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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왜 이은재는 붙고, 홍지만은 떨어졌을까?

[취재파일] 왜 이은재는 붙고, 홍지만은 떨어졌을까?
▲ 이은재 전 의원-홍지만 전 의원

외부와 국회의원들의 내부 평가가 확연하게 갈리는 정치인들이 종종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낙점돼 다음 달 임시총회 표결을 앞둔 이은재 전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은재 전 의원은 행정학 교수 출신으로 18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의원 시절 어떠했는지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미지는 아마 대동소이할 것이다. "사퇴하세요!" 나 "겐세이"로 대표되는 고성과 막말, 그리고 '혈서 논란'까지. 태도의 문제를 넘어 때로는 희화화 소재가 되기도 한 이은재 전 의원에 대해 동료 의원들은 의외로 후한 평가를 내리곤 했다.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의원들 간 밥자리 인심 등이 넉넉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은재 전 의원에 대해 "큰 누님"이라며 배포를 칭찬하는 의원들도 여럿 목격했다.

그런 이은재 전 의원이 연봉 3억이 넘는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의원 시절 관련 상임위를 한 적이 없는 탓에 '낙하산' 비판이 따라붙었다. 낙하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민간 영역이지만 국토교통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출신은 물론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요직을 맡는 일이 흔했다. 현직인 유대운 이사장도 민주당 의원 출신이고, 당시 함께 감사로 선출된 인물도 '노사모' 핵심 멤버 이상호 씨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낙하산 오명을 벗고자 조합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모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조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며 공모를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라는 소리가 나오게 된 데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은 당초 이사장에 거론되던 인사가 있었지만,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반발이 있었다고 했다. 수장으로 모시기엔 인정할 수 없는 경력의 소유자라는 이유다. 이은재 전 의원도 관련 경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헌신한 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어지간한 현역 의원들보다 더 열심히, 묵묵히 뛴 게 인정을 받았단 설명이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반면, 대통령실 인적쇄신 과정에서 정무 1비서관을 사임한 홍지만 전 의원은 감사로 선출되지 못했다. 사실상 내정이나 다름없다고 하다가 최종 관문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홍지만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가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대의원 일부와 불편한 관계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권과 가까운 인사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붙고, 다른 한 명은 떨어졌지만 '낙하산' 시도라는 점에서 본질의 차이는 없다. 공공기관이 아닌데 무슨 낙하산이냐는 핑계는 궁색할 지경이다. 물론 지금까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운 정부는 없었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이전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혹독하게 비판하면서도 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하면 "국정 철학 공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라며 이유도 비슷하게 대왔다. 그래서 이번 낙하산 논란이 크게 놀랍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악성 낙하산은 기관의 경쟁력을 좀먹는다. '낙하산' 논란을 차단하는 유일한 길은 '전문성'이다. 같은 진영 인사라 해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면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다.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 빚진 것도 적으니 '낙하산'을 청산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솔직해지길 권한다. 대선 공신, 또는 권력 핵심부와 가까워서 정권이 바뀌면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 옛 청와대에서 시청 앞까지 줄을 선다는 말도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느니 낙하산임을 고백하라는 말이다. 누가 봐도 낙하산인데 낙하산이라 부르지 못하고 다른 핑계를 찾는 게 더 부끄럽다. 정치권 뒷배 든든한 사람을 기관장이나 감사로 모셔서 어떻게든 정부 상대로 '마사지' 좀 해보려는 기관들도 할 말은 없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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