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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선풍적 인기 '기적의 비만약', 진짜일까

'주사만 맞아도 체중 24kg이 빠진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기적의 비만약'이 출시됐습니다. 꽤 비쌉니다.

A사 제품은 한 달 약값이 1,000달러, 우리 돈 126만 원이고, B사 제품은 1,500달러, 191만 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도 곧 들어올 텐데, 이렇게 큰돈 쓰면 정말로 기적 같은 효과 볼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져보겠습니다.

비만약은 수십 종류가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3개로 압축됩니다.

첫째, 섭취한 지방이 흡수되지 않고 그냥 배설되도록 지방 분해를 막는 것.

둘째, 뇌에서 포만감을 빨리 느끼도록 해 정상적인 식욕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배는 부른데도 자꾸 뭘 먹게 되는 이른바 '쾌락적 식욕'을 억제하는 것인데, 펜터민, 암페타민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이 해당합니다.

과거 비만약은 이 중에서 하나의 원리만 사용했지만 최근 비만약은 2개 이상 사용합니다.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네이처가 비만약들의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시중 비만약들, 복용하고 여섯 달까지는 잘 빠집니다.

그런데 그 이후 효과가 점점 떨어지더니 1년 이후에는 멈춥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약을 중단했더니 급격히 체중이 늘어납니다.

미국에서 인기 많은 A사의 최신 비만약은 어떨까요?

지금까지의 비만약 중에서는 가장 성적이 좋습니다.

하지만 역시 복용 6개월 이후 효과가 떨어지고, 18개월 이후까지 살이 빠진 상태로 유지되는지는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복용 기간으로 계산해보면 A사 비만약은 2,268만 원 들여서 체중의 15%를 뺀 상태로 18개월 동안 유지한 셈입니다.

왜 비만약의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약은 내성이 있고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비만 약 100mg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신경물질을 차단한다면 1년 후에는 내성 탓에 200mg이나 300mg을 써야 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용량을 더 늘려도 차단 효과가 안 나타날 것입니다.

그 사이 우리 몸은 비만약으로 차단된 식욕 자극 신경물질이 부족하다고 인식해서 더 많이 만들어내고, 그것이 또 폭식으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신경물질을 차단하면 식욕만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수면과 감정 전달 물질까지 균형을 잃어서 불면, 불안, 우울감이 높아집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네이처지가 공개한 비만약 성적표 다시 보겠습니다.

가장 아래 비만 수술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최신 비만약도 성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당뇨병, 심장병 등 중증 합병증에 시달리는 고도 비만 환자에게는 차라리 수술을 권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기적의 비만약, 정말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김태연, 영상취재 : 한일상·김용우,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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