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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부다비를 떠나며…'소셜 미디어' 월드컵의 시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결전지' 카타르로 향하는 공항에서 노트북을 엽니다. 지난 닷새 동안 우리의 1차전 상대 우루과이와 그 다음 상대 가나를 취재했는데요, 기사에 담지 못한 뒷얘기를 전해보려고요. 마침 출국 수속 과정에서 입국비자인 하야카드에 오타가 발견되어 비행기도 놓쳤거든요. (지금까지 이와 같은 정보 오류 및 오기 문제로 입국이 지연된 사례가 이미 100건이 넘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렇듯, 월드컵에서 우리의 상대팀을 취재하는 이른바 '외곽조'는 뜻밖의 사건, 사고와 동행합니다. 우리 대표팀에 비해 제한된 정보로 일정과 동선을 짜야 하니까요.

이곳에 도착하기 전, 확인한 건 딱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 우루과이는 15일에 공개 훈련을 한다. 둘, 17일엔 가나가 스위스와 평가전을 치른다. 하지만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모르기 때문에 취재는 막막했습니다.

우루과이 협회와 관계자 등에게 끊임없이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퉁명스러운 대답뿐, 가나는 그나마 연락조차 닿지 않았습니다.

아부다비 도착과 동시에 '탐정 놀이'가 시작됐습니다. 우루과이 협회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훈련 사진을 한 장 한 장 확대해서 살피다가 캠프 장소가 뉴욕대 캠퍼스라는 걸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의 짜릿함이란. 곧바로 뉴욕대에 연락했습니다. "공개 훈련은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고, 유감스럽지만 이미 신청은 끝났다"더군요. 이때의 실망스러움이란.

우루과이 협회에 하소연을 했습니다. 우는 한국 기자, 떡 하나 주는 마음이었을까. 얼마 뒤 메일로 소셜미디어 '왓츠앱'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들어가 보니 우루과이 협회 홍보팀이 개설한 '단톡방'이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월드컵을 취재했지만 상대국 취재진 '단톡방'에 들어간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곳에서 15일 공개 훈련의 취재 신청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는 훈련 일정과 장소, 당일 훈련의 공개 여부, 또 인터뷰 대상자를 자국 기자들과 똑같이 알 수 있었죠. 세상 편하더군요. 우루과이는 훈련을 취재진에 공개하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훈련 사진과 영상, 대표팀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충실히 업로드 해줬습니다. ▶'베테랑' 수아레스 · 카바니 · 고딘에, '신성' 발베르데 · 누녜스 · 벤탕쿠르까지…우루과이 훈련 직캠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공개 훈련

가나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한국인의 끈기란 이런 거죠. 그렇게 경기 장소를 확인하긴 했는데, 신뢰도가 문제였습니다. 취재 신청을 받은 대행사가 공지한 경기 장소는 알 나얀 스타디움. 가나 협회가 소셜미디어에 공지한 장소는 바니야스 스타디움. 상대국인 스위스 협회는 처음 알 나얀 스타디움으로 공지한 뒤, 경기 이틀 전 자예드 스포츠 시티로 변경한 상황이었습니다. ▶안전 요원이 가로막은 '미지의 영역'…베일에 싸인 가나 축구대표팀

탐정 놀이 2탄. 가나 협회의 소셜미디어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선수단이 묵고 있는 호텔을 특정했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가나 선수단은 예상(?)과 달리 저희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이냐키 윌리엄스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이냐키!' 하고 외쳤더니 팬인 줄 알았는지 셀카를 찍어주겠다더군요. 이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이렇게 경기 하루 전과 당일, 선수단 버스와 추격전을 펼치며 훈련장과 경기장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취재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가나 축구대표팀 선수들

문득 제가 경험한 지난 월드컵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제 기억으론 소셜미디어가 처음 활용된 대회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었습니다. 트위터 열풍과 더불어, 해외 유명 선수들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기자로서 확인하고 취재해야 하는 정보가 늘었다는 점은 해야 할 일도 는다는 뜻이었죠. 또, 일부 해외 스타선수들이 부상 정도나 팀 내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 파문이 이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턴 국민 소셜미디어 '카톡'이 톡톡한 역할을 했습니다. 대회 기간 협회 홍보팀과 그야말로 24시간 소통이 가능해졌고, 잠 못 드는 밤도 길어졌습니다. 지난 러시아 대회부턴 유튜브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죠. 'KFA TV' 등에서 선수단 숙소 내부와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라커룸까지 공개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취재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시대, 전통 언론의 입지가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자'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죠. 다음엔 아부다비에서 보고 들은, 그런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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