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중국, 월드컵에 부러운 시선…"선수 빼고 다 갔다"

[월드리포트] 중국, 월드컵에 부러운 시선…"선수 빼고 다 갔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국에 중국은 없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에 대한 중국의 열기는 더하면 더했지 본선 진출국에 못지않습니다. 14억 인구 중 상당수가 매일 밤 TV 앞에 앉아 다른 나라의 경기를 시청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4년 전에는 술집과 식당이 월드컵 중계로 대호황을 맞았습니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올해는 이런 장면을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경쟁하듯 여전히 월드컵 소식을 쏟아내고 있고, 월드컵을 활용한 중국 기업들의 마케팅도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당일 중국 상하이의 한 행사장 풍경 (출처=글로벌타임스)

중국 기업, 월드컵 후원 1위…"중국인 심판 · 기수도 카타르 갔다"


월드컵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은 여러 지표에서도 드러납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에 후원한 기업들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후원한 게 중국 기업들입니다. 월드컵 경기를 보다 보면 완다그룹, 비보 이동통신, 멍뉴유업,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의 광고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낸 후원금은 13억 9,500만 달러. 우리 돈 1조 8,900억 원에 달합니다. 중국 기업 다음으로는 미국 기업들로 11억 달러(1조 4,800억 원)를 후원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이렇게 거액을 선뜻 내놓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 안팎에서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심판진에 중국인 심판들이 포함됐다는 것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 심판 마닝과 스샹, 차오이 등 3명이 카타르 월드컵의 주심과 부심으로 선정됐습니다. 중국 심판이 월드컵 본선 경기에 나선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이라고 합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축구 팬들에게 기록될 만한 영광"이라고 적었습니다. 나아가, 중국 매체들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중국인 3명이 국제축구연맹(FIFA) 깃발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FIFA 깃발을 든 6명 중 3명이 중국인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루사일 스타디움을 중국 기업이 건설한 사실, 중국이 월드컵을 기념해 카타르에 판다 두 마리를 선물한 사실, 중국 전기차가 카타르에서 셔틀버스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 카타르 월드컵 응원 용품과 기념품의 70%가 중국에서 생산된 사실 등도 중국 매체와 SNS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중국 "축구 발상지는 중국"…시진핑 '축구 굴기' 내세워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유일합니다. 이때도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하면서 중국에게 기회가 주어진 셈입니다.

이런 중국팀의 '초라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축구가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뭘까요. 여러 해석이 있는데, 우선 중국인들은 축구의 발상지가 중국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근대 축구의 발상지는 영국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서 축구와 비슷한 형태의 공차기, 이른바 '축국'을 했다는 기록을 찾아내 이를 축구의 기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04년 FIFA까지 나서 "축구의 발상지가 중국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인들에게 축구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을 안겼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세운 '축구 굴기'도 중국의 축구 열기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2015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축구 클럽을 방문하는 등 '축구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 주석은 2025년까지 축구 경기장이 있는 학교의 수를 10배로 늘리고, 2050년까지 중국 축구대표팀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국 기업이 건설했다고 보도된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

일각에선 내기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자국 축구 경기는 물론, 유럽 등 전 세계 축구 경기를 놓고 돈을 거는 사이트들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승패를 넘어 골 득실 차, 심지어 어느 팀의 누가 첫 골을 넣느냐와 같은 구체적인 결과를 놓고 적지 않은 돈이 오갑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도 이런 축구 내기 사이트들이 단속됐다는 뉴스들이 심심찮게 보도됐습니다.
 

"선수만 빼고 다 월드컵 갔다"…중국 축구 부진 이유는


중국이 축구에서 부진을 거듭하는 것은 미스터리에 가깝다는 말이 많습니다. 중국은 이미 육상을 비롯해 비아시아인 종목으로 여겨졌던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만은 아닙니다. 14억 명이라는 거대한 인구 중에서, 1억 명당 1명씩만 뽑아도 최고의 축구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딴판입니다. 이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합니다. 중국의 프로 축구 선수 몸값이 이미 천정부지로 뛰어서 중국 선수들이 굳이 유럽 등 해외 무대로 진출하려 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해, 중국이 문화대혁명 이후 뒤늦게(1980년대) FIFA에 가입해 현대 축구에 대한 적응이 더디다, 관계와 연줄을 중시하는 중국 내부 부패 때문에 실력 있는 선수들이 발탁되지 못했다,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부실하다, 중국 내부의 높은 관심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다 등까지 그야말로 분석이 다양합니다. 바꿔 말하면,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매체들의 월드컵 보도를 보면, 본선 진출국에 대한 부러움이 읽힙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자국팀이 본선에 진출했을 경우 마케팅 효과가 배가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자국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없기에, 광고나 심판, 기수 등 다른 요인에서 위안을 삼으려는 것 같아 측은함마저 듭니다. 올해도 중국 매체와 SNS에는 "선수만 빼고 월드컵에 다 갔다"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