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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이 바다가 네 거냐?…멈춰선 해상 풍력

덴마크는 어떻게 달랐나

지금 보시는 이 지도, 우리나라 해안인데요. 여기저기 그려진 색깔 표시들, 뭘까요?

바닷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이 현재 운영 중이거나 추진되는 지역을 표시한 겁니다.

특히 고흥, 여수, 통영 지역은 바다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과열 현상을 나타내는데요.

해상 풍력 현장마다 어민들의 반발은 물론 사업 추진상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전남 여수 앞바다 섬마을에 세워진 풍황계측기, 풍력 발전 사업에 앞서, 바람의 양과 질을 조사하는 장비인데 설치 후 2년이 지나도록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섬의 풍력 사업을 차지하려 두 업체가 뛰어들었는데, 주민 동의를 얻기 위해 업체마다 돈을 뿌리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 탓입니다.

자기편 주민 수를 부풀리기 위해 외지인을 데려와 위장전입을 벌였다는 논란이 일면서 양측 주민 간에 고소·고발까지 벌어졌습니다.

[손죽도 주민 : (마을이) 쑥대밭이 돼요. 주민들 사이에 말도 안 하고 인사도 안 하고요. 그다음에 저쪽 편하고 관련된 거라 그러면 아예 가지도 않아요.]

풍력 개발업체가 물쓰듯 돈을 뿌리는 이유는 뭘까?

일단 발전 허가만 받으면 최소 20년 이상 공공재인 바다에서 독점적인 권한을 보장받는 데다, 여기서 만든 전기는 한전에서 100% 사 줍니다.

땅 짚고 헤엄치기 투자라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해상 풍력이 공공 해역에서 벌어지는 발전 사업인데, 입지 선정 과정이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민간 업체에 맡겨 있단 점입니다.

주민 동의 확보 역시 업체 몫인데 구체적 기준이나 절차가 없다 보니 은밀한 금품 살포가 만연해 있습니다.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환경갈등 연구단장 : 해상풍력 사업의 특징은 (태양광, 육상풍력에 비해)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겁니다. 대규모 해상풍력에 맞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제도 도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늦어진 거 같습니다.]

덴마크 동쪽 안홀트 해역의 풍력 단지, 이곳을 비롯해 덴마크 앞바다에서 만든 풍력 발전량이 덴마크 전체 전기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합니다.

이곳의 풍력 발전은 사업 추진방식이 우리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입지 선정과정이 대부분 민간에 맡겨진 반면 유럽은 정부나 국영 에너지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도시계획에서 용도지구를 나누듯, 바다에서도 정부가 해양 공간계획을 미리 짜 놓는 겁니다.

이때 해상풍력 같은 에너지 개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구역도 사전에 정해집니다.

어업이나 생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정부 주도로 대책이 논의됩니다.

이렇게 정해진 해상풍력 입지는 경쟁 입찰로 기업에 분양됩니다.

[크리스티안슨/덴마크 에너지청 자문관 : 민간 주도 방식(오픈도어)은 개발업자에 맡겨져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반면 정부 주도 방식(텐더)은 개발업자에게 벌칙을 부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덴마크가 어민들의 반발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고기 잡는 어선 숫자가 덴마크는 2천7백 척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그 25배에 달하는 6만 7천 척 규모입니다.

덴마크 정부가 팔 걷고 나선 점도 크지만, 어민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탓도 있는 거죠.

반면 어민 숫자도 많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게 우리 어업 현실이죠.

더 이상 민간 개발업체한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가 시급히 나서야 할 이유입니다.

(기획 : 조지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전경배·김승태·윤 형,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서동민·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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