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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판 인태전략② 독자적 인태 전략 실행과 한미일 공조 강화는 양립 가능할까

[취재파일] 한국판 인태전략② 독자적 인태 전략 실행과 한미일 공조 강화는 양립 가능할까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독자적 인태전략을 시행해 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도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크게 2가지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첫 번째는 과거라는 이름의 유산이다. 누구나 현재는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평가된다. 한 국가의 외교 정책도 다르지 않다. 현재는 과거와의 싸움이다.

미중 사이 '균형 외교'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는 '인도-태평양', '인태전략'이라는 개념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던 만큼, 중국 견제 성격으로 비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인태전략'이라는 용어 사용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국가들이 잇따라 인태전략을 발표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인태전략 발표는 없었다. 아세안과 인도를 겨냥한 것으로, 인도-태평양 보다는 협소한 지역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신남방정책에선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라는 모호한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 견제 성격을 지닌 미국과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과 구별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립적 혹은 모호한 개념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인태전략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석열 정부의 의도가 어떠하든 "예전에는 안 그러지 않았냐. 지금 이러는 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의 힘은 강력하다. 외교에는 상대가 있고, 상대가 어떻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이 의도한 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미일 공동성명이 노출한 독자적 인태전략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 하나의 우려는 우리 정부가 정말 '독자적'으로 한국판 인태전략을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삼각 협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 비해 확장억제 강화와 협력의 범위 등에서 한미동맹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한국이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할 때,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동북아를 넘어선 글로벌 동맹으로서 진화해야 한다고 미국은 이야기해 왔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대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에게도 중국 견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을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인데, 한국은 미국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한국이 한미동맹 강화를 이야기할수록 미국의 대 중국 견제에 점점 더 연루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미국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못 할 때 미국이 손을 떼는 건(방기) 아닐까.

연루에 따른 독자적 인태전략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일부 가시화됐다고 볼 수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발표된 한미일 공동성명은 한미일 3국의 협력 범위를 전통적 안보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했다.
기념촬영하는 한미일 정상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공동성명에선 '한미일 3국 정상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부합하여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 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약을 확인한다'는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애써 '자유','평화','번영'을 키워드로 한국판 인태 전략의 대 중국 견제 성격을 희석시키려 했지만, 공동성명을 통해 '자유'와 '개방'이 핵심어로 하는 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과 일본의 인태전략에 한국 정부가 동조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 셈이 됐다. 3국의 공동 성명 작성은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독자적으로 인태 전략을 시행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중 정상회담

중국의 반응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일부 확인됐다.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각 국이 공조 강화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패권 경쟁국인 중국 견제가 가장 큰 목표겠지만,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나서 주길 바라는 압박성이 강하다. 일본의 목표는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있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바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대에 호응하지 않았다. 한국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희망하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면,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미국과 밀착하려고 하지 말고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라는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과 독자적 인태전략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달성은 서로 상충될 수 있음을, 딜레마적 상황이 될 수 도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외교의 해법은 외치가 아닌 내치에 있다

외교 상의 이런 한계와 우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해법은 국외나 외교가 아닌 국내, 내치에서 찾아야 한다. 어떠한 훌륭한 외교 정책도 자국 내 지지를 받지 못하면 힘을 받기는 힘들다. 국내 정치를 이기는 외교를 찾기는 쉽지 않고, 내치와 외치는 떨어져 있지 않다.

외교적 자율성은 든든한 국내 지지 하에서만 가능하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삼각 공조, 그를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한 발짝을 내딛는 것도 쉽지 않다. 든든한 정권 지지가 담보된다면, 개별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대는 정부 입장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2,30% 대의 현재 국정 지지율로는 모든 게 어렵다. 외교 상대방에게 정부 결정에 대한 신뢰를 주기도 어렵고, 난제를 풀어갈 결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난제를 풀어갈 결단을 내리더라도 후속 조치 마련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외치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내기에 공을 들여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외교가 설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지율 답보 상태인 윤석열 정부는 외교 성과를 통해 지지율 반전을 꾀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선 강한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외교 성과를 통해 지지율 반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라면 앞뒤가 바뀌었다. 외교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선 지금보다 높은 국정 지지가 필요하다. 한미일 삼각 공조와 독자적 인태 전략이라는 윤석열 정부 양대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도 국정 쇄신을 통한 지지율 반등은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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