재할 개연성이 인정되는지, 강제 수사를 통한 압수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피압수자가 받을 불이익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등입니다.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발부하고 아니면 기각합니다. 이 과정 사이사이에 판사가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수사 검사에게 전화해 물어보기도 합니다. 지금도 오로지 서면만 보고 심리하는 건 아닌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칼자루를 쥔 건 법원입니다. 요건이 안 맞으면 기각하면 됩니다. 급해지는 건 검찰입니다. 애초에 기각되지 않도록 요건을 충분히 갖춰 쓰려 할 겁니다. 기각된다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다시 청구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판사가 궁금한 점이나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점이 있으면 전화를 걸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영장 청구 기각, 수사 검사와의 통화를 통한 보충 설명 등 '충실한 심리'를 도모할 수단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서면보다는 대면으로 이뤄지는 심리가 더 충실할 겁니다. 하지만 제도를 바꾸려 한다면 현 상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명확히 짚어내야 합니다. 현재의 서면 심리로는 충분치 않은지에 대한 법원의 설명은 모호합니다. 반면 개정안에 대한 검찰의 문제의식은 실무에 기초합니다. 규칙 개정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갸우뚱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전자 정보의 압수수색과 관련한 규칙 개정안도 투박한 면이 있습니다.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검색어'로 압수 가능한 정보를 한정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 입증의 증거를 아예 찾아낼 수 없을 거라고 검찰은 우려합니다. 대표적인 게 마약 범죄입니다. 마약은 종류마다 부르는 은어가 다양합니다. 대마는 풀, 떨, 떼기 등등의, 필로폰은 아이스, 얼음, 메스, 크리스탈 등등의 별칭이 있습니다. 이건 이미 알려진 것들입니다. 범죄자들은 수사 기관에 노출된 이런 단어를 피해 새로운 은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냅니다. 뇌물 수수 범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물을 주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 약속된 암호들을, 수사 기관이 예지해 특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특정 검색어에 걸리는 정보들만을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건 특정 분야 범죄 수사에 절대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습니다.

검색 대상을 특정 검색어가 아닌 정보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게 나을지 모릅니다. 마약 범죄를 다시 예로 들면 '떨'이나 '얼음' 같은 특정 검색어가 아닌 '필로폰을 의미하는 말', 내지는 '마약 거래를 의미하는 말' 등 정보의 성격을 적시하는 것도 인정해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런 여러 지적에 대해 "개정안의 문언 수정을 포함해 다양하게 의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선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유관기관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6월 1일부터 새 규칙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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