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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스리라차 없는 쌀국수 vs 머스터드 없는 핫도그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5일) 마부뉴스는 2023년 독자 여러분에게 보내는 첫 번째 뉴스레터 입니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려요. 2023년에도 마부뉴스에선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열심히 찾고, 구독자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검은 토끼처럼 힘차게 달려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마부뉴스의 핵심인 좋은 데이터와 함께 말이죠. 새해엔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도 해보려고 하는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할게요.

독자 여러분은 혹시 쌀국수 좋아하나요? 마부뉴스 사무실 근처에는 쌀국수 맛집이 있어서 종종 찾거든요.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쌀국수 한 그릇이면 온몸이 뜨끈해지잖아요. 그런데 쌀국수 먹을 때 단짝인 스리라차 소스가 없다면 어떨 것 같나요? 혹은 핫도그나 토스트, 햄버거에 머스터드 소스가 없다면요?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2023년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스리라차 소스 없는 쌀국수 vs 머스터드 없는 핫도그, 독자 여러분의 선택은?
 

'역대급'으로 심한 남부지방 가뭄


잠깐! 쌀국수, 핫도그보다 먼저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즘 전남지역 가뭄이 진짜 심각하다는데, 우리나라에서 물 부족 사태가 벌어진 사례가 언제,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해요. 물 부족이라니…점점 많은 지역에 이런 일이 생길지 걱정이 돼서요! 언제나 고마워요!"

작년부터 마부뉴스에 가뭄에 대한 소식들이 많이 왔습니다. 심각한 남부지방의 가뭄에 대해 한 번 다뤄달라고 말이죠. 얼마나 심각한지 한 번 살펴볼까요? 일단 지난 1년의 강수량 데이터를 확인해 볼게요. 1월 4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최근 1년의 누적 강수량은 1,069.1mm입니다. 평년 수치와 비교했을 때 80.3% 수준이죠. 평년보다 현재 우리나라가 건조한 상황인거죠.

남부지방은 특히 심각합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1973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경험하고 있어요. 1월 4일 기준으로 심한 가뭄 상태에 처한 동네는 전국 시군구 가운데 18곳인데 광주광역시 전역(광산구, 북구, 서구, 남구, 동구)과 전라북도 정읍을 제외한 12곳이 모두 전라남도죠. 보통 가뭄 상태에 처한 곳도 울산광역시 남구, 동구를 포함해 12곳이나 있고요. 가뭄 예보와 경보는 최근 6개월 누적강수량을 이용하는데 평년대비 약 55% 이하로 떨어지면 보통 가뭄을, 약 45% 이하로 떨어지면 심한 가뭄으로 구분합니다.

심한 가뭄 지역의 급수 인원은 약 300만 명 정도인데, 이들의 식수원 상황이 좋지 않아요. 작년(12월 4일 기준)에 전국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저수지 97곳을 전수 조사했더니 25곳의 저수지가 물 부족 상태로 집계됐거든요. 그런데 물 부족 저수지 25곳 가운데 19곳이 전남 지역의 저수지였어요. 그래서 물이 부족한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물 쓰는 날을 정해놓는 제한 급수가 이뤄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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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심각한 광주광역시와 완도군의 저수율 현황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광주광역시입니다. 광주는 주암댐에서 43.0%, 동복댐에서 56.1%의 물을 받아 쓰고 있어요. 그런데 작년 12월 4일 기준으로 주암댐의 저수율은 30.9%에 불과하고 동복댐은 29.6%로 저수율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요.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죠. 주암댐 저수율은 1월 4일 기준으로 28.5%. 두 댐의 저수율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상태입니다. 비가 오지 않고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광주에선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완도군에서는 사용되는 물의 20.6%는 장흥댐에서, 나머지 70% 이상은 지자체의 저수지에서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장흥댐의 저수율은 12월엔 38%로 그래도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물이 부족한 광주에서 장흥댐의 물을 끌어다 쓰게 되면서 계속 저수율이 떨어지고 있다는거죠. 1월 4일 현재 저수율은 31.6%로 작년 말에 비해 5%p 이상 감소했습니다. 저수지의 저수율도 심각합니다. 그나마 전체 용수의 3분의 1 가량을 담당하는 대야제 저수지는 48.5%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저수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진 저수지가 전체 11개 중 5개나 될 정도거든요. 이미 완도의 4개 읍면동에선 제한 급수가 진행 중입니다.
 

잦아지고 세지는 가뭄


작년 한 해의 가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그려봤습니다. 활용한 데이터는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국가가뭄정보분석포털을 운영하고 있는데 분석포털에선 전국 1,290개의 수문관측소 데이터로 지역별 강수량을 산정해서 가뭄 빈도를 분석하고 있어요. 아래 그림은 최근 1년의 강수량과 평년 강수량을 비교해서 계산한 가뭄 빈도를 나타낸 지도입니다. 정도에 따라 평년 수준부터 200년 만의 가뭄 빈도까지 나타낸 건데 색이 진할수록 최대 200년 만에 오는 가뭄 빈도를 경험한 지역을 나타내죠. 아래 지도는 모든 시군구를 동일한 면적으로 재구성해서 그린 카토그램이기 때문에 실제 지역의 위치와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랄게요��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남부지방에 빨간색이 주욱 분포된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200년 빈도 가뭄을 겪은 지역은 경북 영천시와 경북 청송군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니까 경북 영천시와 경북 청송군은 정말 거의 일어날 일이 없는, 200년에 1번 발생할 가뭄을 겪은 셈이죠. 영천시의 작년 누적 강수량은 670.2mm에 불과했습니다. 평년 대비 62.6%의 비만 내린 거죠. 영천시가 마늘로 유명한 만큼 마늘 농가의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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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빈도가 가뭄 피해규모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건 아닙니다. 해당 지역의 강수량을 비교했을 때 올해 가뭄이 200년 만에 올 정도로 확률이 아주 낮다는 의미인거지, 200년 빈도 가뭄을 겪은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단정적으로 비교할 순 없거든요. 거의 일어날 일이 없는 가뭄이 해당 지역에 발생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부지방의 가뭄을 해소할 단비가 내려야 할 텐데 기상 상황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기상청의 1월 예보를 보면 남부지방의 건조한 상태가 이어진다고 하고… 세계기상기구(WMO)에서도 올해 2월까지는 남부지방의 가뭄이 계속될 거라고 자료를 내놓기도 했어요. 지자체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전라남도는 긴급 민생대책 차원에서 882억 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죠. 이 돈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농어업인들을 대상으로 농사용 전기요금이나 기름값을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가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볼 수 있어요. 1904년부터 2000년까지는 가뭄이 1년에 0.36회 꼴로 발생했지만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0.67회 꼴로 약 2배 가까이 늘었죠. 2008년부터는 매년 가뭄이 발생하고 있고, 피해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엔 지역별로 강우 편차가 심해지면서 국지적인 가뭄이 심해진다는 것도 특이할 만한 사항입니다.

사라진 스리라차 소스를 찾습니다


첫인사에서 꺼냈던 스리라차 소스 이야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사실 스리라차 소스 이야기에 앞서서 남부지방의 심각한 가뭄 이야기를 꺼냈던 건, 스리라차 소스와 머스터드 소스가 사라진 이유에 가뭄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4월 스리라차 소스 제조업체인 후이퐁 식품은 이런 공고문을 발송했어요.
 
"칠리페퍼 품귀 현상으로 한동안 스리라차 소스를 만들 수 없습니다"

핫소스의 대표 격인 스리라차 소스를 만들 수 없었던 이유, 바로 가뭄 때문이었습니다. 가뭄으로 인해 할라피뇨 작황이 좋지 않자 회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생산 정지 선택을 한 거죠. 스리라차 소스에 들어가는 할라피뇨의 원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그리고 멕시코인데 이 지역 모두 심각한 가뭄을 겪어서 제대로 고추가 자라질 못했거든요. 사실 이런 상황이 작년이 처음은 아니었어요. 이미 2020년 여름에도 고추 부족으로 스리라차 소스 가격 인상이 있었거든요. 스리라차 소스가 사라지자 소스 가격은 급상승했고 미국에서는 일부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죠. 워낙 소스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탓에 구글의 2022년 올해의 검색어 중 부족(shortage) 관련 검색어에서 '스리라차 부족' 키워드가 5위를 차지할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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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터드 소스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머스터드 소스의 주원료는 겨자씨인데 세계에서 겨자씨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3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캐나다에도 가뭄이 닥쳤거든요. 2020년 캐나다의 겨자씨 생산량은 10만t에 달했지만 이듬해엔 6만 532t으로 39.5%나 감소했어요. 생산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죠. 겨자씨 가격은 많게는 4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물론 가뭄과 함께 겨자씨 가격 상승을 일으킨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겨자씨의 대량 생산국이거든요. 생산량 전 세계 2위가 러시아고 5위가 우크라이나였는데 전쟁이 벌어지면서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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