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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라면값 · 과잣값 얼마나 올랐나 정리해봤습니다

[취재파일] 라면값 · 과잣값 얼마나 올랐나 정리해봤습니다
신라면과 너구리 가격이 올랐고, 곧 진라면 값도 오른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추억 가득한 짱구와 꽃게랑도 비싸질 예정이다. 최근 몇 달 새 라면과 과자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업체마다 시간 차를 두고 가격 인상을 발표해서 어떤 제품이 얼마나 오르는 건지 좀 헷갈리는데, 그래서 간단히 정리해봤다.

먼저 식품 업체별 평균 가격 인상률(발표 순)이다.

라면.

이혜미 취파용

그리고 과자다.

이혜미 취파용

라면과 과자 모두 인상률은 10% 안팎이다.

제품별로는 어떨까. 대형마트, 편의점, 동네 슈퍼마켓 등 판매처별로 가격 차이가 조금 나지만, 주요 제품의 인상 전후 가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라면과 과자는 봉지당, 초코파이는 한 상자 기준이다.

이혜미 취파용

따져보면 제품당 가격이 100~200원씩 오르는 셈이다. 일 년 새 두 차례 가격을 올린 곳이 있고, 길게는 9년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한 업체도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 5월, 농심은 이달 중순부터 출고가를 올렸고, 다른 업체들은 다음 달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다. 식품 가격을 살펴보다가 든 몇 가지 궁금증을 따져봤다. 
 

궁금증 1. 뭐 때문에 비싸졌을까

가격을 올리면서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원가 압박'이다. 라면과 과자를 만들 때 재료로 쓰는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껑충 뛰어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상반기 밀과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가장 컸다. 밀 주요 생산국인 인도는 고온 현상 탓에 작황이 좋지 않았고, 세계 팜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탓에 우리나라는 식용유 대란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2분기 식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특히 농심 국내 법인은 24년 만에 적자를 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례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어 30억 적자를 기록했다.  

밀가루-식용유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원가 상승을 이유로 거의 모든 제과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아직까지 인상안을 발표하지 않은 곳은 오늘(29일) 기준으로 크라운제과가 유일하다. 라면은 업계 1위 농심과 2위 오뚜기가 가격을 올렸는데, 3위 업체인 삼양식품은 과잣값은 올렸지만 라면값은 일단 손대지 않았다.
 

궁금증 2. 삼양라면은 왜 안 올랐을까

삼양라면 (사진=연합뉴스)

농심은 2분기 적자가 난 반면, 삼양식품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분기 매출액 2,553억 원, 영업이익은 2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나 증가했다. 삼양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매운 라면계의 공전의 히트작 '불닭볶음면'의 영향이 크다. 라면업계 관계자 말을 들어보니, 중국과 동남아시아 쪽에서 불닭볶음면이 이른바 '대박'을 쳤다고 한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됐을 당시, 한 번 맛봤다가 너무 매워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엔 매운맛을 완화시킨 다양한 버전이 출시돼 여러 선택지가 생겼다.  

붉닭볶음면이 수출을 끌고 가면서 삼양은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매출의 70%가 수출에서 나올 만큼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데, 때마침 환율이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해 1,500원까지 전망되는 상황에서, 삼양은 치솟은 원부자재 비용 부담을 환율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궁금증 3. 앞으로 값이 더 오를까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은 오름세가 꺾였다. 우크라이나 수출 재개 등으로 곡물 가격이 6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국제 곡물 시세가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차를 감안하면, 4분기부터 수입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등했던 팜유 수입 가격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최근 주요 식품 업체 임원진들을 불러 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전 세계 유가와 곡물 가격이 안정되고 있지만, 가공식품 물가가 7∼8%대의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면서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특히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이 다른 업체의 편승 인상으로 이어지면 민생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환율이다. 환율이 높아도 너무 높다. 지금처럼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면, 식품 업계 입장에선 원부자재 가격이 안정돼도 수입 단가 부담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원가 부담을 낮추지 못하면, 그 여파는 바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주요 곡물 생산국의 곡물 가격이 기상 악화 등의 영향으로 언제든 다시 뛸 수 있는 점도 변수다. 그래서 결론은 업체들이 서로 눈치는 보겠지만, 라면값·과잣값이 지금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다. 올린 걸 또 올리면 부담스러우니, 이번에 안 올렸던 제품만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매게 생겼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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